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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선거법, 문제는 ①] '국물'도 없어지는 비례대표


입력 2019.11.05 02:00 수정 2019.11.05 05:59        정도원 기자

"국민들은 알 필요 없다" 부작용도 '깜깜이'

잔여우선배분·추가배분…의석 얼마될지 몰라

지역구 경쟁력 강한 정당엔 비례대표 없다?

"국민들은 알 필요 없다" 부작용도 '깜깜이'
잔여우선배분·추가배분…의석 얼마될지 몰라
지역구 경쟁력 강한 정당엔 비례대표 없다?


국회 관계자들이 지난 4월 국회본청 의안과 앞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정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규정한 선거법 개정안 접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장도리와 쇠지레로 의안과 문을 강제로 열려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회 관계자들이 지난 4월 국회본청 의안과 앞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정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규정한 선거법 개정안 접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장도리와 쇠지레로 의안과 문을 강제로 열려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내달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은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골자로 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집하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 폐지, 전체 의원 정수 270석으로의 축소를 주장하고 있어 선거제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차가 큰 관계로 부의 전 극적 합의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본회의 부의를 앞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국민에게 얼마나 알려졌느냐는 점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던 지난 3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비례대표 산출 산식(算式)과 관련해 "국민들은 알 필요 없다"는 말을 남겼다. 패스트트랙 지정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처럼 국민이 모르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A당이 총선에서 지역구 100석 당선, 정당투표에서 40%를 득표했다면, 받아야 할 비례대표 20석의 50%인 10석을 배정받아 A당의 의석은 일단 110석이 될 개연성이 있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작 A당이 총선에서 지역구 100석 당선, 정당투표에서 40%를 득표했다면, 받아야 할 비례대표 20석의 50%인 10석을 배정받아 A당의 의석은 일단 110석이 될 개연성이 있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작

패스트트랙에 계류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핵심 단어는 '연동형'이다.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현행 제도는 '병립형'이다. '병립형'에서는 지역구 투표와 비례대표 정당투표가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고 병립(竝立)하지만, '연동형'에서는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의석이 연동(聯動)된다.

A당이 총선에서 지역구 100석 당선, 정당투표에서 40%를 득표했다면, 독일식 순수 '연동형'에 따르면, A당은 지역구 의석 수에 관계없이 전체 의석 300석의 40%인 120석을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제도는 50%만 연동하는 '준연동형'이므로, 받아야 할 비례대표 20석의 50%인 10석을 배정받아 A당의 의석은 일단 110석이 될 개연성이 있다. '개연성이 있다'라고 애매하게 서술할 수밖에 이유는 1차 배분 이후에 다시 잔여 우선배분, 잔여 추가배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민의 뜻에 따른 철저한 상향식 공천으로 지역구에서 100석을 당선시켰는데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정당득표율이 30%에 그쳤다면, 순수 '연동형'에 따르면 90석을 가져가야 하나 국민이 직접 선출한 지역구 당선을 무효화할 수는 없으므로 비례대표 당선자 없이 지역구 100석이 그대로 인정된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작 지역민의 뜻에 따른 철저한 상향식 공천으로 지역구에서 100석을 당선시켰는데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정당득표율이 30%에 그쳤다면, 순수 '연동형'에 따르면 90석을 가져가야 하나 국민이 직접 선출한 지역구 당선을 무효화할 수는 없으므로 비례대표 당선자 없이 지역구 100석이 그대로 인정된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작

G당은 지역민의 뜻에 따른 철저한 상향식 공천으로 지역구에서 100석을 당선시켰는데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정당득표율이 30%에 그쳤다면, 순수 '연동형'에 따르면 90석을 가져가야 한다. 그러나 국민이 직접 선출한 지역구 당선을 무효화할 수는 없으므로 이 경우에는 100석이 그대로 인정된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정당득표율에 따른 배정 의석이 지역구 당선자 수보다 적은 경우, 비례대표를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하는 정당이 나온다. 현행 '병립형'식 관점에 따르면 G당에 투표한 정당투표가 모두 사표(死票)가 되는 셈이다.

이 제도대로라면 지역구에서 경쟁력이 강한 후보자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정당은 되레 비례대표에서 불이익을 보게 된다. 이른바 '○중대'라 불리는 위성정당의 활성화 등 표심 왜곡을 낳을 수 있는 온갖 변칙적 선거전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민봉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른 새로운 의석 배분을 지난 20대 총선에서의 정당득표율이나 최근의 여론조사 지지율에 적용해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스포츠에서 경기 규칙이 바뀌면 선수들의 플레이 양식이 바뀌듯이, 선거제도가 바뀌면 유권자들의 투표행위와 정당의 선거전략도 모두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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