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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영향력 줄어들라" 오픈뱅킹 시행에 은행들 '촉각'


입력 2019.10.26 06:00 수정 2019.10.26 11:32        부광우 기자

이달 말부터 본격 시행…핀테크 기업 금융 진출 가속

"기존 은행 역차별" 부작용 보완 제도 요구 목소리도

이달 말부터 본격 시행…핀테크 기업 금융 진출 가속
"기존 은행 역차별" 부작용 보완 제도 요구 목소리도


오픈뱅킹 시스템 구조 개요도.ⓒ뉴시스 오픈뱅킹 시스템 구조 개요도.ⓒ뉴시스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 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오픈뱅킹 시행이 임박하면서 은행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쥐고 있는 은행들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아울러 기존 은행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 등 오픈뱅킹으로 인한 부작용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오픈뱅킹 제도 개편을 통해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기반의 공동 결제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API는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이다. 오픈뱅킹은 은행이 보유한 API 연계를 의무화 해 비금융 사업자가 금융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를 가리킨다.

이번에 시행되는 오픈뱅킹은 개별 은행과 별도의 제휴 없이 핀테크 기업에 API 방식으로 자금 이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다만 아직은 금융결제원 규약 개정사항으로 법적 근거가 미약한 상황이다. 이에 향후 금융위원회는 오픈뱅킹의 범위를 확대하고 관련법을 개정해 법제화를 추진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오픈뱅킹의 주요 내용은 공동 결제망의 개편을 비롯, 본인신용정보관리업과 지급지시서비스업의 도입 등을 포함하고 있다. 금융위는 공동 결제망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수수료를 인하하는 동시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과 지급지시서비스업 등을 새롭게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우선 공동 결제망의 이용 대상이 모든 핀테크 기업과 18개 은행으로 확대되고, 수수료도 현행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게 부과된다. 기존 공동 결제망은 소형 핀테크 기업으로 제한되고, 이용 수수료가 건당 400~500원으로 비용 부담이 크다는 지적을 고려한 결정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API를 통한 은행의 자금이체 기능 제공을 의무화하고 은행결제망 이용과 관련한 차별행위를 금지하도록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핀테크 기업은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결제망을 이용하는 구조이며, 앞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핀테크 기업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설명이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의 경우 핀테크 기업이 금융소비자 동의 하에 본인신용정보의 통합 조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현재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인 상태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자는 허가제로 운영되고, 수익 확보를 위해 본 업무 외에 정보계좌업무와 데이터 분석·컨설팅 업무, 투자자문·일임업 등의 부수・겸영업무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지급지시서비스업에 대해서는 핀테크 기업이 결제 자금을 보유하지 않고 계좌정보만으로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추진된다. 더 나아가 은행과의 제휴 없이 독자적인 계좌를 가지고 이체업무를 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이 중기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픈뱅킹의 활성화를 위해 스몰 라이센스 제도 시행도 드라이블 걸고 있다. 금융위는 이를 도입해 인가 단위를 세분화하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동시에 모색하기로 했다. 업무 범위와 리스크 수준 등을 고려, 최소자본금을 낮추고 적용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다양한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오픈뱅킹이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편익이 높아지겠지만, 금융 상품 제조와 판매의 분리가 가속화하면서 은행이 고객 독점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픈뱅킹 시행으로 비금융 사업자가 금융서비스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초기 고객 선점이 중요한 만큼, 1차적으로는 핀테크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다가 결국 은행과 핀테크 기업 간 경쟁으로 옮겨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와중 고객 접점이 개별 은행에서 제 3사업자로 전환되면서 금융 상품의 제조와 판매 분리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다. 오픈뱅킹에서의 성공 요인은 다수의 고객과 높은 사용 빈도, 이용 편의성·간편성 등에 있으며 향후 시간 점유가 경쟁력의 중요한 지표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오픈뱅킹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은행에 대한 규제 역차별을 없애는 등 일관된 규율 체계를 확보해야 하고, 많은 사업자들의 진입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형사만 살아남는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측면을 고려해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이 정보 제공자이면서 시장참여자로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공공재 성격을 가진 오픈뱅킹에 대한 접근성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며 "제 3사업자의 경우 뚜렷한 수익모델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비스 개시에 앞서 사업모델을 점검할 수 있도록 사전 단계를 두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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