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금투업계 힘 모은 애국상품 출시···‘관제펀드’ 논란 비켜갈까


입력 2019.10.16 06:00 수정 2019.10.16 07:29        백서원 기자

소재·부품·장비 지원 펀드 또 나온다…금투협 주도 출시

일각 “정치적 목적” 우려…사모재간접펀드 성과도 의문

소재·부품·장비 지원 펀드 또 나온다…금투협 주도 출시
일각 “정치적 목적” 우려…사모재간접펀드 성과도 의문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지원에 재계 및 금융계도 발을 맞추고 있다. 이번에는 금융투자협회가 업계와 협의해 소부장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투자 재간접펀드를 출시한다.ⓒ금융투자협회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지원에 재계 및 금융계도 발을 맞추고 있다. 이번에는 금융투자협회가 업계와 협의해 소부장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투자 재간접펀드를 출시한다.ⓒ금융투자협회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지원에 재계 및 금융계도 발을 맞추고 있다. 이번에는 금융투자협회가 업계와 협의해 소부장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투자 재간접펀드를 출시한다. 다만 이를 협회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관제 펀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펀드’에 이어 또다시 출시된 ‘애국펀드’ 출시 배경을 놓고 업계의 뒷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4일 소부장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해당 펀드를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앞서 8월 출시된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펀드’에 이은 두 번째 ‘소부장’ 펀드다.

금투협이 주도해 이러한 펀드를 출시하는 것은 최초다. 특히 기존 소부장펀드와 달리 비상장기업의 자금 지원을 주된 목적으로 했다.

성인모 금투협 전무는 “일반 국민이 쉽게 투자해 우리기업의 성장 과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공모펀드로 설정하고 이 펀드자금이 사모펀드를 통해 상장 기업뿐만 아니라 대출이 쉽지 않는 역량 있는 중소기업에도 효율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공모펀드가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사모투자 재간접펀드로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기는 3년으로 청약을 받은 뒤 모집 마감해 폐쇄형으로 운영된다. 펀드 설정 90일 이내에 거래소에 상장시켜 환금성을 높일 방침이다. 최근 사모투자 재간접 펀드 최소 투자금액(500만원) 규제가 폐지돼 소액으로도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이 펀드는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700억원을 모으고 산업은행이 출자한 한국성장금융이 30%인 300억원을 후순위로 투자할 예정이다. 30%의 손실이 나면 후순위로 투자한 한국성장금융이 떠안게 된다.

김태수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실장은 “30%까지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저희 펀드가 먼저 손실을 입는데, 출자분만큼 공모 민간들이 손실을 부담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었다”면서 “대신 이익에 대해선 구체적인 협의를 해야 하겠지만 좀 더 가져가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모펀드 신상품은 이르면 다음 달 출시된다. 금투협은 이달 중으로 공모 운용사 2~3곳을 선정하고 다음 달 말쯤 일반인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할 계획이다. 공모 운용사와 한국성장금융이 오는 12월에 5곳 이상의 사모펀드 운용사를 선정한다. 성 전무는 “나름대로 관심을 갖고 있는 공모운용사 및 사모운용사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펀드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설정되고 있다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앞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소부장 기업 대다수가 비상장사인만큼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 전무는 이번 상품 출시에 관해 “일본의 화이트규제와 연결해서 우리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자본시장이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 또 소부장 기업에 대한 투자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의 역할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라며 “한일 갈등 얘기가 나왔을 때 저희가 업계와 무엇인가를 해보자고 조용히 수요조사를 해온 사안”이라고 했다.

펀드 운용사들의 피로감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에 나온 사모재간접펀드 대부분이 수익률 고전을 겪고 있는 데다 관제 투자라는 리스크까지 더해진 것”이라며 “정권마다 만들어진 관제형 펀드 대다수가 흐지부지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해 1월 코스닥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코스닥벤처펀드’는 세제 혜택 등에 힘입어 출시 한 달 만에 설정액이 2조원을 넘기는 등 인기를 끌었다. 이후 코스닥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현재는 설정액 5000억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그는 또 “투자 압박을 떠나 운용사들이 모험을 감행하고서라도 대외신인도가 낮은 업체들에 투자해 자금 지원한다는 취지가 빛을 본다면 좋겠지만 그간 이런 류의 펀드들은 설정 목적을 쉽게 상실해왔다”고 지적했다.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코스피 대형주 투자 비중을 늘려 펀드 취지와 엇나가는 사례가 많았다는 의미다.

필승코리아펀드의 경우 종목별로 삼성전자, LG화학, SK하이닉스, 현대차, 삼성SDI 등 5개 대형주가 40% 이상을 차지한다. 소부장 등 코스닥 종목 비중은 30% 정도다. 최근에는 펀드 가입자의 34%가 농협은행 임직원인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신동준 금투협 자산운용서비스 본부장은 필승코리아펀드와의 차별성에 대해 “이 펀드는 투자금이 사모펀드를 통해 해당 회사 주식 등에 직접 들어간다”며 “소부장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효과나 시차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진행이 될 수 있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