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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끌려만 다니는 정부…스스로 '乙' 자처한 결과


입력 2019.11.03 03:00 수정 2019.11.03 05:29        이충재 기자

조의문 보낸 지 하루만에 '초대형 방사포' 무력도발

'금강산 실무회담' 손 내밀었지만 거부하며 '어깃장'

조의문 보낸 지 하루만에 '초대형 방사포' 무력도발
'금강산 실무회담' 손 내밀었지만 거부하며 '어깃장'


북한의 어깃장에 정부가 속절없이 끌려 다니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압박하기 위한 '위험한 도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며 '비핵화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자료사진) ⓒ청와대 북한의 어깃장에 정부가 속절없이 끌려 다니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압박하기 위한 '위험한 도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며 '비핵화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자료사진) ⓒ청와대

북한의 어깃장에 정부가 속절없이 끌려 다니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압박하기 위한 '위험한 도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며 '비핵화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0일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예상을 깨고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내더니 하루만에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남측을 길들이겠다는 북한의 전형적인 '양면전술'에 우리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더욱이 이번 발사체는 평안남도 순천에서 솟아올라 동해상에 떨어진 남측을 향한 명백한 도발이었지만, 정부는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만 했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위중한 위협은 아니다"고 했다.

'호의'가 계속되니 '호구'가 돼…北 어깃장에 속수무책

정부가 북한의 '갑질'에 끌려 다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요한 조치를 한밤중 불쑥 통보를 해오거나 이미 협의된 내용 뒤집기 등은 문재인 정부들어 일상화됐다.

최근 평양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전은 취재도 중계도 허락되지 않았고, 관중도 없는 '깜깜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국민적 공분이 들끓는데도 정부는 "북한 나름대로 공정성의 조치를 취한 것(김연철 통일부 장관)"고 북측을 두둔했다.

최근 북한의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 통보'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일방적 요구에도 유감표명은커녕 "북측이 요청할 경우 언제든지 협의하겠다", "창의적 해법을 마련하겠다"며 저자세로 일관했다.

결국 금강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회담 제안도 북한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최소한 대화나 협의를 하려면 동등한 입장이어야 하지만,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눈치를 보고, 굴욕적 발언에도 못 본척하면서 '을(乙)'을 자처한 결과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너절한 남측 시설"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금강산 발언이 옳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려는 듯 "북한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임대료도 안 내고 아무것도 안 한 상태지 않느냐(홍익표 의원)"고 주장했다.

더 강력한 무력도발 우려…美 정찰기 띄워 '긴장감'

더 큰 문제는 향후 북한의 대남 압박과 무력도발이 격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 5월 이후 총 12차례 미사일 시험을 했고, 지난 2일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까지 감행했다.

실제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까지 대북제재 완화 등 원하는 것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레드라인'에 근접한 무력도발로 미국을 향한 압박을 가했지만, 제대로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교가 한 관계자는 "무력도발을 통한 압박은 꺼낼 만큼 꺼냈는데 안통하면 그들이 포기할 것인가, 오히려 더 세게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북한에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받아주지 않은 'ICBM 포기 약속'을 도발의 시험대에 올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이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도발이 될 수 있다.

최근 미군이 RC-135U '컴뱃 센트' 정찰기를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하면서 북한의 ICBM 발사에 대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 두고 보자"고 위협했다. "우리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되살리는가는 미국에 달렸다"고도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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