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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다 큰 어른이 게임에 ‘현질’할 권리


입력 2019.10.01 07:00 수정 2019.10.01 09:56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게임산업진흥에 대한 법률 일부개정안’ 발의

‘성인물’ 아닌 ‘모든’ 게임에 결제 한도 설정

불과 3개월 전 폐지된 법…반복되는 게임 때리기

ⓒ연합뉴스 ⓒ연합뉴스


최근 국회에 제출된‘게임산업진흥에 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두고 게임업계의 속내가 복잡하다.


개정안의 요지는 게임 과몰입(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사행성 게임’은 물론 정보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게임물에 결제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법안이 발의됐다는 사실 자체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미성년자’가 아닌 자기 결정권을 가진 ‘성인’의 결제 한도까지 제한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수출 효자 노릇을 하며 엄연히 한 축의 산업으로 자리 잡은 게임을 아직도 ‘질병(중독) 매개체’로 보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게임산업은 작년 콘텐츠산업 수출액 1위(64억9161만달러·약 7조5594억원)를 기록할 정도로 전체 콘텐츠 수출액 기여도가 크다. 케이팝(K-POP)으로 대표되는 음악(5억6417만달러·약 6685억4145만원)산업 수출액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그런데도 게임은 여전히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방탄소년단’처럼 국위 선양을 했다고 이야기할 일은 아니라고 해도, 일부에서는 아직도 게임이 ‘공부를 방해하는 것’ 쯤으로 치부되거나 ‘생산적이지 않은 행위’로 인식된다. 좋아하는 아이돌과 관련된 콘서트에 가거나 ‘굿즈(물품)’ 구매에 많은 돈을 지출하고 이들에 몰입하는 것을 ‘중독’이라고 하지 않듯 게임도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오래된 지적이다.


정부의 게임산업 진흥 정책과도 동떨어졌다. 월 50만원으로 설정돼있던 온라인게임 성인 월 결제 한도는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6월 폐지됐다.


10년째 가장 가까이 지내는 한 친구는 즐겨하는 게임에 다달이 일정 금액 ‘현질(현금으로 게임 내 유료 캐시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을 한다. 굳이 현질을 하지 않아도 게임을 할 수 있지만, 일일이 게임 내 과제를 수행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현질 규모를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김은경 산업부 기자. 김은경 산업부 기자.

친구는 게임 관련 ‘정모(정기적인 모임)’에도 주기적으로 참여한다. 직장인, 학생, 자영업자 등 참석자도 다양하다. 친구에게 들은 바로는 정모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체로 현질을 하고 있었고, 꽤 큰 금액을 지불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취미 생활에 돈을 쓰는 것이지 ‘게임 중독자’와는 거리가 먼 일반인들이다.


한 게임 유저는 “어렸을 때는 돈이 없고 시간이 많아서 게임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있었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은 반대로 돈은 있지만 시간이 없어서 현질을 한다”고 했다. 단순히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다 큰 어른들에게서까지 내 돈 내고 ‘현질’할 권리마저 빼앗기에는 명분이 빈약하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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