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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지는 R의 그림자] 금융지주 '갈 곳 잃은 돈' 올해만 10조 쌓였다


입력 2019.10.29 06:00 수정 2019.10.28 17:29        부광우 기자

'부동자금' 현금·예치금 114.5조…상반기에만 9.3조↑

금리 추락에 투자처 찾기 '난망'…수익성 악화 가시화

'부동자금' 현금·예치금 114.5조…상반기에만 9.3조↑
금리 추락에 투자처 찾기 '난망'…수익성 악화 가시화


국내 금융지주 현금 및 예치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금융지주 현금 및 예치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금융지주들이 경기침체 여파로 별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현금이나 예금에 쌓아 두고 있는 부동자금이 올해 들어서만 10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1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가뜩이나 낮은 금리가 더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투자처 찾기가 한층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올해 3분기 실적으로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하기 시작하면서 금융사들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KB·하나·우리·NH농협·BNK·DGB·JB금융 등 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국내 8개 금융지주들이 보유한 현금 및 예치금은 총 114조5070억원으로 지난해 말(105조2440억원)보다 8.8%(9조263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지주들이 갖고 있는 자산을 대출로 내줘 이자를 받거나, 유가증권·부동산 등을 사들이는데 쓰는 등 투자에 활용하지 못한 채, 부동자금으로 들고 있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융사의 자산 중 현금 및 예치금은 이름 그대로 확보하고 있는 자산을 현금 그대로 들고 있거나, 다른 금융기관에 예치금으로 넣어 두고 있는 규모를 보여주는 항목이다.

주요 대형 금융지주들을 살펴보면 우선 신한금융의 현금 및 예치금이 같은 기간 18조3742억원에서 26조1339억원으로 42.2%(7조7597억원)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의 현금 및 예치금은 24조3070억원에서 23조4854억원으로 3.4%(8216억원) 감소했지만 여전히 신한금융 다음으로 많았다.

이어 KB금융의 현금 및 예치금이 20조7350억원에서 22조8887억원으로 10.4%(2조1537억원) 늘며 20조원 대를 유지했다. 반면 올해 금융지주사로 다시 출범한 우리금융의 현금 및 예치금은 18조2294억원으로 우리은행(20조8896억원) 때보다 12.7%(2조6602억원) 줄었다. 농협금융은 12조7775억원에서 25.5%(3조2580억원) 증가한 16조355억원의 현금 및 예치금을 나타냈다.

이처럼 금융지주들이 자금을 투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장기화하고 있는 저금리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낮을수록 금융 상품을 통해 거둘 수 있는 투자 수익률은 낮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금융사들의 자산운용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염려스러운 대목은 투자 여건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안팎의 기준금리가 추가 하락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다. 당장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곤두박질 친 상태다. 한국은행은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글로벌 금리 흐름도 마찬가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2.00~2.2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7월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금리 인하다. 또 올해 들어 전 세계 주요 30개국 중 17개국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정책금리를 내렸고, 그 중 7월 이후에만 15개국이 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좁아지는 투자 길은 금융사들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다. 그 만큼 이전보다 이익을 내기 힘겨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금융지주들의 수익성은 대체로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조사 대상 금융지주들의 지난 6월 말 기준 직전 1년 간 총자산순이익률(ROA)은 평균 0.57%로 전년 동기(0.58%)보다 다소 낮아지는 추세다. ROA는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로, 금융사의 경우 보유 자산을 대출이나 유가증권 등에 운용해 얼마만큼의 순익을 창출했는지를 보여준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전반적인 침체가 심화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투자 시장은 당분간 활로 찾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라며 "제대로 된 투자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단순히 이자 수익에 의존해 왔던 금융사는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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