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88년에 잘 지었으니 지금도 안전하다?”…재건축 퇴짜 ‘올림픽선수촌’ 주민 분통


입력 2019.10.29 06:00 수정 2019.10.28 17:44        이정윤 기자

송파구청에 안전진단 이의신청 제기…“소송전까지 이어질 수도”

설계 당시 내용으로 안전성 판단…진도5 지진에 인명손상 예상

송파구청에 안전진단 이의신청 제기…“소송전까지 이어질 수도”
설계 당시 내용으로 안전성 판단…진도5 지진에 인명손상 예상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단지 모습. ⓒ이정윤 기자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단지 모습. ⓒ이정윤 기자

재건축 시장의 잠룡으로 꼽히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안전진단에서 탈락해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나온 안전진단 결과는 1986년도 아파트 설계 당시 기준으로 평가됐으며, 행정상 여러 오류가 있다는 게 주민 측의 주장이다.

이 단지는 지난 15일 송파구청으로부터 정밀안전진단에서 ‘유지·보수’에 해당하는 C등급 통보를 받으며 재건축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아파트 재건축을 하기 위해선 최소 D등급을 받아야 한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C등급을 받은 주요 원인은 가중치가 가장 높은 구조 안전성 분야에서 B등급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들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상근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재건축 모임(올재모) 회장은 “현재 송파구청에 안전진단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며 “우리가 제기한 의혹이 기술적으로 틀렸다면 수긍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정정보완을 요청하고 소송으로 이어갈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주민 측은 안전진단에서 지진하중 내하력 평가에 1986년 설계 당시 사용한 값이 적용돼 산정됐다고 주장고 있다. ⓒ올재모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주민 측은 안전진단에서 지진하중 내하력 평가에 1986년 설계 당시 사용한 값이 적용돼 산정됐다고 주장고 있다. ⓒ올재모

올재모 측에 따르면 이번 안전진단 결과에서 지진하중 내하력 평가는 1986년도 설계 당시 사용한 값을 넣어 점수가 산정됐다는 것이다. 반면 보강비용 항목은 현행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유 회장은 “1986년 설계에 따라 1988년 준공된 것을 기준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인이 건강검진을 받는데 태어났을 당시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진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토로했다.

또 이 아파트는 콘크리트에 철근 1개가 들어가는 ‘단배근’ 방식으로 시공됐다는 점도 위험요소로 지목된다. 단배근 방식으로 지어질 경우 콘크리트 바닥이 내려앉으면서 벽체를 잡아당겨 건물에 변형이 발생하게 된다.

철근 2개가 들어가는 ‘복배근’ 방식으로 지어지는 대부분의 건물은 바닥이 내려앉으면서 벽체를 잡아당기는 힘을 견디게 된다.

유 회장은 “이번 안전진단 내용을 보면 단배근이 벽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검토됐다”며 “단배근 방식은 5층 이하의 건물에만 쓰이지, 이런 16층 아파트를 짓는 데 적용된 경우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기준으로 설계하는 아파트의 내진등급은 진도 7등급이다”며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진도 5등급으로, 진도 5의 지진에 인명손상, 진도 6은 붕괴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유지·보수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1조8000억원이 드는 유지·보수 작업을 할 경우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는 현재 5540가구를 1만2000여가구로 재건축 하는 공사비가 2조원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올림픽선수촌아파트의 경우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등에 큰 영향을 주면서 재건축 시장 전체 분위기를 흔들 수 있어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정윤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