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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해외 원정까지 나가 조선업 운명 뒤흔드는 노조


입력 2019.10.15 07:00 수정 2019.10.14 18:01        조인영 기자

국내 넘어 해외 원정으로 대우조선 매각 반대 나서

임단협·차기 집행부 선출 앞두고 세력 결집 위한 '여론전' 의구심

국내 넘어 해외 원정으로 대우조선 매각 반대 나서
임단협·차기 집행부 선출 앞두고 세력 결집 위한 '여론전' 의구심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12일 오전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 진입을 막기 위해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12일 오전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 진입을 막기 위해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 '빅2'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간 기업결합 발표 이후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노조는 합병을 반대하며 연일 파업으로 실력 행사를 하는 것은 물론,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로 달려가 승인 불허를 촉구하기도 했다. 잦은 파업으로 국내 여론이 돌아서자 최근엔 해외 원정까지 나섰다.

‘원정투쟁단’을 결성한 노조는 이달 초 가장 까다로운 심사국으로 알려진 유럽연합(EU) 경쟁총국으로 날아가 의견서를 건넸다. EU에서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노조측은 설명하지만 이 같은 일련의 행동들이 기업결합 심사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대다수다.

각국에선 두 회사의 합병이 시장 경쟁을 저해할 것인지를 따지는 것이지 노조에서 말하는 인력감축, 협력사 문제까지 들여다 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노조는 굳이 해외까지 나간 것일까.

'전체 노동자가 주체가 돼 매각투쟁에 나선다면 불리한 여론과 국민들의 마음도 분명 우리에게 돌아설 것을 확신한다.' 얼마 전 대우조선 노보에 게재된 말이다. 노조가 법적, 제도적으로 매각을 저지할 방법은 없다. 매각 당위성 측면에서도 노조가 가진 반대 명분은 희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여론전뿐이다.

하지만 노조가 자인했듯 매각 반대 투쟁에 나선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우조선은 최적의 매각 타이밍을 맞았다. 전성기 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흑자를 내고 있고 인력 조정도 어느 정도 정리됐다. 이번 합병은 중복 투자 제거, 출혈 경쟁 지양 효과로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를 불러올 수 있다.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고용 안정'이 이번 결합의 가장 긍정적인 시너지다. 현대중공업은 기업결합 발표 당시부터 일감확보로 고용안정에 최우선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위해 수조원의 혈세가 쏟아 부어지는 상황을 지켜 본 국민들의 입장에서 더 이상의 혈세 투입을 막으면서도 고용을 안정시키기 최선의 방법인 기업 결합에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노조를 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이런 불리한 여론을 뒤집기 위해 이슈를 키우겠다는 게 노조의 속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2019년 임금·단체협상을 아직까지 진행중이며 차기 집행부 선출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번 여론전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지 못하면 역풍을 피하기가 어렵다. 결국 자신들의 ‘세력 결집’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노조를 ‘매각 반대 해외 원정 투쟁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끌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노조가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일이다. 이를 위해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 모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투쟁’이 아닌 ‘조선업 발전을 위한 협조적인 자세’다. 그래야만 국민들도 고급 조선 인력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자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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