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뜨거운 감자’ 한전공대, 닻 올렸지만 잡음 여전


입력 2019.09.24 06:00 수정 2019.09.23 17:03        조재학 기자

오는 27일 창립총회 개최…내달 초 교육부에 설립 신청

‘대선공약’ 한전공대…대선 직전해 한전, 영업익 12조원

최근 3분기 연속 적자…한전공대 설립‧운영비 부담 가중

오는 27일 창립총회 개최…내달 초 교육부에 설립 신청
‘대선공약’ 한전공대…대선 직전해 한전, 영업익 12조원
최근 3분기 연속 적자…한전공대 설립‧운영비 부담 가중


한국전력 본사 전경.ⓒ한국전력 한국전력 본사 전경.ⓒ한국전력

한국전력이 세계 유일 에너지 분야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인 ‘한전공대(가칭)’ 설립사업을 본궤도에 올린 가운데 타당성을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적자의 수렁에 빠진 한전이 막대한 설립비용과 매년 600여억원의 운영비가 투입되는 한전공대를 설립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다.

24일 한전에 따르면 오는 27일 서울에서 ‘학교법인 한전공대’ 창립총회를 개최한다. 창립총회는 학교법인 설립에 필요한 절차 중 하나로, 이사회 구성과 정관 등을 의결한다. 법인 이사회는 김종갑 한전 사장을 초대 이사장으로 하고, 개방이사와 교육이사 등 7명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한전은 창립총회를 개최한 후 다음달 초 교육부에 대학 설립을 신청할 예정이다. 교육부의 대학 설립 검토는 약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전은 지난달 8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한전공대 설립 및 법인 출연안’을 의결한 데 이어 27일 국무회의에서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안’이 주요 보고 건으로 상정됐다. 현재 교육부 인가 절차만 남은 상황이다.

문제는 한전이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한전공대 설립으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전은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928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한전은 최근 3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전공대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지난 2017년 4월과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한전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4년 5조7876억원, 2015년 11조3467억원을 기록했다. 19대 대통령 선거 직전 해인 2016년에는 12조1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공약 발표 시점과 달리 한전이 적자행진을 이어감에 따라 한전공대 설립‧운영비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2031년까지 투자 및 운영에 약 1조6112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설립비용은 6210억원에 달하며, 운영비는 매년 641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운영비는 교직원 보수가 305억원(47.6%)로 가장 많았고, 연구학생경비 252억원(39.3%), 관리운영비 84억원(13.1%) 순이다.

한전공대 입지로 선정된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908 일원(부영 CC 일부 및 주변 농경지)의 모습.ⓒ연합뉴스 한전공대 입지로 선정된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908 일원(부영 CC 일부 및 주변 농경지)의 모습.ⓒ연합뉴스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운영비가 필요하다보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달 8일 열린 제9차 한전 이사회에서는 한전공대 운영비 절감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부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과 ‘에너지 공공기관의 인재양성 지원 특별법’(가칭) 제정 등을 통해 한전공대 운영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업범위(인력양성) 내 지원사업을 신설하고,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정부의 한전공대 지원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야당이 한전공대 설립과 정부 지원을 막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한전공대 설립 및 운영을 막는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전력산업기반기금 활용을 통한 정부의 한전공대 운영비 지원을 막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또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산업 분야부터 에너지 신산업까지 실무형 인재를 육성하는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에 연간 70억원이상을 출연하고 있다. 또 전력연구원과 전국 대학교 전기공학과에 4000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자하고 있어 한전공대 설립의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자 늪에 빠진 한전이 한전공대 설립과 같은 사업을 벌이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며 “또 학생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 학교 설립보다 인근 대학 지원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분야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이라는 설립 취지도 모호하다”며 “에너지 분야는 전기공학, 화학공학, 재료공학, 원자력공학 등 융복합 학문으로, 한전공대가 세계 최초 에너지 특성화 대학이라는 것은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조재학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