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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용 카드' 논란 안심전환대출, 자충수 전락 조짐


입력 2019.10.01 10:21 수정 2019.10.01 10:39        부광우 기자

한도 3배 넘는 70조 몰려…수도권 거주자 대부분 탈락 전망

상대적 발탁감에 불만 커질 듯…여권 핵심 지지층 '직격탄'

한도 3배 넘는 70조 몰려…수도권 거주자 대부분 탈락 전망
상대적 발탁감에 불만 커질 듯…여권 핵심 지지층 '직격탄'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9월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결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9월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결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1%대까지 낮출 수 있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둘러싸고 정해진 한도의 세 배가 훌쩍 넘는 신청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수도권에 사는 이들은 혜택을 받기 힘들게 됐다. 정부가 주택 가격이 낮은 순으로 대상을 선정하면서 집값이 2억대 중반만 돼도 전환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돼서다.

특히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며 줄곧 가계대출을 압박해오던 정부가 총선을 반년여 앞두고 반대 기조의 안심전환대출을 내놓으면서 금융 정책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논란이 나오던 와중, 여권의 핵심 지지층 상당수가 수혜 대상에서 배제되면서 도리어 자충수를 둔 꼴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주말 신청이 끝난 안심전환대출에 액수로는 총 73조9000억원, 건수로는 63만5000건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금융당국이 정한 전체 한도가 20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신청자의 3분의 2 이상은 안심전환대출 가능 요건을 채우고도 이를 받지 못하게 됐다는 얘기다.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변동·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10~30년 만기 연 1.85~2.10%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전환해주는 정책 금융 상품이다. 다만 ▲주택가격 9억원 이하 ▲1주택 가구 ▲부부합산 소득 연 8500만원 이하 등 조건이 붙었다.

◆집값 2억원 중반만 돼도 '불가'

이처럼 안심전환대출이 인기를 끈 가장 큰 요인은 낮은 금리였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많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2%대 중반인 상황에서, 최저 1%대 금리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기회였다. 지난 달 신규 취급액 기준 국내 은행들의 가계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2.47%로 집계됐다. 전월(2.64%) 대비 0.1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신청이 쏠리면서 수도권 거주자들은 대부분 안심전환대출에서 탈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 집값이 저렴한 지방 신청자들이 안심전환대출을 대거 공급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정해둔 한도 내에서 주택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심사 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주택 가격 상한선이 2억1000만에서 2억8000만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액수는 KB부동산의 올해 8월 조사에서 지역별 주택 중위 매매 가격이 서울은 6억4710만원, 수도권이 4억3509만원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괴리가 상당하다. 그나마 6개 광역시가 2억1571만원, 그 나머지 지역이 1억5251만원으로 안심전환대출의 현실적 대상이란 평이다.

이 때문에 안심전환대출을 노크했던 서울·경기 지역 거주자들의 불만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와 달리 4년 전 진행됐던 안심전환대출에서 수도권 지원자들이 대거 대환에 성공했었던 과거 사례는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2015년에 실시된 1차 안심전환대출 때는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모든 신청자에게 이를 공급했다. 실제로 당시 안심전환대출의 지역별 공급 비중은 ▲서울 22.6% ▲경기 35.3% ▲인천 9.2% 등으로 수도권에만 67.1%가 집중됐다.

◆표심 관리하려다 헛발질?

이번 안심전환대출의 지역별 향배에 남다른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정치적 측면에 있다. 금융당국이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금융권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행보란 뒷말이 무성했다. 가뜩이나 출범 이후 계속된 부동산 대책에서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가계대출을 옥좨 오던 정부가 갑자기 저금리 대환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탓에 이런 비판은 더욱 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이 총선 대비 카드란 평가는 은행들 사이에서 숨김없이 말이 오갈 정도로 공공연한 지적이었다"며 "집을 사기 어렵게 만든 정부는 선거에서 고난을 면치 못한다는 정치 공학적 표현이 있는 만큼 대출 억제에 주력해 온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부담이 만만치 않았겠지만, 금융이 정치에 동원되는 관행이 반복되는 모습은 안타깝다"고 전했다.

특히 안심전환대출의 대출이 수도권에 사는 30~40대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면서 이런 의심의 눈초리는 짙어져 왔다. 이들이 문재인 정부와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요지지 기반인 탓이다. 정부가 서민형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안심전환대출이 가능한 주택 가격의 마지노선을 9억원으로 끌어 올린 것도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둔 결정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크게 엇나간 모양새가 됐다.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집값 커트라인이 2억원 대까지 떨어지면서 원래 세워놨던 9억원은 유명무실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정부가 추가적인 정책 대출에 나설 것이란 추측마저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안심전환대출을 계기로 정책 대출에 대한 수요가 확실히 확인되면서, 정부로서는 새로운 정책 대출을 공급할 명분이 생긴 셈"이라며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가계 빚의 사회적 영향 등을 고려하면, 내년 총선 이전에 지금보다 조건을 완화한 신규 전환대출 신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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