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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공동 올림픽'에 숨어 있는 '함정'


입력 2019.09.29 03:00 수정 2019.10.02 09:11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바보야 문제는 공정이야'

'獨단일팀' 성공비결도 공정…하나로 뭉친 원동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18년 2월 18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경기장에서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를 관람하며 한국 선수단을 응원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18년 2월 18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경기장에서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를 관람하며 한국 선수단을 응원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미국 뉴욕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나 '2020년 도쿄올림픽 남북 공동진출'과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픽 정신인 평화와 화합을 통해 남북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남북공동 올림픽'은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大義) 이면에 강력한 휘발성을 품고 있다. 남북이 올림픽 개막식에 동시 입장하고, 단일팀을 꾸리는 등 공동의 작업에 '함정'이 숨어 있다. 이미 지난 평창동계 올림픽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바보야 문제는 공정이야'


문재인 정부에게 '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의 과정은, 예상치 못했던 국정지지율 하락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지난해 1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추진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땀 흘린 청년에 대한 기회박탈이라는 공정성 논란으로 확산돼 정부를 뒤흔들었다.


정부 한 관계자는 "2002년 붉은악마의 열기처럼 한반도 평화의 열망이 뜰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었다"며 "예상치 못했던 공정 문제를 간과했다"고 자평했다.


당시 2030세대들은 한반도 평화라는 가치를 앞세운 정부의 정치논리 앞에 공정성 훼손을 지적하며 반발했다. 북한선수단을 향한 환호성 보다 그들로 인해 고개 숙이며 대표팀을 떠나야 했던 선수들을 향한 좌절과 박탈감이 더 컸다. 스포츠에 정치가 끼어든 부작용이다.


2018년 1월 25일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천할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충청북도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빙상훈련장에 도착해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통일부 2018년 1월 25일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천할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충청북도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빙상훈련장에 도착해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통일부


'獨단일팀' 성공비결도 공정…하나로 뭉친 원동력


현재 남북 단일팀 구성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공동훈련 일정도 잡지 못하는 등 실제 경기에 단일팀으로 나설 수 있을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한 여자하키, 여자농구, 유도, 조정 등 4개 종목은 이미 예선전 일정에 돌입했거나 앞두고 있다. 향후 올림픽에서 단일팀으로 나가기 위해선 북측 선수단을 '무임승차'시켜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정치 논리에 따라 일부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반납해야 한다.


과거 동독과 서독은 1956년부터 8년에 걸쳐 단일팀으로 올림픽에 출전했고, 베를린 장벽을 무너트린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들이 올림픽을 통해 동질감을 확인하고 내부갈등을 치유할 수 있었던 저변에는 '공정'이 깔려 있었다.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실력위주 선발' 원칙을 내세워 대표팀을 선발하겠다고 국민을 설득했다. 실제 그들은 치열한 선발전을 치르며 독일 연합팀을 뽑았다. 이는 조국이 하나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최근 조국 논란으로 '공정'은 시대적 화두가 된 상황이다. 남북 공동 올림픽 추진 과정에 숨어 있는 '함정'도 결국 '공정' 여부의 문제일 것이란 지적이다. '공정'은 평화라는 대의로도 가려지지 않는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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