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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 '北도발 면죄부' 암묵적 동의했나


입력 2019.09.25 01:00 수정 2019.09.25 05:16        이배운 기자

트럼프 "北 미사일발사 특별하게 생각 안해"…김정은 도발에 또 면죄부

北도발 대응방안 없이 '적대불식' '무력불사용' 원칙만 재확인

전문가 "핵실험 중단, 비핵화 진정성 아냐…할필요 없어서 안하는 것"

트럼프 "北 미사일발사 특별하게 생각 안해"…김정은 도발에 또 면죄부
北도발 대응방안 없이 '적대불식' '무력불사용' 원칙만 재확인
전문가 "핵실험 중단, 비핵화 진정성 아냐…할필요 없어서 안하는 것"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9차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큰 문제가 아니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방안 도출 없이 대북 '적대불식'과 '무력불사용'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면죄부'에 사실상 동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인터콘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 외에도) 많은 국가가 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상은 양국이 대북 관계를 전환해 70년 가까이 지속한 적대관계를 종식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들어서만 총 10차례 단거리 발사체 및 탄도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고 "남쪽에 존재하는 국가안전의 위협들을 제거하기 위한 초강력 무기체계들을 개발해나가야 한다"며 남한을 겨냥한 군사적 압력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적대행위 금지에 대한) 약속 위반이 아니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이에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은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보지 않는다고 면죄부를 줬다"며 "미국 본토만 위협하지 않으면 한국의 안보가 위협받든 말든 상관없다는 약화된 동맹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남측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남측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

우리정부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남북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주력해왔다. 이처럼 정부가 먼저 북한의 핵위협을 축소하고 비핵화 진정성을 대신 피력하는 탓에, 트럼프 대통령도 정치적 리스크를 무릅쓰고 북한의 핵위협을 인정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내년 재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분위기 조성 및 북미대화 재개를 업적으로 내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의 대남용 미사일 발사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며 김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리하다는 계산을 마쳤을 수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당장 우리 정부가 북핵 위협을 모른척하는데 어떻게 미국이 북핵 위협에 나서서 도와주기를 기대할 수 있겠냐"며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핵 타격 능력은 날로 확실해지고 있는데, 정작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대한 경계태세를 허무는 이상한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로 내세우는 북한의 '핵실험 중단'은 비핵화 진정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손용우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인도·파키스탄도 못했던 수소탄 실험을 이미 성공한 북한은 굳이 추가적인 핵실험을 벌여 국제사회에 좋은 공격 명분을 줄 이유가 없다"며 "더이상 핵실험이 필요 없을 정도의 위력을 확보했기 때문이지, 핵실험 중단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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