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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국가채무 증가 韓-日, 경제 펀더멘탈에서 차이"


입력 2019.11.05 11:00 수정 2019.11.05 11:16        이홍석 기자

저성장·고령화에 경기부양책 반복 닮음꼴이지만 채무감내력 차이

한경연 "정부 예산, 성장잠재력 확대에 투입돼야"

한국과 일본의 대외금융순자산 비교.ⓒ한국경제연구원 한국과 일본의 대외금융순자산 비교.ⓒ한국경제연구원
저성장·고령화에 경기부양책 반복 닮음꼴이지만 채무감내력 차이
한경연 "정부 예산, 성장잠재력 확대에 투입돼야"


우리나라가 저성장·고령화·경기부양책 반복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한 일본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면서 과거 일본이 겪었던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국가채무 상승요인 및 감당여력에서는 차이가 있어 리스크 강도가 더욱 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한·일 양국이 경제와 인구구조 등이 유사하지만 일본은 세계 최대 해외순자산 보유국이고 경상수지흑자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국가채무를 버티고 있지만 우리는 정부 빚이 많아지면 대외신뢰도와 거시경제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일본 재정은 지난 1990년 이후 세수입 부진과 재정지출 확대가 겹쳐 재정적자가 연 30조~50조엔으로 늘어났다. 대규모 적자 누적으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990년 66.1%에서 2018년 224.2%로 3.4배가 됐다.

국내에서는 (통합)재정이 거의 매년 흑자였지만 내년부터 수입둔화 및 지출급증으로 적자전환하고 2023년에는 50조원 적자로 악화될 전망이다. 그 결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지난 2018년 35.9%에서 2023년 46.4%로 5년 만에 10.5%포인트 오를 전망이다.

양국이 저성장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성장률 하락은 가계·기업소득을 정체시키고 소비를 위축시켜 세수감소를 초래한다. 일본은 경제성장률이 지난 1980년대 연 4.6%대에서 1990년대 경기침체를 거치며 연 0~1%대로 떨어졌고 세수도 줄었다.

우리 경제도 성장률이 2000년대 연 4.7%에서 2010년대 2~3%대로 둔화됐고 오는 2026년부터는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저성장 심화로 소득세․소비세 등 재정수입도 둔화될 전망이라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공공복지지출 급증해 재정지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동일하다.

일본은 고령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연금과 보건의료 등 공공복지지출이 대폭 증가했다. 일본의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율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난 1970년 5.0%에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1994년 12.9%, 초고령사회가 시작된 2006년 17.3%로 상승했고 2009년 20%를 넘었다.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다.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에 이어 지난해 고령사회가 됐고 오는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율은 2000년 4.5%에서 2018년 11.1%로 일본의 고령화에 따른 지출 추이와 비슷하다. 한경연은 앞으로 고령화 진전에 따른 공공복지지출 증가가 재정지출 확대를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부양책을 거의 매년 실시헤도 성장률이 하향돼 재정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일본은 경기침체 탈출을 위해 지난 1992~2002년 경기부양책을 12회 실시하며 공공투자를 확대하고 소비진작을 도모했지만 재정적자만 늘고 성장률 회복에 실패했다. 이 기간 재정이 총 136조엔이 투입됐는데 이 중 59조엔이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쓰였다.

현금과 상품권 배포 대책 등에도 상당액이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부터 추경을 반복해 총 60조6000억원을 투입했고 최근에는 정부총지출(예산)을 지난 2017년 400조5000억원에서 내년 513조5000억원으로 113조원 늘리는 등 재정을 확대 중이다. 하지만 민간경제활력 제고효과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차이점도 있다는 것이 한경연의 설명이다. 일본은 대규모 부채를 안고 있지만 대외금융순자산 세계 1위로 해외자산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해외에 보유한 금융순자산은 지난 2014년 처음 플러스로 전환됐고 꾸준히 증가해 지난 2018년 4129억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은 해외금융순자산을 수십년간 쌓아온 결과, 보유액이 3조813억달러로 압도적인 세계 1위이다. 이는 한국의 7.5배 규모다.

한경연은 "일본경제가 정부 빚이 많지만 해외금융순자산이 막대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채무감당여력이 있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또 양국 모두 경상수지 흑자지만 일본은 외환 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점에서 구성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는 외환을 벌어오는 능력으로 대외자금조달 여력에 영향을 준다. 한·일 모두 수년간 경상수지 흑자를 안정적으로 내고 있는데 흑자의 구성에서 양국이 상이하다.

지난해 기준 일본은 경상수지 흑자 1740억달러 중 해외투자에 따른 배당·이자 등 투자소득을 의미하는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1888억달러로 전체 흑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 764억달러 중 1119억달러가 수출입교역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에서 나왔다

마지막으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엔화와 달리 우리의 원화 지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을 들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인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지만 원화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 국제 금융시장 위험이 커지면 일본에서는 자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엔화가 절상되지만 우리나라는 해외로 자금이 유출되고 원화가 절하돼 외화표시 부채상환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일본이 저성장·고령화·경기부양책 반복으로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국가채무가 급증했는데 우리 경제도 이 같은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나라의 재정과 국가채무가 일본을 따라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이번 분석결과에 대해 “일본은 세계 최대의 해외순금융자산 보유국이고 경상수지흑자가 투자소득 비중이 높아 안정적이며 엔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 대접을 받는 등 경제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며 “우리가 일본처럼 정부 빚을 많이 지면 대외신뢰도와 거시경제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채무가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예산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데 투입되는 지 꼼꼼히 따져보고 예산확대와 관련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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