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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수부' 임직원과 스킨십 "지난 10년간 정체…과격하게 변해라"


입력 2019.10.22 16:29 수정 2019.10.22 16:39        박영국 기자

"미래 모빌리티, 자동차 50%·플라잉카 30%·로보틱스 20%로 바뀔 것"

"수기결제 싫어…파워포인트 필요 없다. 업무 효율성 최대화"

"미래 모빌리티, 자동차 50%·플라잉카 30%·로보틱스 20%로 바뀔 것"
"수기결제 싫어…파워포인트 필요 없다. 업무 효율성 최대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지난해 9월 그룹 내 다른 부회장들보다 한 단계 위로 직급이 상승하면서 그의 직함은 상당히 길어졌다. 번거로움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애칭은 ‘수부’다. 보통은 그가 없는 자리에서 3인칭으로 사용되는 직함이지만, 임직원들이 그를 눈앞에 두고 ‘수부’로 부르는 일이 벌어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임직원 약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다. 양재동 본사, 연구소, 영업본부, 공장 등 전국 주요 사업장에도 생중계 돼 자리를 같이 하지 못한 임직원들은 자율적으로 시청했다.

타운홀 미팅은 다양한 주제로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회사의 방향성을 공유하는 수평적 기업 문화의 일환으로 마련된 자리로, 이번 타운홀 미팅은 지난 3월과 5월 '자율복장'과 '미세먼지 저감'을 주제로 열린 이후 세 번째다.

이날은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를 주제로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참석, 직원들과 즉석 문답을 주고받고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참석 임직원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셀카를 함께 촬영하는 등 격의 없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특히 직원들은 정 수석부회장을 애칭인 '수부'라고 부르며 대화 과정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타운홀 미팅의 가장 큰 주제는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방향성과 현대차그룹의 미래였다.

'정 수부'는 “앞으로도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정도고, 나머지 30%는 개인용 비행차(PAV, private air vehicle),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현대차그룹은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 걱정" 직원에 "앞서가는 솔루션 내놔야 고객 선택 받을 것"

그는 현대차그룹의 주력 사업인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해 “고객 중에서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공간적, 시간적으로 사람과 사람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는데, 특히 가상(virtually)이 아닌 실제(actually) 연결이기 때문에 안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과 사람을 내가 원하는 곳까지 물리적으로 이동 시켜야 하고, 기본적으로 안전을 바탕으로 두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이라며 “사람과 사람이 가상이 아니라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하고 기쁨을 나누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는 한 직원의 질문에 '정 수부'는 “미래 자동차 업계에서 사라지고 없어지는 회사가 많아질 것”이라며 “그 중에서 살아남고 경쟁력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한데, 차만 잘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서비스 등 앞서가는 솔루션을 내놔야 고객이 우리 차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를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 방식이나 기업 문화 변화에 대한 질문들도 이어졌다.

'정 수부'는 업무시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효율성’을 꼽았다. 그는 “회사란 이익도 내야 하고, 회사가 해야 할 책임이 많기 때문에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직원이 보고문화의 개선으로 업무 효율이 높아진 것을 체감한다면서 '정 수부'도 결제판 수기결재를 사용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지금도 안하고 예전부터 싫어했다.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메일로 전달할 내용 전달하고, 화상으로도 얘기한다. 얼굴을 맞대고 앉았을 때 쓸 수 없는 얘기나 깊은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주앉아 설명하는 것은 제발 하지 말아라. 메일 보낼 때도 파워포인트 넣는 것은 안 했으면 한다. 보내는 이도 읽는 이도 힘들다. 몇 줄이라도 뜻만 전달되면 된다. 효율적이고 빠르고 뜻만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추구했으면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변화의 종착역은 적재적소에 최적 인원 배치"

'정 수부'가 그룹 총괄을 맡으면서 급격하게 이뤄진 변화에 대한 얘기도 오고갔다.

'정 수부'는 “과거 5~10년간 정체가 됐다고 자평한다. 세계의 트렌드가 바뀌어나가는데 변화하는 것은 우리가 좀 모자라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좀더 과감한 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변화라는 것이 모든 것이 업무 능력 창출을 위해 포커스를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외국인 직원은 '정 수부'가 체감하는 변화의 정도를 묻기도 했다. 이에 '정 수부'는 “갑자기 과격하게 변화하면 피로할 수 있지만, 필요에 의해 변화 중이다. 변화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고 지금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앞으로 기업문화가 더 크게 변할 것임을 암시했다.

