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황당 축구, 남북 스포츠교류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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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황당 축구, 남북 스포츠교류 조심해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남북 관계 경색때 억지로 스포츠 교류 밀어붙이는 것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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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10-19 07:00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남북 관계 경색때 억지로 스포츠 교류 밀어붙이는 것 조심

    ▲ 지난 15일 오후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북한 경기가 열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평양 남북 축구 대결에 공분이 쏟아진다. 명색이 월드컵 예선인데도 불구하고, 생중계도 없고 관중까지 없는 경기는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북한이 얼마나 황당한 체제인지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계기였다.

    북한 선수들의 공격적인 경기 운용도 문제다.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한 선수들이 거칠게 나왔다고 한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에게 북한 측 인사들이 보인 적대적인 태도도 문제다. 남북 경기에는 그래도 동족 간의 만남이라는 낭만적인 기대감이 있는데, 북한 측 인사들은 이번에 우리 선수들에게 아주 냉랭했다고 한다.

    이러니 북한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인터넷이 들끓었다. 북한과 더 이상 교류할 필요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때로는 스포츠 교류가 적대적인 두 나라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북한과의 스포츠 교류에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피파 회장이 2023년 여자 월드컵의 남북한 공동 개최를 제안한 것도 그런 스포츠 교류의 의미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축구를 통해 평화협력의 물꼬를 트자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 평양 남북 축구 사태를 보면, 남북 간의 스포츠 교류가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평화협력의 물꼬를 트는 게 아니라 감정의 골만 더 깊게 만들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이다.

    북한의 자존감이 너무 낮다. 남한에 대한 열패감이 크다. 그러니 예민하다. 지는 걸 못 참는다. 매사에 다 이기려고 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존심이 강한 법이다. 그래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을 상대할 땐 그의 예민한 자존심을 세워주느라 고생한다.

    우리도 북한과의 운동 경기에 예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80년대엔 북한과의 경기는 녹화만 한 다음, 이겼을 경우에만 방송하기도 했다. 운동경기에서 지면 체제경쟁에서도 지는 거라며 자존심을 세웠다.

    90년대 이후, 우리가 북한을 완전히 앞섰다고 스스로 확인한 다음부터 우리에겐 여유가 생겼다. 운동경기 정도는 져도 개의치 않는다. 남북 간의 교류에 더 의미를 둔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자신감이 커질수록 더 열패감에 젖어, 여유가 하나도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조바심이다. 경기에 지면 체제가 지는 것이고 수령의 망신이라고 벌벌 떤다.

    그래서 이번에 관중도, 취재진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북 축구팀 간의 실력차가 분명하고, 한국팀이 직전에 스리랑카를 8:0으로 제압하며 위력과시를 했기 때문에 공개 망신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절대로지지 않을 필살기로 거친 몸싸움, 기싸움을 채택해 칼을 갈았을 것이다.

    그 결과 무관중 황당 축구, 전쟁 같은 비매너 축구가 탄생했다. 북한과의 섣부른 스포츠 교류는 이런 모습을 반복할 수 있다. 그때마다 한국의 국민감정이 악화될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스포츠에도 투사하는 전체주의 체제다. 우리나라에선 정치적으로 불편해도 스포츠에는 영향이 없다. 북한에선 노골적으로 영향이 미친다.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이 이번에 북한 측 인사들의 적대적인 태도로 나타났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여론이 이런 북한의 황당, 비매너, 적대적인 태도를 관용해줄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분이 들끓는다.

    이러면 정치적 상황이 안 좋을 때 스포츠 교류로 화해 물꼬를 트는 게 아니라, 나쁜 정치 상황이 스포츠에도 투사돼 대립을 더 강화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그러니, 북한과의 스포츠 교류에 조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북한팀과의 마찰을 피하려면, 몸싸움이 나타날 종목의 남북경기는 원천적으로 피하는 게 좋겠다. 월드컵 예선과 같은 국제대회에선, 조 편성을 달리 해달라고 국제협회에 요구하는 방안이 있다. 과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악화됐을 때 챔피언스리그 대회에서 두 나라의 클럽을 서로 다른 조로 분리시킨 전례가 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됐을 때 억지로 스포츠 교류를 밀어붙이는 것도 조심할 일이다. 국제대회 공동 개최도 혹시 그것이 북한의 비상식적 체제가 부각되는 계기가 된다면 남북 협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예민한 ‘막가파’ 파트너와 함께 가려니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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