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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마이너스 금리 국채에 은행들 '노심초사'


입력 2019.09.28 06:00 수정 2019.09.28 05:00        부광우 기자

8월 말 16조8384억달러…1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

경기 침체 우려에 확산…각종 부작용에 금융권 '긴장'

8월 말 16조8384억달러…1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
경기 침체 우려에 확산…각종 부작용에 금융권 '긴장'


글로벌 금융 시장에 발행된 주요 선진국들의 마이너스 금리 국채가 1년 새 3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금융 시장에 발행된 주요 선진국들의 마이너스 금리 국채가 1년 새 3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금융 시장에 발행된 주요 선진국들의 마이너스 금리 국채가 1년 새 3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드리우고 있는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질 것이란 전망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당장 투자 수익률을 둘러싼 고민이 커지게 된데다, 최근에는 이로 인한 파생상품 손실 사태까지 직면하게 되면서 주름이 점점 깊어져만 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에 발행된 마이너스 금리 국채는 총 16조8384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같은 마이너스 금리 국채 발행 금액은 역대 최대 규모다. 불과 1년여 전인 지난해 10월 초만 해도 5조7000억달러로 지금의 3분의 1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이처럼 마이너스 금리 국채가 확산되는 이유로는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전쟁, 디플레이션 우려 등이 꼽힌다. 마이너스 금리 국채는 매입 시 이자를 받는 일반적인 채권과 달리, 매입할 때 오히려 이자를 내는 채권으로 경기 불황 기조가 강해지면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 국채가 많이 발행된다는 것은 앞으로도 경기가 좋아지기보다는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안전 국채로 인정받는 독일과 스위스의 30년 만기 국채는 최근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본과 프랑스의 10년물 국채도 올해 1월과 7월 각각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낸 이후 현재까지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마이너스 국채 금리 발행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궤를 같이 한다. ECB는 정책금리를 지금도 제로(0)로 시행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일정금액을 맡겨야 하는 예치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면서 독일과 일본을 중심으로 주요국들에서 마이너스 금리 국채가 발행되기 시작했다.

마이너스 금리 국채 발행 증가로 금융권에서는 수익성 측면에서의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해외에서는 이미 ECB의 제로 금리와 주요 국가들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은행들의 순이자 마진이 하락하면서, 예금 이자 대신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머니마켓펀드(MMF) 판매를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는 올해 11월부터 잔고가 200만스위스프랑을 넘는 개인 계좌에 연 0.75%의 수수료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덴마크 유스케은행도 잔고가 750만크로네를 초과하는 개인 계좌에 0.6%의 연간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은행에서 단기 국채로 운용하는 MMF 상품의 이자율 지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모든 운용사가 신규판매를 중단했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 자금을 해지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일본의 MMF 설정액은 2015년 말 1조6000만엔에서 2016년 말 650억엔으로 96% 급감했고, 2017년부터 현재까지 MMF 설정액이 전무한 실정이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 확산으로 국내에서는 은행들이 홍역을 앓고 있다. 독일과 영국 등의 채권 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증권(DLS)에서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이들 국가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채권 금리가 예상과 달리 급락하면서 은행들이 판매한 상품들이 약정대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사들이 판매한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 잔액은 80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해당 상품의 개인투자자 가입자 비율이 전체 판매 잔액의 89.1%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함되면 그 피해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파생결합상품의 설계와 판매행위에 대한 실태파악과 불완전판매 조사에 나서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은 만큼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파생결합상품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이와 관련된 분쟁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장지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 국채 발행 증가로 은행의 수익성 악화와 연기금의 수익 감소, 해외금리 연계형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 등 부작용이 예고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국채 금리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보호조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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