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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싸지면 뭐하나" 은행 빚 허덕이는 자영업자들


입력 2019.11.06 06:00 수정 2019.11.05 22:23        부광우 기자

4대銀 자영업 핵심 업종 대출 연체율 올해 일제 악화

금리 상당폭 내렸지만…짙어진 불황 그림자에 한숨만

4대銀 자영업 핵심 업종 대출 연체율 올해 일제 악화
금리 상당폭 내렸지만…짙어진 불황 그림자에 한숨만


국내 4대 은행 자영업 핵심 업종 대출 연체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자영업 핵심 업종 대출 연체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들이 기업에게 내준 대출에서 자영업과 밀접한 업종들의 연체율이 올해 들어 일제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의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빚을 갚기 힘겨워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가 꽤 싸졌음에도 불구하고, 제 1금융권 대형 은행에서 돈을 빌린 비교적 안정된 사업주들조차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은 위기감을 한층 키우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개 은행이 기업을 대상으로 취급한 대출 중 숙박·음식업종의 연체율은 평균 0.30%로 지난해 말(0.25%)보다 0.0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연체율은 전체 대출 잔액에서 1개월 이상 상환이 밀리고 있는 금액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아졌다는 것은 그 만큼 빚을 갚는데 곤란을 느끼는 차주들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숙박·음식업 대출 연체율이 같은 기간 0.31%에서 0.37%로 0.06%포인트 오르며 최고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역시 0.25%에서 0.32%로, 국민은행도 0.15%에서 0.22%로 각각 0.07%포인트씩 숙박·음식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했다. 하나은행만 0.30%에서 0.27%로 숙박·음식업 대출 연체율이 0.03%포인트 낮아졌다.

이 같은 숙박·음식업 대출의 연체 정도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장벽으로 인해 최근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업종이라는데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숙박·음식점업 사업체는 76만6201개로 전년 말(74만7577개) 대비 2,5%(1만8624개) 늘었다. 이는 모든 업종을 통틀어 가장 큰 사업체 수 증가 폭이다.

자영업 대출을 둘러싼 우려는 비단 숙박·음식업 만의 얘기가 아니다. 또 다른 자영업 핵심 업종인 도·소매업 대출의 건전성도 나빠지고 있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올해 3분기 말 도·소매업 대출 연체율은 평균 0.36%로 지난해 말(0.33%)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의 도·소매업 대출 연체율이 같은 기간 0.33%에서 0.44%로 0.11%포인트나 상승했다. 하나은행 역시 0.39%에서 0.41%로, 국민은행도 0.24%에서 0.26%로 각각 0.02%포인트씩 도·소매업 대출 연체율이 높아졌다. 우리은행만 0.35%에서 0.34%로 도·소매업 대출 연체율이 다소(0.01%포인트) 낮아졌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의 부채 상환 여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국내 경제 여건이 꼽힌다. 국내외 기관들이 줄줄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1%대로 하향하는 등 경기 침체 신호가 짙어지면서 자영업의 기반인 소비 심리도 크게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의 조사 결과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6에 머물렀다. CCSI는 소비자들이 경기를 어떻게 체감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2003~2018년 장기평균을 기준값 100으로 삼아 산출된다. 이 수치가 100을 밑돌면 장기평균보다 소비자심리가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런 자영업의 실태에 대해 일찌감치 걱정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업황이 부진한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같은 업종을 중심으로 연체 흐름이 상승하고 있다"며 "경기가 더 나빠지면 자영업 업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더욱 염려스러운 대목은 올해 대출 금리가 상당히 내리는 와중에도 자영업 관련 업종의 연체율이 올랐다는 점이다. 이자 부담이 줄었음에도 빚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오히려 늘었다는 의미다.

지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국책·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국내 15개 은행들의 개인사업자 운전자금 대출 금리는 평균 3.76%로 지난해 12월(4.17%)에 비해 0.41%포인트 떨어졌다. 한은이 올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1.25%까지 인하한 만큼,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저렴해진 이자에도 자영업자들이 빚에 허덕이는 이유는 벌이에 비해 대출 규모가 과도하게 확대돼 있어서다. 숙박·음식업의 지난해 말 소득 대비 대출 비율(LTI)은 255.3%로 전년 말(222.1%) 대비 33.2%포인트 급등했다. 도·소매업의 LTI도 같은 기간 239.4%에서 294.4%로 55.0%포인트나 올랐다. 그럼에도 자영업자 대출은 여전히 증가 추세다. 4대 은행의 올해 9월 말 개인사업자 대출은 총 202조3690억원으로 지난해 말(191조6481억원)에 비해 5.6%(10조7209억원) 늘었다.

이처럼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전반기 소상공인 정책평가 토론회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소상공인들이 급격한 최저임금의 인상과 주휴수당 등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적자가 쌓여가는 데도 달리 대안이 없어서 문도 닫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서민 경제의 중심이자 우리 경제의 큰 축인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 마련을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현 정권의 무관심과 무책임 때문에 소상공인기본법 제정 등 소상공인 정책들이 국회에 발이 묶인 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빚으로 구멍을 메꾸며 버티기에 들어가고 있는 사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라며 "제 2금융권이 아닌 시중은행에서 조차 이와 연계된 대출 건전성 악화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한 위험 신호"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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