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설자리 잃어가는 대형마트 “유발법 규제로 사실상 사형선고”


입력 2019.09.30 06:00 수정 2019.09.30 05:56        최승근 기자

대형 유통점 상권영향평가, 종합소매업에서 전문소매업으로 확대

“신규 출점 막히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 불가능, 복합쇼핑몰까지 규제”

대형 유통점 상권영향평가, 종합소매업에서 전문소매업으로 확대
“신규 출점 막히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 불가능, 복합쇼핑몰까지 규제”


홈플러스 월드컵점 모습.ⓒ홈플러스 홈플러스 월드컵점 모습.ⓒ홈플러스

대형마트업계가 사면초가 위기에 몰렸다. 온라인 소비 트렌드 영향으로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가운데 각종 규제로 신규 출점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회생 기회조차 강제로 박탈당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규모 점포 개설 시 주변 상권에 대한 영향평가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27일 공포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점포는 매장면적 합계가 3000m² 이상인 대형마트,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3개월의 유예기간이 지난 12월 28일부터는 상권영향평가 범위가 기존 1개 업종(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에서 의류·가구·완구 등 전문소매업까지 확대된다.

대규모 점포에 포함되는 대형마트, 백화점, 복합쇼핑몰 대부분의 경우 매장 내 의류, 가구, 완구 업체가 입점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 매장에 규제가 적용되는 셈이다. 기존 규제만으로도 인근 전통시장 등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매장 오픈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범위가 확대되면서 신규 출점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게 됐다.

롯데마트 포항두호점의 경우 건물 완공은 4년 전에 마무리됐지만 주변 상권의 반대로 여전히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또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복합쇼핑몰을 짓기 위해 2013년 서울시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롯데쇼핑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신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대형마트의 경우 대부분 PB 의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롯데마트는 토이저러스로 완구 사업을, 신세계와 현대는 각각 까사미아와 현대리바트를 앞세워 가구 및 인테리어 사업을 신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상권영향평가 작성방법도 기존 긍정적, 부정적 영향 평가에서 ▲정량적·정성적 방법 병행 ▲점포수·매출액·고용 등의 변화 분석 ▲영업개시 전후 3년간을 비교 분석 등 한층 강화된다. 특히 상권 전체 및 업종별로 점포수·매출·고용 등을 분석하도록 개선돼 업계에서는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

대형마트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온라인과의 경쟁 심화로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출점 길이 막히다 보니 디딜 발판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구조인데 출점을 하지 못하게 하면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대형마트 부진의 대안으로 내놓은 복합쇼핑몰마저 규제가 더해지다 보니 ‘이제는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당정청은 국회에서 ‘을지로 민생 현안회의’를 열고 복합쇼핑몰 출점 규제안을 논의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형 유통매장의 출점을 막을 수 있도록 정부 훈령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현재 관련 내용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가 지지부진하자 국토교통부 훈령을 바꿔 규제에 나서려는 것이다.

이미 복합쇼핑몰을 대상으로 기존 대형마트와 같은 의무휴업 규제를 추진하려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에서 출점 규제까지 더해지다 보니 반발이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대규모점포 규제 효과와 정책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점포 규제가 과거 대형마트 등이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해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권을 걱정하던 시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최근 경영환경과는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온라인 쇼핑몰 매출이 대형마트를 포함한 백화점,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 매출을 뛰어넘은 상황”이라며 “유통산업발전법으로 인한 규제가 시작됐던 시기와 쇼핑 트렌드가 달라졌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전통시장의 적은 대형마트라는 프레임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는 올 2분기 1993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도 34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