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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주택시장 장기 침체 늪 '고사위기'…곳곳에서 이상 반응


입력 2019.10.02 06:00 수정 2019.10.02 05:59        권이상 기자

광역시 제외한 지방 비선호 지역 청약 제로에 미분양 늘고 있어

일부 지역 미분양 감소에도 집값 하락 이어지며 비정상적 흐름 보여

광역시 제외한 지방 비선호 지역 청약 제로에 미분양 늘고 있어
일부 지역 미분양 감소에도 집값 하락 이어지며 비정상적 흐름 보여


지방 주택시장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이곳저곳에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사진은 한 도시 전경.(자료사진) ⓒ데릴리안DB 지방 주택시장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이곳저곳에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사진은 한 도시 전경.(자료사진) ⓒ데릴리안DB

지방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를 넘어 고사위기 빠졌다. 일부 지방 분양시장에선 청약제로가 속출하고 있고, 미분양 감소에도 집값 하락 등 주택시장에 이상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공급된 아파트들이 연일 수십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있고,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양극화가 극심해진 모습이다.

게다가 시장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보증 사고 증가, 인허가 및 착공물량 감소 등으로 앞으로 지방 주택시장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주택시장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미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있다고 분석한다. 이대로 뒀다간 지방 수요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방 주택시장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이곳저곳에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대전과 대구, 광주 등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고, 지방 중소도시의 주택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서울·수도권과 양극화가 심해진 부분은 분양시장이다. 지방 비선호지역에선 청약자가 한 명도 없는 '청약제로(0)' 단지가 등장하고 있다.

실제 충남 공주시에서 분양한 '공주 소학동 아이젠'은 65가구를 일반분양했는데 1순위 청약 신청자가 단 1명도 없어 '청약제로'를 기록했다. 이 단지는 2순위까지 단 2명이 청약해 63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대형 건설사가 지방에서 분양한 단지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화건설이 충남 천안에 선보인 '포레나 천안 두정'(일반분양 874가구)은 전체 경쟁률 0.84대 1로 164가구가 미달된 채 청약을 마쳤다.

이 밖에 경북 상주 무양 태왕아너스, 포항 우현더힐, 제주 삼화다온펠리스 등도 2순위까지 청약자를 채우지 못해 일반분양 상당수가 미분양 가구를 남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 미분양은 연일 누적치가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 6만2529가구 가운데 지방 물량은 5만1749가구(82.7%)에 달했다.

조선업 불황과 실물 경제 침체가 가장 심각한 경남 지역 물량이 1만4250가구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경북(7517가구)과 강원(7474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월인 6월(1만8693가구)대비 2.1%(401가구) 증가한 총 1만9094가구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역시 지방 미분양은 전체(6만2385가구)의 83.4%인 5만2054가구로, 전월인 7월 대비 0.6% 증가했다. 특히 지난 8월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올해 최대 2만6000가구로 나타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의 미분양관리지역 정책으로 지난 7월 경북과 충북, 충남 등 일부 지방의 미분양은 소폭 줄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미분양 주택이 감소하면 집값 하락세가 멈추면서 아파트 시장이 개선되는 모양새를 보인다. 그러나 대전, 광주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은 미분양 해소가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 KB부동산 리브온이 국토교통부 미분양 주택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분양 주택은 129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54곳에서 감소했다.

하지만 미분양 주택이 감소한 지역 54곳 가운데 41곳(75%)는 집값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분양 주택이 일부 해소됐음에도 아파트 매매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 셈이다.

서울시와 광역시 등을 포함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기준 미분양 주택이 줄어든 지역 가운데 집값이 오른 곳은 대전(2.6%)과 광주(0.2%) 두 곳뿐이었다.

경북(-3.9%), 충북(-3.0%), 전북(-3.0%), 충남(-2.7%), 제주(-1.0%) 지역은 하락했다. 특히 경북, 충북, 충남 지역은 미분양 주택이 1000가구 이상 줄었음에도 그동안 물량이 누적됐던 탓에 아파트값 하락폭이 컸다.

7월 기준 경북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대비 1478가구 줄어든 7517가구다. 충남과 충북의 미분양 가구수는 각각 6201가구, 3236가구다.

미분양 주택이 줄어든 시군구 54곳 가운데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른 곳은 13곳으로, 대부분 지하철 개통을 앞두거나 교육환경이 우수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미윤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차장은 “미분양이 감소해도 기존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것은 미분양 주택의 가성비가 개선됐기 때문”이라면서 “여기에 새 아파트 선호 현상까지 가세하며 청약가점이 낮거나 유주택자들이 기존 주택이 아닌 미분양 주택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이어 “저금리 영향 등으로 호재가 있는 곳은 미분양이 감소하며 기존 집값도 오르는 모습이지만,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집중되거나 지역 기반 산업이 침체된 지역은 미분양 해소에도 집값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방 주택시장에 대한 시그널이 좋지 못해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방의 올해 1~8월 누적 주택 인허가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 감소했다. 특히 8월 지방 주택 인허가 규모는 9210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4.8% 줄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방의 경우 부동산 시장을 견인했던 조선이나 자동차 산업 등 실물경제가 악화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외부로 빠지고 있고, 새 아파트 선호 현상 등이 이어지며 집값에 왜곡현상이 생기고 있다”며 “정부는 미분양 해소에 탄력을 주고, 주택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취득세나 양도세 등을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지역별 맞춤형 정책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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