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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론' 한 발 물러선 이동걸 회장, "일단 '글로벌' 영토 확장부터"


입력 2019.09.26 06:00 수정 2019.09.26 06:06        배근미 기자

산은, 글로벌채권 발행 이어 인니 금융사 인수 타진…해외진출 잰걸음

"해외서 벌고 국내서 지원" 큰 그림 속 '대외금융'…불편한 동행 계속

산은, 글로벌채권 발행 이어 인니 금융사 인수 타진…해외진출 잰걸음
"해외서 벌고 국내서 지원" 큰 그림 속 '대외금융'…불편한 동행 계속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양대 국책은행 ‘합병론’이 군불을 지피기도 전에 추진동력을 잃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당시 이 회장이 강조한 산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영토 확장’ 움직임은 한층 속도를 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데일리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양대 국책은행 ‘합병론’이 군불을 지피기도 전에 추진동력을 잃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당시 이 회장이 강조한 산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영토 확장’ 움직임은 한층 속도를 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데일리안

최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언급한 양대 국책은행 ‘합병론’이 군불을 지피기도 전에 추진동력을 잃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당시 이 회장이 강조한 산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영토 확장’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어 ‘해외시장’을 둘러싼 정책금융 향방을 놓고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산은, 글로벌채권 발행 이어 인도네시아 진출 공식화…해외진출 잰걸음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5일 인도네시아 진출을 공식화했다. 산은 측은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동남아 영업력을 확대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 진출을 추진 중”이라며 “구체적인 일정 등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인도네시아의 경우 동남아의 전략적 중요국가로 현지 진출을 위한 금융회사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은은 현재 인니 현지의 170여개 이상 금융사 가운데 인수 가능 후보군을 살피고 있는 상태로, 그중에서도 티파파이낸스 인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파파이낸스는 시가총액 154억원, 자산 1400억원 규모의 금융리스,기업 및 개인대출, 팩토링 등 다양한 금융업무를 영위 중인 현지 종합금융(멀티파이낸스)회사다.

산은은 앞서 지난 2월 인니 자카르타에 사무소를 개소하는가 하면 지난 18일에는 현지에서 ‘KDB 넥스트라운드 in 자카르타’를 개최하며 시장 진출의 군불을 지폈다. 최근에는 10억달러 규모(3년 만기 변동금리 및 5년 만기 고정금리)의 글로벌 채권을 발행해 조달자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해외사업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산은의 이같은 해외진출 움직임은 기관의 미래 경쟁력과 수익성 확대 일환으로 꼽힌다. 국내정책금융 및 기업대출 성장이 한계점에 부딪힌 상황에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뒷받침돼야 하고 그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달 중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로는 20년 내 산은 전체수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산업을 지원하는 선순환 체제를 꿈꾸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서 벌고 국내서 지원" 큰 그림 속 '대외금융'…불편한 동행 계속

한편 이동걸 회장의 해외 진출 강화에 대한 ‘큰 그림’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산은-수은 합병론’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두 정책기관 간 PF금융 등 중복되는 대목이 많은 만큼 기관 간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은 물론 업무의 효율화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사견을 전제로 한 발언이었지만 무게감 있는 금융정책당국 수장의 언급이었던 만큼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직전 수은 행장을 역임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합병론은 (이동걸 회장의)사견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고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역시 "정부가 2013년 마련한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정립 방안에 따르면 산은은 대내 금융 특화기관이고, 수은은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이라며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각 기관이) 보유한 핵심기능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며 합병론을 일축했다.

그러나 정책금융기관 개편을 통해 국내정책금융을 넘어 '대외금융'까지 아우를 수 있음을 시사한 이 회장의 발언을 기점으로 크고 작은 업무영역을 둘러싼 기관 간 신경전은 향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써는 '대외금융'이 수은 고유 업무로 자리잡고 있지만 산은의 해외 진출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대외금융 경계와 구분 역시 더욱 모호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크게 신경쓰지 않고 넘어갔을 업무 중복에 대한 부분도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 "기관 간 성격이 서로 닮아갈수록 언제든 정책금융기관 개편을 명분으로 기관 간 통합론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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