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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맨유, 6년째 리빌딩 중


입력 2019.09.27 17:35 수정 2019.09.27 17:40        데일리안 스포츠 = 박시인 객원기자

퍼거슨 감독 떠난 뒤 1조3462억 원 쓰고도 비주류로 밀려나

많은 주급 받고도 절실함 없이 뛰는 선수들 많아

지난 시즌 희망을 불어 넣었던 솔샤르 감독 효과도 올 시즌 미미하다. ⓒ 뉴시스 지난 시즌 희망을 불어 넣었던 솔샤르 감독 효과도 올 시즌 미미하다. ⓒ 뉴시스

포스트 퍼거슨 시대로 접어든 지 어느덧 6년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암흑기가 올 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 퍼거슨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한 시행착오는 예견됐지만, 이토록 오랫동안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맨유는 ‘2019-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를 소화한 현재 고작 2승2무2패(승점8)로 8위에 머물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맨유의 순위표를 확인할 때 맨 꼭대기부터 찾을 필요가 없게 됐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가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프리미어리그가 빅6라는 말이 무색하다. 맨유는 우승권과 현저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제 어느 누구도 맨유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2013년 퍼거슨 경이 은퇴를 선언한 이후 맨유는 6년 동안 무려 4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데이비드 모예스는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루이 반 할이 2시즌 이룬 성과라고는 FA컵 1회 우승이 전부였다. 리그에서는 전혀 우승 경쟁을 펼치지 못한 채 4위권 싸움에 전념해야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주제 무리뉴도 끝내 장기집권에 실패했다.

맨유는 지난 시즌 후반기 레전드 출신의 올레 군나르 솔샤르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망가진 팀을 재정비하고, 선수들을 결속시키면서 잠시나마 상승세를 이끌었다.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는 강호 파리생제르맹(PSG)을 물리치는 등 모처럼 맨유라는 이름에 걸맞은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솔샤르 효과는 거기까지였다. 지난 3월 3일 파리의 기적을 연출한 이후 맨유는 20경기 5승 5무 10패 18득점 29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리그 6위에 머무르며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획득하지 못한 맨유는 올 여름 다시 한 번 돈 보따리를 풀었다.

가장 먼저 수비 보강에 힘을 기울였는데, 센터백 해리 매과이어, 라이트백 아론 완 비사카를 영입하며 조금이나마 수비를 안정시킨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리그 6경기 6실점으로 틀어막은 것에 비해 겨우 8득점에 그친 빈공이 아쉽다. 로멜루 루카쿠를 인터 밀란으로 보내고 주전급 No.9을 대체하지 않은 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솔샤르 감독은 올 시즌 젊고 혈기 왕성한 공격진을 구성하며 직선적이고 빠른 공격 축구를 지향하고자 했다. 중심은 마커스 래시포드, 앙토니 마시알, 제시 린가드, 다니엘 제임스였다. 맨유는 1라운드 첼시전에서 4-0 승리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이후 5경기 4득점에 머무르는 등 졸전을 거듭했다.

공격 상황에서의 생동감을 느낄 수 없고, 느린 템포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공을 소유하지 않은 선수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실종되면서 전진 패스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공격진의 클래스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마시알은 한 달 째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고 있으며, 지난 주말 웨스트햄전에서 원톱 마커스 래시포드가 부상으로 아웃되자 제시 린가드가 그 자리를 채웠다. 이날 맨유의 서브진에서 전문 공격수가 전무했다.

2선도 활용할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 30줄로 접어든 후안 마타의 하향세는 이미 진행 중이고, 린가드, 안드레아스 페레이라는 경기 흐름을 바꿀 능력이 떨어진다. 유망주 제임스가 3골을 터뜨리며, 가장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 맨유의 현 주소다.

 맨유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밀려났다. ⓒ 뉴시스 맨유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밀려났다. ⓒ 뉴시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지난 6년 동안 맨유가 쏟아부은 돈이 무려 9억 파운드(약 1조3462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맨유는 매년 리빌딩을 반복할 뿐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마냥 제대로 된 성과가 없었다.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결과다.

물론 수많은 빅네임들이 맨유를 거쳤다. 문제는 이미 정점에서 꺾인 선수들이 대다수였다.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많지 않다. 구단 최고액인 폴 포그바의 영입도 성공보단 실패쪽으로 귀결되고 있다.

올 시즌 수비 즉시 전력감으로 2명을 영입했음에도 여전히 다른 포지션에서 약점이 도드라지고 있다. 공격수, 2선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등 어느 하나라도 믿음을 주는 선수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주급 체계도 완전히 무너졌다. 지난 시즌까지 알렉시스 산체스(현 인터 밀란 임대)가 지나치게 높은 주급을 받으면서 모든 선수들이 불만을 품었다. 기량에 비해 많은 주급을 수령한 젊은 선수들은 절실함이 없는 플레이로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일각에서는 맨유 수뇌부들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특히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인수한 이후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이 많은 권한을 부여받으며, 팀에 악영향을 끼쳤다는게 중론이다.

퍼거슨이 맨유를 떠난 이후 프리미어리그 판도는 완전히 새롭게 개편됐다. 맨유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밀려났다. 맨유의 리빌딩은 과연 언제쯤 결실을 맺을까.

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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