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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은행 상품…펀드 절반 연 수익률 '마이너스'


입력 2019.10.16 06:00 수정 2019.10.16 05:14        부광우 기자

은행서 판매된 펀드들 중 47.5% 최근 1년 간 '손실'

SC제일은행 -3.27% '최저'…DLS 쇼크 속 불신 확산

은행서 판매된 펀드들 중 47.5% 최근 1년 간 '손실'
SC제일은행 -3.27% '최저'…DLS 쇼크 속 불신 확산


국내 은행별 판매 펀드 최근 1년 수익률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별 판매 펀드 최근 1년 수익률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이 판매한 펀드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최근 1년 동안 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생결합증권(DLS) 쇼크의 충격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와중, 은행 투자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으로 국책·인터넷전문은행 등을 제외한 국내 15개 은행에서 팔린 총 9302개의 펀드들 가운데 지난 1년 간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품은 47.5%(4414개)로 집계됐다. 이는 적어도 한 곳 이상의 은행에서 매매된 펀드들 중 잔액이 있는 상품을 모두 분석한 결과로, 각 펀드의 순자산 규모를 가중치로 적용해 산출됐다.

즉, 은행에서 팔린 펀드 상품들 중 절반 가까이는 최근 한 해 동안 가입 고객들에게 수익은커녕 손해를 안기고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대형 펀드로 갈수록 다소 사정이 나았지만, 여전히 상당수가 손실을 보고 있었다. 은행에서 판매된 순자산이 1000억원을 넘는 펀드 232개 중에서도 3분의 1이 넘는 34.1%(79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이런 대형 펀드들 가운데서도 가장 손실률이 큰 상품은 KB자산운용이 운용을 맡고 있는 'KB스타코스닥150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파생형)A클래스'로, 최근 1년 수익률이 -34.07%에 달했다. 이 펀드의 잔여 순자산은 1249억원으로, 전체 은행 중 KB국민·KEB하나·NH농협·SC제일·Sh수협·BNK부산·BNK경남·DGB대구·전북은행 등 9곳이 취급한 상품이다.

그 다음으로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의 같은 기간 수익률이 -25.87%로 낮았다. 이 상품의 운용사는 NH아문디자산운용으로, 남아 있는 순자산은 3361억원이다. 이를 판매한 은행은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수협·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은행 등 11곳에 이른다.

역시 NH아문디자산운용이 운용사인 NH-Amundi 'Allset성장중소형주증권투자신탁[주식]ClassA1'의 수익률이 -23.69%에 머물며 뒤를 이었다. 이 펀드의 순자산은 1254억원으로,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부산·전북은행 등 7개 은행에서 판매됐다.

또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증권투자신탁(주식)종류C'의 수익률도 -21.70%로 마이너스 20% 미만을 나타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운용하고 있는 이 상품의 순자산은 2704억원으로,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수협·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 등 12곳에서 판매됐다.

은행별로 보면 이처럼 저조한 펀드 실적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은행들이 취급한 펀드들을 판매사에 따라 나눠 봐도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를 가리켰다. 그 중에서도 SC제일은행이 판매한 펀드들의 최근 1년 간 평균 수익률이 -3.27%로 제일 낮았다. 해당 수익률이 -3%를 밑도는 은행은 SC제일은행뿐이었다.

이밖에 전북(-2.78%)·광주(-2.75%)·경남(-2.64%)·수협(-2.56%)·제주(-2.51%)·농협(-2.42%)·하나(-2.21%)·대구(-2.07%)·국민(-2.06%) 등 대부분 은행들이 -2%대의 펀드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밖에 부산(-1.76%)·기업(-1.62%)·우리(-1.54%)·신한(-1.33%) 등이 -1%대를, 한국씨티은행이 그나마 가장 높은 -0.4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펀드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주식 시장 불황이 꼽힌다. 주식형 상품은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하는 채권형 등보다 펀드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위험으로 인해 수익률 등락도 커서다. 증시 여건이 펀드 전체 성적표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인 이유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간인 올해 9월 말부터 이전 1년 동안 코스피 지수는 2343.07에서 2063.05로 12.0%(280.02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도 822.27에서 621.76로 24.4%(200.51포인트) 급락했다.

문제는 DLS 사태를 계기로 은행들이 파는 투자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와중 펀드들의 수익률도 고꾸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은행들을 둘러싼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펀드 수익률 악화는 은행들에게 새로운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최근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가 커지며 논란이 되고 있는 펀드는 독일과 영국 등의 채권 금리와 연계된 DLS다. 이들 국가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금리가 예상과 달리 급락하자 약정대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이 8224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하면서, 손실률이 56~9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우리은행이 4012억원, 하나은행이 3876억원 등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속속 상품들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파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근래의 금융 시장 여건 상 펀드 수익률 부진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은행이 단기간 상품 판매 수수료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리스크가 큰 상품을 고객들에게 너무 쉽게 권하는 풍토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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