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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美보수 싱크탱크 거물 접견…동북아 정세 공감


입력 2019.09.29 03:00 수정 2019.09.29 04:22        정도원 기자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퓰너 회장과 최근 회동

한반도·동북아 바라보는 보수층 시각 설명

'방위비 협상' 관련, 트럼프 향한 우려 전달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퓰너 회장과 최근 회동
한반도·동북아 바라보는 보수층 시각 설명
'방위비 협상' 관련, 트럼프 향한 우려 전달


김병준 자유한국당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병준 전 위원장측 제공 김병준 자유한국당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병준 전 위원장측 제공

문재인정권 출범 이후 계속되는 동북아 국제질서의 혼란과 위기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한미 보수 세력 간의 공감대 형성이 시도되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한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회장과 만나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퓰너 회장과 지난 26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회동한 김 전 위원장은 "한반도 주변 상황과 동북아 정세에 대해 서로 걱정을 많이 했다"며 "우리나라의 보수 세력이 한미일 동맹체제, 동북아 국제질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굉장히 알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워싱턴DC의 3대 전략연구소(씽크탱크) 중의 하나인 헤리티지재단은 전통적으로 대한민국과 중화민국(대만)에 관심이 많았다. 재단 창립자인 퓰너 회장은 최근까지 한국당을 이끈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우리나라 보수층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바라보는 시각을 청취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동은 퓰너 회장이 주로 묻고 김 전 위원장이 답하는 형태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위원장은 한반도·동북아 정세를 바라보는 문재인정권과 보수 세력의 시각차,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를 향한 우려를 전달했다.

김 전 위원장은 퓰너 회장에게 "문재인정권의 외교안보 정책 흐름을 보면, 미국과 중국에 대해 기본적으로 그릇된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며 "미국의 힘과 동북아에 대한 관심을 과소평가하는 반면, 중국은 앞으로 동북아와 한반도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문재인정권은 중국 헤게모니 아래에서 한반도 평화를 이룩하려 하는데 이게 틀린 생각"이라며 "이른바 진보가 희망사항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미국의 영향력이나 동북아에 대한 관심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그것을 계산으로 옮긴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보수층이 가진 시각은 다르다"며 "셰일가스 생산이 활발해지면서 미국의 국력이 강성해졌음은 물론, 에너지 우려가 줄어들면서 중동을 향한 관심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중국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동북아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오히려 앞으로 일어날 자유화·민주화 바람 속에서 내적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보수는 기존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지점에서 정권과 보수층의 생각이 어긋나고 있다"고 해설했다.

헤리티지재단은 1932년 뉴딜 정책을 내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당선 이후, 1964년 '위대한 사회'를 제창한 린든 존슨 대통령까지 민주당의 아젠다 주도가 계속되자, 퓰너 회장을 비롯한 보수 세력이 1973년 국가로부터의 개인의 자유, 강력한 국방과 안보, 가족의 가치 회복 등을 내걸고 창립했다.

이들은 재단을 통해 보수의 가치에 기반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아젠다를 선점해, 마침내 1980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당선시키며 미국 보수의 부활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만큼 헤리티지재단의 창설자 퓰너 회장이 미국 집권여당 공화당에 갖는 영향력은 막강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수위에도 참여했고, 그의 개인적 조언자 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퓰너 회장의 입지를 고려해,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회동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를 향한 우리나라 보수층의 우려 또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위원장은 "미국이 동북아에 관심을 가지는 가운데에서도 자기의 이익만 추구하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이른바 아메리카 퍼스트"라며, 방위비 협상 등을 둘러싼 우리 보수층의 우려를 완곡하게 전달했다.

퓰너 회장은 우려에 수긍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라고는 하지만 미국만 챙기겠다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America is not the only one)'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다행스럽다는 취지에서 "미국우선주의가 지나치게 가서 한반도나 동북아 전체에서 대한민국의 이해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일이 있으면 곤란하겠다"며 "헤리티지재단에서 신경써달라"고 화답했다.

회동을 마치며 김 전 위원장과 퓰너 회장은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것을 약속했다. 또, 퓰너 회장은 한반도 주변 정세와 관련해, 우리 보수층의 시각을 들을만한 인사의 추천을 부탁했으며, 이에 김 전 위원장이 몇몇 인사를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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