특히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 능력을 200~300% 발휘토록 하는데 모든 포커스를 맞춰 변화할 것”이라며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고, 다른 회사와의 경쟁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잘 되려고 하는 것이다. 여러분의 생각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녹아 들어 고객이 만족할 수 있게 하는, 모든 것이 이를 위함이고 이를 위해 과격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한 직원이 ‘변화의 최종점이 어디냐’고 묻자 '정 수부'는 “본인이 정말 좋아서 일을 하고 자기 직책이나 업무에 대해 100% 만족하는 분 손들어 달라”고 주문한 뒤 “적재적소에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50% 이상이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에 재미, 만족할 경우는 개인적으로 (변화에 대한) 만족을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언제가 될지 약속할 순 없지만 이러한 방향으로 드라이브를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신규 브랜드 비전인 '인류를 향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에 대한 질문에 '정 수부'는 “사람과 사람을 이동시켜 공간적으로 만나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중요하고, 모든 서비스 제품이 사람을 위한 것”이라며 “단순 이동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이 중요. 결국은 사람, 친구, 동료 이 모든 옆에 있는 분들을 위한 것이 우리 사업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위한 서비스,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 휴머니티라는 말이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창의성 발휘 여건이 미래 사업 좌우"

'정 수부'는 창의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을 잘못 받아 왔다. 회사에서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미래의 사업은 우리가 얼마나 남들과 다른 생각을 만들어내고, 이를 실행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실행할 수 있는 조직, 일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해내는 것이 나의 꿈”이라며 “우리나라 민족, 우리나라 사람, 여러분 모두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발휘를 못한다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결국 그 틀을 깨어나는 것이 우리 회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을 한다면 다른 회사가 될 것이고, 못한다면 5등, 6등 위치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자동차 볼륨으로 1등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기업문화가 진보적으로 나가서 그 면에 있어서 1등을 하는 것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회사가 되고, 그러는 것이 가장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정 수부'의 신상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그는 ‘외부에서 겸손, 소탈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데, 전략적으로 외부인들과 SNS, 토크쇼, 예능에 출연해 당사의 비전을 말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투자자에게는 의무이기 때문에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내부에 충실해 우리가 제품과 서비스로 보여주는 게 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질문에는 “잘 자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술 마셔서 풀리지는 않는다. 운동하면서도 많이 푼다. 맛있는 것도 먹는다. 별다른 특별한 기술은 없다”는 답을 내놓았다.

'정 수부'의 올곧은 인격 형성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진 고 정주영 명예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는 “건강하시라.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좋은 생각이 나온다. 단순하지만 힘든 일이다. 거창하게 성경 말씀, 논어, 맹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항상 건강하고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 그러다 보면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긍정적인 생각이 많은 일을 풀어가게 한다”고 답했다.

이어 “몸과 마음이 건강하면 못할 것이 없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 즐겁고 효율적으로 해서 자기만족이 되도록 하는 게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SNS에 올리려 사진 찍는다는 게 정말인가?" 직원들에 질문도

'정 수부'는 이날 청년 세대의 고민을 담은 책 ‘그러니까…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의 일독을 직원들에게 권하고 의견을 묻기도 했다.

그는 “청년세대 43명이 기성세대에게 글을 쓴 것으로, 서로 이야기하는 방식, 성 사랑 가족 명절 행복 등에 대해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와 생각이 다르고, 이런 부분에 대해 쓴 책”이라고 소개한 뒤 “여러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생각일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특히 “책 내용 중 청년세대들은 현실에서 그 순간을 즐기기보다 SNS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는 내용 있다”면서 이게 맞는 것인가 틀린 것인가 질문을 던졌다.

또 “기성세대가 꼰대라는 소리 안 들으려고 노력한다는 내용도 있던데, 저도 제 아이들에게 꼰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또 이제 나중에 아이들도 꼰대가 되는거죠?”라면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느껴야 할지 궁금하다. 왜냐면 이런 것들이 회사 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수부'는 “사회적인 통념으로 문화를 흡수를 하지만 회사에서는, 일하는 공간에서는 좀 더 다른 문화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책을 보내드릴 테니 읽고 느낌을 저에게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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