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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과중에 직원 자살기도설까지...주금공 '안심전환대출 쇼크' 점입가경


입력 2019.10.25 06:00 수정 2019.10.25 08:13        배근미 기자

익명 커뮤니티에 주금공 안심대출 실태 폭로…"불가능한 실적압박에 분위기 최악"

이정환 사장 "기한 내 처리" 자신 vs 노조 "겨우 7% 처리…더 큰 혼란 초래할 것"

익명 커뮤니티에 주금공 안심대출 실태 폭로…"불가능한 실적압박에 분위기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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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예탁결제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과 관련한 질의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예탁결제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과 관련한 질의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금융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후폭풍이 주택금융공사(주금공) 직원에게 불어닥치고 있다. 최근 신청건수만 63만명이 몰리며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당장 수십만건에 달하는 심사업무가 수 백명 남짓의 주금공 직원들에게 몰리면서 과중한 업무와 이를 강요하는 사측 압박 등으로 내홍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에 주금공 업무실태 폭로…"불가능한 실적 압박, 분위기 최악"

"모두들 알아주세요. 주금공이 '죽음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본인들의 이익에 눈먼 임원들의 욕심으로 23만건의 심사를 두 달 안에 해내야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윗분들은 직원들을 (업무에) 갈아넣고 있고…죽을 것 같습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익명 커뮤니티 앱에 주금공의 현 상황을 고스란히 담은 글이 올라와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자신을 안심전환대출 담당 직원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는 현재의 주금공을 '죽음공'이라고 표현하며 직원들이 느끼는 업무 과부하와 실적 압박 스트레스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전했다.

글쓴이는 안심전환대출 심사 과정 전반에 대해 ‘엉망진창’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처음에는 본사가 심사지원반을 만들어 업무를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팀장 이하 주금공 전 직원들이 본업무를 제쳐둔 채 심사에 나서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대부분 서류보완이 필요하고 콜센터를 통해 접수받은 기초서류들조차 직원들이 하나하나 전화해 받아야 하는 등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두 달 남짓한 심사마감기일에 맞추기 위한 사측 압박이 주금공 직원들을 궁지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심사건수로 직원 등수를 매기거나 뒤쳐진 직원은 불러내 (실적을) 압박하는 행위, 휴가 제출 제한 및 사내 카페 매출 증가에도 ‘직원들이 한가한 모양’이라는 등 망언 등을 서슴지 않았다"며 "비공개 커뮤니티 상에 우울증, 심하게는 자살기도를 했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내부 분위기는 최악"이라고 전했다.

'안심대출' 내달 심사완료 난망…건수 할당·전 직원 투입에 '부실심사' 우려도

이번 사태의 발단은 금융당국이 최근 야심차게 추진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서 비롯됐다. 서민들의 주담대 대출금리 부담을 낮추겠다며 지난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안심전환대출 상품은 총 20만건(20조원 규모)을 목표로 출시됐으나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몰리면서 63만건(74조원)이 접수됐다. 금융위는 오는 11월 말까지 대상자들에 대한 대환 진행 여부를 확인하고 대출조건을 안내하겠다며 공언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은행들에 업무가 분산됐던 과거와 달리 심사인력이 150여명(총직원 600명)에 불과한 주금공이 이번 대환심사를 전담하게 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신청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몰리면서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더라도 일단 신청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한 부분 역시 직원들의 부담으로 남았다. 노조 측은 안심대출 신청 건수(24만 건)가 처리가능물량의 6배를 넘긴 상황에서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당초 계획했던 2달 내 심사 완료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심사에 주금공 전 직원이 동원되면서 심사 경험이 전무한 직원들까지 해당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사인력 가운데는 전산부서와 연구소, 감사실 등 대출심사와 무관한 부서 직원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석 주금공 노조위원장은 "경험이 전무한 직원들이 경영진의 압박에 쫓기다보면 심사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위와 주금공 등 당국이 대출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힘없는 직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환 사장 "기한 내 처리" 자신 vs 노조 "이제 겨우 7% 완료…현실적 대안 내놔야"

한편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주금공 노조 뿐 아니라 상급단체인 금융노조 역시 성명을 내고 금융당국의 급박한 정책상품 출시 및 금융위 산하기관인 주금공의 과도한 업무 압박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제물로 삼아서는 안된다"면서 "업무부하 분산 및 실현가능한 수준의 계획조정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과 주금공의 적극적인 개선 조치를 주문했다.

최근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번 안심전환대출 심사 전반에 대한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장에서 "주금공의 수요 예측이 빗나가 예상보다 많은 신청이 들어온 데다, 제 기간에 심사를 끝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며 "노동자들을 쥐어짜거나 부실심사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정환 주금공 사장은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며 기한 내 심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노조 측은 영업일수가 채 3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대략 7%만 완료한 현 시점에서 지금이라도 심사 간소화 및 인력 충원 등 특단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영석 위원장은 "지금이야 대다수 신청자들이 일단 기다리고 있는 상태지만 심사시한인 11월 말이 다가올수록 연락을 받지 못한 이들의 민원이 빗발칠 것임은 명백하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주금공 직원들의 혼란을 넘어 더 큰 시장 혼란과 파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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