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부진의 늪' 빠진 지방은행들, 출구 찾기 '골몰'


입력 2019.10.09 06:00 수정 2019.10.08 21:17        부광우 기자

몇 년 새 수익성·건전성 모두 시중은행에 역전 허용

지역 경제 침체 '역풍'…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 시급

몇 년 새 수익성·건전성 모두 시중은행에 역전 허용
지역 경제 침체 '역풍'…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 시급


국내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 총자산순이익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 총자산순이익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지방은행들의 부진이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중은행들보다 높은 수익성을 자랑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역전을 허용한 채 뒷모습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역 경제 침체와 디지털 금융 확대, 규제 변화 등 각종 요인들이 지방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지역 금융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은행들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55%로 시중은행들(0.62%)에 비해 0.07%포인트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ROA는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다. 일정 기간 순이익을 총 자산으로 나눠 계산한 수치로, 금융사의 경우 보유 자산을 대출이나 유가증권 등에 운용해 얼마만큼의 순익을 창출했는지를 보여준다.

지방은행의 수익성이 시중은행에 뒤처진 것은 근래의 일이다. 2년 전인 2016년만 해도 지방은행들의 ROA는 0.57%로 시중은행(0.43%)들에 비해 0.14%포인트 높았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7년 지방은행의 ROA가 0.52%로 0.05%포인트 떨어지는 사이 시중은행의 ROA는 0.58%로 0.15%포인트 오르면서 역전을 허용했고, 지난해에는 간격이 더욱 벌어졌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에서도 지방은행들은 더딘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2015년부터 시중은행보다 나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이 내준 전체 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이 비율이 높을수록 고객에게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2014년 말 지방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0%로 당시 시중은행들 평균인 1.40%보다 0.10%포인트 낮았다. 그런데 그 이후 고정이하여신비율에서 지방은행들은 ▲2015년 말 1.20% ▲2016년 말 1.00% ▲2017년 말 1.00% ▲2018년 말 1.03% 등으로 줄곧 1%대를 넘긴 반면, 시중은행들은 ▲2015년 말 1.10% ▲2016년 말 0.80% ▲2017년 말 0.70% ▲2018년 말 0.49% 등으로 낮추며 보다 나은 기록을 내고 있다.

과거에도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규모도 작고,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더 낮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벌여 왔다. 그럼에도 시중은행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지역민들의 높은 충성도와 지역 기업들에 대한 관계형 금융 등이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근래 들어 지방은행들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 것은 국내 경제 전반이 부진한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침체하고 있는 지역 경기의 악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는 최근 조선업과 자동차, 기계 등 지방에 거점을 두고 있는 전통 산업이 쇠퇴하는 대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 산업들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역 내 총생산(GRDP) 성장률을 보면 2011년 지방의 GRDP가 6.3%로 전국 평균(5.2%)과 수도권(4.0%)을 웃돌았다. 하지만 2013년 GRDP에서 지방은 2.8%로 전국(3.9%)과 수도권(5.0%)에 비해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지방 3.9% ▲전국 5.5% ▲수도권 7.0% 등으로 간격이 더 벌어졌다.

아울러 핀테크로 대표되는 디지털 금융의 확산과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현 등 금융 환경의 변화도 지방은행들에게 불리함을 안긴 요소들이다. 규모가 작은 탓에 시중은행들만큼 핀테크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가져가지 못하면서 뒤처진 측면이 있고, 인터넷·모바일을 중심으로 금융권 전반에 비대면 채널 확대를 통한 비용 절감이 추세로 자리 잡자 지역 고객에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강점을 가진 지방은행들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돼 왔다.

이밖에 생산적 금융 강화로 대변되는 규제의 변화도 지방은행에 불리한 여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업대출 증대를 위해 생산적 금융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면서, 지방의 우량 중소기업들에 대한 은행들 간 영업 경쟁이 심화하면서 지방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지방은행들이 생존을 위해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하고 비용 절감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또 금융당국도 국정 과제의 하나인 균형 발전 차원에서 지역 금융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은 촘촘한 점포를 기반으로 한 관계형 금융에 강점이 있지만 최근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 지점들을 핵심 거점 지점과 기타 지점으로 그룹화 해 관계형 금융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비용을 아끼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에 대한 금융 지원의 유인을 제공하고, 지방은행은 이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