프듀 조작의혹, PD 구속으로 차원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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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11월 12일 18:10:52
    프듀 조작의혹, PD 구속으로 차원이 달라졌다
    <하재근의 이슈분석> 누리꾼들의 문제제기 귀 기울여 듣고 판단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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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11-06 08:20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누리꾼들의 문제제기 귀 기울여 듣고 판단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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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 엠넷의 ‘프로듀스 X 101’ 조작의혹 혐의로 안 모 PD와 CP가 구속되면서 사건이 또다른 차원으로 넘어갔다. 처음 문제제기 때부터 기존 의혹과 다른 차원이었다. 오디션 때마다 조작 의혹이 있었지만 열성팬들 사이의 논란으로 유야무야 됐었다. 하지만 이번 의혹에는 구체적인 수치가 등장했기 때문에 차원이 달랐고 그래서 문제가 공론화됐다.

    경찰이 압수수색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2단계로 차원이 달라졌다. 그동안 예능 관련 조작 논란은 많았지만 경찰이 압수수색까지 하면서 수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아무 의혹에나 경찰이 입건하고 압수수색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경찰의 움직임으로 의혹이 한 차원 더 커졌다.

    그리고 이번에 구속영장이 발부되기에 이르렀다. 이건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는 뜻이다. 법원 측은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 ... 이번 범행에서 피의자의 역할 및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라고 했다. 이로써 의혹의 수준이 3단계로 격상됐다.

    아직 재판으로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까지 왔다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만큼은 확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것이 법적으로 처벌 받을 일인지는 판사의 판결로 결정될 것이다. 그것과 별개로 어쨌든 PD와 CP가 구속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라는 점은 확인이 됐다는 말이다.

    이러면 ‘프로듀스 X 101’ 조작 의혹은 매우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CJ의 다른 오디션에 대한 의혹도 더 깊어진다. 대중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사다리가 부러져 개천용이 사라진 시대에 오디션은 유일한 공정 사다리라고 인정받았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열광했다. 오디션이 공정하다고 간주된 것은 밀실 평가가 아닌 시청자 투표에 의한 공개 선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신뢰가 두터워지고 인기가 생기자 방송사는 그것을 이용해, 아예 시청자가 ‘국민 프로듀서’라면서 추켜세웠다. 시청자는 자신이 정말 국민 프로듀서인 줄 알고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면서 프로그램에 몰입했다. 여기서 뽑힌 연예인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간주돼 데뷔하자마자 특별한 지위를 누렸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조작이라면, 시청자를 국민 프로듀서라고 부르며 우롱한 것이라면, 공정경쟁을 믿고 도전한 참가자들이 또 다른 밀실 야합에 피해를 입었다면, 프로그램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다. 열성적으로 참여한 국민 프로듀서의 허탈감과 상처도 크다. 이러니 법원도 ‘사안이 중대하다’고 했을 것이다. 너무나 큰 충격이다.

    ‘프로듀스 X 101’뿐만 아니라 다른 CJ 오디션에도 유사한 구조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점 의혹 없이 모든 사안에 대해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투표조작 의혹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문자투표 이전에 제작과정에서부터 제작진의 개입으로 출연자 차별이 횡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밖에, PD가 연예기획사로부터 유흥 접대를 받았으며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보도도 나온 상황이다. 이 모든 의혹들을 밝혀야 한다.

    시청자 투표만으로 순위를 결정할 생각이 없었으면, 그냥 일부 투표에 심사위원 등 자체 심사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했으면 됐을 것이다. 이것을 굳이 ‘국민 프로듀서’라면서 모든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홍보한 것은, 만약 조작이 확실하다면, 시청자와 국민을 정말 우습게 보고 속이는 것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런 사안이니 분명한 조사로 확실히 시비를 밝힐 일이다.

    그동안 오디션 관련해서 시청자들이 줄기차게 의혹을 제기한 것들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우리 사회가 누리꾼들의 의혹 제기를 가볍게 넘기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이 문제가 이전 오디션 프로그램 때 정리됐을 것이고 그러면 오늘날 PD, CP 구속 사안으로까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연습생 출연자들과 국민 프로듀서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또다시 한국 사회의 시스템에 실망하고 불신감을 키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누리꾼들의 의혹 제기를 그동안 간과했던 점이 아쉽다. 네티즌수사대라고도 불리는 누리꾼들은 때론 엉뚱한 가짜뉴스에 휘둘리며 인민재판을 하지만, 때론 집단지성으로 놀라운 정보력과 분석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오디션 의혹도 그런 누리꾼들의 분석으로 주요 득표수가 ‘7494.442’의 배수라는 점이 밝혀지며 격발됐다. 누리꾼들의 문제제기를 귀 기울여 듣고 합리적인 것이라면 빠르게 공론화해야 오디션 사건 같은 것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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