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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세계 최초 5G에도 LTE폰이 흥행하는 한국


입력 2019.10.31 07:00 수정 2019.10.31 22:22        김은경 기자

LTE 모델로만 출시된 애플 ‘아이폰11’ 예상 밖 흥행

상용화 반년에도 미흡한 5G 커버리지 원인으로 지목

LTE 모델로만 출시된 애플 ‘아이폰11’ 예상 밖 흥행
상용화 반년에도 미흡한 5G 커버리지 원인으로 지목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 '아이폰11' 시리즈가 진열돼 있다. 왼쪽부터 '아이폰11'·'아이폰11 프로'·'아이폰11 프로 맥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 '아이폰11' 시리즈가 진열돼 있다. 왼쪽부터 '아이폰11'·'아이폰11 프로'·'아이폰11 프로 맥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애플 ‘아이폰11’의 예상 밖 흥행에 관련 업계도 놀란 눈치다. 당초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에 롱텀에볼루션(LTE) 모델로만 나온 제품이 국내서 흥행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아이폰11이 선전하자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분석이 쏟아졌다. 하나는 애플 충성 고객층이 여전이 탄탄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완전하지 않은 5G 커버리지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아이폰11 출시 당일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아이폰11이 5G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구매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주변에 실제로 5G폰을 구매한 사람들의 불만 가득한 체험기를 소개하며 “어차피 지금 5G가 잘 터지지도 않는다는데, 1년 동안 제품을 사용하다가 5G망이 다 깔린 시점에서 애플이 출시할 5G폰으로 바꿔도 늦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리 마니아가 많은 애플 스마트폰이라고 해도, ‘LTE가 보편화된 시대에 역행해 3G 전용 모델로 나온 아이폰이 먹힐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그렇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아이폰11의 국내 흥행에는 제품 자체의 높은 완성도나 애플 기기 간의 연동성, 특정 브랜드 선호도 등 다양한 이유가 종합적으로 반영됐겠지만, 만약 아이폰11 출시 시점에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5G 품질이 완성됐다면 지금보다는 흥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일로 미흡한 국내 5G 커버리지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이동통신사 홍보 문구에 으레 등장하는 말이 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경험’이다. 이 경험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5G 기술이 주목받고, 통신장비 수출 등 여러 성과를 이뤄내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다. 여러 글로벌 통신사업자가 국내 기업에 방문해 상용 노하우를 한 수 배우고 갔다는 미담도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 5G폰 사용자는 ‘베타테스터’ 내지 ‘호갱(호구+고객)’이라는 이미지가 점점 더 굳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5G 단말기가 3.5기가헤르츠(㎓) 대역만 지원해 앞으로 28㎓ 대역이 구축되더라도 온전한 5G 성능 구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간 이통사들이 홍보해온 LTE보다 20배 빠른 5G는 사실상 현재 나온 단말기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사실을 접한 소비자들이 “어쩐지 속도는 별 차이가 나는 것 같지도 않은데 통신요금만 자꾸 오르는 것 같다”고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통사들 말처럼 5G 커버리지 확대에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내년에는 5G 전국 커버리지가 완성될 것이고, 지금도 LTE 때보다 구축 속도가 빠르다고 이통사들은 항변한다.

그러나 20배 빠르다는 홍보를 믿은 채 비싼 값을 치르고 5G폰을 구매하고 고가의 5G 요금제까지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이를 이해해줘야 할 의무는 없다. 왜 5G 시대에 LTE폰이 주목받았는지, 하루하루 커버리지가 확대되고 있지만 5G에 품질에 대한 쓴소리가 잦아들지 않는지 5G 상용화 반년, 이제는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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