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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 바라보던 정부...올해 수출 플러스 어렵다


입력 2019.11.01 12:40 수정 2019.11.01 15:28        배군득 기자

11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올해 ‘수출역성장’ 최악 성적표

오후 2시 수출점검회의 개최…내년 1분기 플러스 전환에 총력

11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올해 ‘수출역성장’ 최악 성적표
오후 2시 수출점검회의 개최…내년 1분기 플러스 전환에 총력


부산항 감만부두 ⓒ뉴시스 부산항 감만부두 ⓒ뉴시스

수출 부진이 11개월로 늘어났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수출 부진이 올해 한국경제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에 의존하던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하락폭은 3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쯤되면 올해 수출 성적표는 ‘F학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급기야 정부는 올해 수출 회복이 쉽지 않다는 진단을 내렸다. 올해 수출회복을 정부가 사실상 포기 했다는 부분을 시인한 대목이다.

◆빗나간 ‘상저하고’ 전망…내년도 장담할 수 있나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수출 전망에 대해 ‘상저하고’라고 내다봤다. 상반기에 미중 무역분쟁 등이 해소되면 하반기 반도체 회복 등에 힘입어 수출이 회복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중 무역분쟁은 장기전 양상을 띠었고, 영국 노딜블랙시트와 일본 수출규제 등 글로벌 시장이 둔화되며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었다.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작년 말에 올해 수출이 상저하고로 진행 될 것이라고 많은 연구기관과 업계에서 전망 한 바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무역분쟁이라는 대외여건 변화, 노딜브렉시트 등 글로벌 경제가 둔화됐다. 이런 영향들이 크게 작용했다. 또 반도체쪽 가격 전망 부분에 있어 당초보다 가격회복 속도가 더디게 나왔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어 “우리 수출 감소폭이 더 큰 이유는 대중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크고, 반도체 등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은데 기인한다”며 “세계 경기를 이끌고 있는 미국·중국·독일의 경기 부진에 따라 우리나라뿐만 아닐 세계 10대 수출국도 동반 감소 추세”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요 10개국 8월 수출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영국(-16.9%)과 한국(13.9%)이 두 자릿수 감소폭을 이어갔고 반등에 성공했던 중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도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올해 수출동향은 두 번 남았다. 정부는 내년 1분기에 플러스 전환을 자신하고 있다. 11월과 12월 마이너스 수출이 한 자릿수로 줄어야 정부 계획대로 내년 1분기 플러스 전환이 산술적으로 가능하다.

박 실장은 “11월부터 감소폭이 점차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 가격 회복, 미중 무역분쟁 1단계 협상 타결 가능성, 선박·자동차·석유제품 등 수출 증가로 내년 1분기 수출은 플러스 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10월 수출입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10월 수출입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저점 찍었다는 정부…믿는 구석은 '기저효과'

정부는 10월 수출 부진이 저점을 찍었다는 판단이다.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수출이 11월부터 감소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이렇게 자신하는 배경에는 몇 가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수출 부진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기저효과’에 대한 반사 이익이다.

올해 수출 부진은 작년 수출이 워낙 좋았던 탓에 발생한 시각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수출액은 548억6000만 달러로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래 역대 수출 2위 성적이다. 이로 인해 올해 10월 수출이 상대적으로 적게 보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10월 수출액만 보면 올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전체적인 수출 부진에도 수출액이 일정하게 유지하는 부분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정부가 내년 1분기를 플러스 전환으로 자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워낙 부진하다보니 내년부터 이 지표의 덕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0월 수출이 전년대비 14.7%가 감소한 탓에 내년 10월에는 지표가 이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년 초부터 호재로 작용하는 몇 가지 징후도 보인다. 선박의 경우 올해 수주 받은 선박들이 내년 1분기에 풀린다. 자동차는 친환경차 시장 성장으로 특수가 예상된다. 반도체도 회복 시기를 내년 1분기로 잡고 있다. 가격 흐름도 서서히 정상궤도에 진입 중이다.

박 실장은 “3분기 반도체 실적발표를 분석해보면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 줄었지만 매출은 늘고 있다. 국내 업체 재고들이 정상화 단계로 내려와 있다는 것 확인해주는 지표”라며 “낸드플래시 가격은 하락에서 상승국면으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D램 감소폭도 둔화돼 저점단계 놓여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반도체 수요 개선 전망들 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 전망에도 반영 된 것으로 봐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각종 호재가 1분기에 집중되자 정부는 내년 1분기를 ‘터닝포인트’로 잡고 집중 지원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산업부가 1일 오후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여는 이유도 1분기 지원정책 발표가 핵심이다. 여기에는 무역금융 60조원 지원, 수출 마케팅 3524개사 지원, 분야별 수출지원 대책, 수출계약기반 특별보증 확대, 국가개발 프로젝트 보증 등이 담길 예정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수출 물량은 줄지 않고 있다. 반도체 가격하락 추세도 둔화되고 있어 우리 수출은 10월을 저점으로 점진적으로 수출 감소폭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미중 무역분쟁의 1단계 협상 타결 가능성 및 브렉시트 시한 연기와 함께 우리가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반도체 가격 회복, 수주 선박 인도 본격화 등이 뒷받침 된다면 내년 1분기 수출은 플러스 전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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