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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만은 아니다" 은행들 안심전환대출 득실 셈법 분주


입력 2019.10.07 06:00 수정 2019.10.06 20:32        부광우 기자

"이자 수익 감소 3000억 이를 듯" 低금리에 손실 불가피 전망

직접 부담 없는 구조는 장점…건전성 규제 강화 앞두고 '반색'

"이자 수익 감소 3000억 이를 듯" 低금리에 손실 불가피 전망
직접 부담 없는 구조는 장점…건전성 규제 강화 앞두고 '반색'


주택담보대출을 연 1%대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접수가 시작된 지 사흘째인 9월 18일 오전 상담 창구가 마련된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 시민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주택담보대출을 연 1%대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접수가 시작된 지 사흘째인 9월 18일 오전 상담 창구가 마련된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 시민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국내 은행들이 20조원에 달하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떠안게 되면서 득실 셈법에 분주한 모습이다. 당초 안심전환대출은 이자율을 연 1%대까지 낮춰야 하는 정책 금융 상품인 탓에 은행들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손님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은행이 대출을 직접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택금융공사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채권을 받아 오는 독특한 형태여서, 강화된 가계 빚 규제를 감안하면 은행에게 나쁜 카드만은 아니란 분석도 나온다.

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마감 기한까지 안심전환대출에 액수로는 총 73조9000억원, 건수로는 63만5000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당초 한도 방침대로 낮은 집값 순으로 20조원까지만 전환 대출을 실행할 계획이다.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변동·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10~30년 만기 연 1.85~2.10%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전환해주는 정책 금융 상품이다. 다만 ▲주택가격 9억원 이하 ▲1주택 가구 ▲부부합산 소득 연 8500만원 이하 등 조건이 붙었다.

이런 안심전환대출은 결국 은행들의 몫이다. 이로 인해 당장 은행들은 이자 수익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많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2%대 중반인 상황에서, 최저 1%대까지 낮춘 안심전환대출 금리를 감안하면 분명 손해인 면이 있다.

실제로 지난 달 신규 취급액 기준 국내 은행들의 가계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2.47%로 전월(2.64%) 대비 0.1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이자율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안심전환대출 이자율과 비교하면 최저 0.37%포인트에서 최고 0.62%포인트까지 높은 수치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국내 은행들이 안심전환대출에서 겪게 될 손실이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에 따른 은행들의 이자 수익 감소분이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더욱이 대출 기한이 수십년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의 특성을 감안하면 손해는 한층 누적될 것이란 분석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은 은행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이어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한 규제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은행에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이 안심전환대출 때문에 꼭 불이익만 보는 것은 아니란 해석도 있다. 받는 사람은 가계대출이지만, 이를 고객에게 실행하는 은행에게는 가계대출이 아닌 특이한 구조 덕분이다. 오히려 정부의 대출 규제 대응 차원에서 안심전환대출이 은행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다는 해석이다.

은행들은 우선 안심전환대출 과정에서 발생한 주택저당채권, 즉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금공에 팔게 된다. 주금공은 이를 기반으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하게 된다. 그리고 은행들은 전환 대출이 이뤄진 만큼 다시 이 MBS를 사가게 된다. 은행들은 금융당국과 약정한 기간만큼 MBS를 들고 있다가 향후 판매해 수익을 내게 된다.

이 같은 방식을 놓고 보면 안심전환대출의 결과로 은행들이 보유하게 되는 자산은 대출과 직접 관련된 채권이 아닌, 주금공이 발행한 MBS란 얘기다. 그런데 MBS는 은행들의 재무 여력을 평가할 때 장점이 큰 채권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확대할수록 은행의 부담을 키우는 규제를 도입한 가운데 이에 따른 짐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건전성을 평가하는 잣대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을 산정할 때 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기존 35%에서 70%로 상향 조정했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 가치 비율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로서는 BIS 비율이 떨어질 개연성이 크다. 이 때 좋은 대안 중 하나가 MBS다. BIS 비율을 계산할 때 MBS의 위험 가중치는 0%로, 이른바 무위험 자산이다.

시행을 앞둔 예대율 규제에서도 안심전환대출이 은행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예대율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과 비교해 대출금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값이다. 이 수치가 100%를 넘는 은행은 대출을 제한받게 되는데,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은 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은 15%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표면은 가계대출임에도 실상은 MBS인 안심전환대출은 은행 입장에서 부담이 크지 않다. 특히 예대율이 규제 마지노선까지 차오른 은행들로서는 더욱 반가운 대목이다. 올해 상반기 말 주요 시중은행 예대율을 보면 우리은행 96.9%, 국민은행 97.7%, 하나은행 97.3%, 신한은행 97% 등으로 당장 몇 달 뒤 강화되는 예대율에 대비해야하는 실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은 은행이 가진 가계부채를 주금공에 넘기는 방식이어서 새로운 예대율 규제 대비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이 때문에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몇몇 시중은행들은 안심전환대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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