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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에 민낯 드러낸 보건당국, 식약처 앞으로 남은 과제는


입력 2019.10.08 15:33 수정 2019.10.08 15:43        이은정 기자

식약처 허술한 안전관리·늑장대응 비판

혼쭐난 이의경 식약처장 진땀

식약처 허술한 안전관리·늑장대응 비판
혼쭐난 이의경 식약처장 진땀


7일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예고됐던 대로 여야 의원들의 식약처를 향한 질책과 쓴소리가 쏟아졌다. ⓒ뉴시스 7일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예고됐던 대로 여야 의원들의 식약처를 향한 질책과 쓴소리가 쏟아졌다. ⓒ뉴시스

7일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예고됐던 대로 여야 의원들의 식약처를 향한 질책과 쓴소리가 쏟아졌다.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으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정책감사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국감장에선 발사르탄 사태와 동일한 NDMA 검출로 논란을 가져온 라니티딘 사태에 대한 후속대책을 시작으로 인보사 등 국민 건강과 직결된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먼저 최근 벌어진 라니티딘 사태와 관련해 식약처의 위기 대응 능력이 질타를 받았다. 그동안 살충제 계란, 발사르탄, 인보사, 인공유방 사태 등을 겪었음에도 안전관리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건강과 안전, 생명과 직결되는 기관은 위기 상황에 대한 관리를 잘해야 한다"며 "식약처가 유럽 EMA나 미국 FDA 한국 출장소는 아니지 않나. 자체적으로 국민 생명을 지킬 수 있어야 하는데 언제까지 외국 기관이 지적하면 뒤늦게 조사하는 후속 조치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기 의원은 "외국 기관에 비해 절대적으로 인력, 예산이 부족하고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기응변식으로 대책 나열하는 것이 식약처가 할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식약처의 전문인력 부족 문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인력 부족 탓에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까지의 기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지체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미국, 일본, 호주 등 해외에선 제약바이오 업체의 의약품 임상시험계획 신청 후 승인까지 한 달 정도 걸리는 반면 국내에선 1년 넘게 지체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최근 3년 동안 식약처의 임상 승인이 가장 늦게 떨어진 경우는 421일이었고, 임상 1상을 승인받기까지 최대 303일 지체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임상 1상은 시험 전 과정 중 가장 간단한 과정임에도 국제 기준에 비췄을 때 식약처의 심사에 과도한 기간이 소요돼 제약바이오 업체가 신약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승인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로는 의약품 심사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점을 지목했다. 식약처는 의약품 심사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투입돼야 하는 의사의 정원을 25명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현재 재직 중인 의사는 11명으로 절반 이상 부족하다.

2015년~2019년 6월 제약바이오 업체가 식약처에 의약품 임상시험을 신청했다가 자진 철회한 숫자도 297건에 달했는데, 느린 승인 시점과의 연관성이 있다고 봤다.

인보사 투약 환자 장기추적조사 등 후속 조치 더뎌

이번 국감의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올해 3월 터진 인보사 사태였다. 이날 국감에서는 인보사 사태에 대한 식약처의 늑장 대처와 환자 장기추적조사 등 후속조치 미흡 등이 지적됐다.
 
정춘숙 의원은 "인보사 허가는 손문기 처장이 퇴임하는 날 매우 이례적으로 근무시간 외에 일사천리로 허가가 났다"며 "1차 약심에서 반려되면 다시 허가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의문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또 "식약처의 늑장대응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닌가"라며 "코오롱이 유선으로 세포가 바뀌었다는 결과를 보고받은 날에도 인보사를 11명의 환자가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한 달이 넘어서 조치가 이뤄지면서 더 많은 환자들이 인보사를 투약받았다. 선제적 조치를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식약처가 환자 장기추적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는데 식약처가 진행하는 부분이 너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투여 환자들은 어떤 정보도 듣지 못했다며 답답한 심정을 호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환자 장기추적조사 지연에 대한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장기추적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환자 안전관리 대책이 조금 지연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심평원 청구 자료 2300건과 건강검진 1800건을 의뢰해 분석을 진행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장기추적조사가 미진한 건 사실이지만 연말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들이 개별 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라 관리감독을 못한 식약처와 보건당국의 시스템 문제라는 점이 드러난 국감”이라며 “식약처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남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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