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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떠나는데 조국 지켜본들


입력 2019.09.23 09:00 수정 2019.09.23 09:22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지지율, 대선 득표율 아래로

문 대통령의 ‘가짜뉴스’ 공격…촛불군중 믿고 오기 부리나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지지율, 대선 득표율 아래로
문 대통령의 ‘가짜뉴스’ 공격…촛불군중 믿고 오기 부리나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문재인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강행했을까? 그는 지난 18일 ‘국경없는 기자회’의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사무총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의 언론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언론 자본과 광고 자본, 속보 경쟁과 극단적인 입장의 대립, 생각이 다른 사람들 간의 증오와 혐오, 빠르게 확산되는 가짜 뉴스나 허위정보들이 공정한 언론을 해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다. 그는 취임하기 무섭게 공공연히 ‘촛불혁명’을 운위했다. 자꾸 그 말을 되풀이하면서 어느새 스스로 혁명을 주도한 사람인양 행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건 혁명이 아니라 격렬한 정변이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그 수혜자였을 뿐이다. 그 때 분위기를 자극하고 이끌었던 언론의 보도 양상이 어떠했는지는 국민이 알고 기자들이 알고 문 대통령도 안다.

지지율, 대선 득표율 아래로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실시한 9월 3주차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0%로 전주보다 3%포인트 내려갔다. 그리고 부정평가는 53%로 전주에 비해 4%포인트 올라갔다. 긍정적 응답은 대선 때의 득표율 아래로 떨어졌고 부정적 응답은 응답자 과반수 선을 뚫고 치솟은 결과였다.

이게 임기 절반에도 이르지 않은 ‘혁명대통령’의 성적이다. 사실은 그의 대선 득표율도 ‘혁명’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41.08%에 그쳤다. 경쟁자들 가운데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어 당선되긴 했으나 혁명의 결과라기에는 너무 초라했다. 그들이 밀어낸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51.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보다 10%포인트 낮은 득표율을 보인데 그친 대선 결과였다. ‘혁명’운운할 일이 아니었다.

그는 그해 7월 5일 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에 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표를 준 41%의 지지세력 외의 국민을 어떻게 끌어안을 생각이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독일의 경험을 참고해 사회불평등을 해소하며 통합을 이루겠다”고 핵심을 비켜간 대답을 했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얼른 나서서 거들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국민적 지지율이 80%를 웃돌며 이미 국민통합에 성과를 내고 있다.” 그 지지율이 반토막 난 것이다.

대선 때 표를 줬던 유권자들조차 등을 돌리기 시작했음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가 보여줬다. 물론 앞으로도 등락이 거듭되겠지만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민심은 진보‧보수.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옳고 그름을 가릴 뿐이다. 이 당연한 이치를 문 대통령과 그의 핵심 참모 및 정부 요인들이 인식하지 못하거나 안하려고 한다. 역대 어느 정부도 임기 절반을 넘어서면서 꺾인 지지율을 상향 추세로 바꿔놓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정부는 특별하다고 믿고 있는 인상이다.

문 대통령의 ‘가짜뉴스’ 공격

조 장관에 대한 임명을 밀어붙인 심리의 저변에 그 같은 일종의 ‘선민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게 아니었다면 정치적 반대세력과 비우호적 언론에 대한 과도한 반감 탓이었을 지도 모른다. “혁명 정부, 혁명 대통령의 숭고한 비전과 고민을 이렇게 이해하지 못하다니! 이건 정상적 여론이 아니다. 개혁에 대한 저항이고 시샘에서 비롯된 모함일 뿐이다. 그런 왜곡된 여론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혁명은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이러한 분노와 강박감도 있었을 법하다. 문 대통령이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표 나게 역설했던 까닭이 달리 있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조 장관에 대해 야당이나 이른바 보수언론이 거칠게 공격해온 것은 맞지만 ‘가짜뉴스 허위정보’는 아니었다. 문 대통령이 기어이 임명장을 줬을 때(9일)는 조 장관의 딸이 제1저자로 오른 단국대 의학 논문을, 대한병리학회가 직권취소(5일)한 후였다. 조 장관의 잘못이 아니라는 건 핑계가 될 수 없다.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정직성 청렴성이 일반인과 같다고 해서는 말이 안 된다. 조 장관 관련 의혹은 기록적이라고 할 만큼 많다. 그리고 그게 진실로 드러날 개연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때다. 그런데도 그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해 ‘검찰 개혁’의 과업을 맡기다니!

도대체 문 대통령과 그의 ‘혁명동지’들이 의도하는 바가 정말이지 궁금하다. 대통령 권력의 집중도를 더 높이자는 것인가. 대통령이 공수처를 통해 3권에 대한 장악력을 회기적으로 높이는 한편, ‘(준)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야당의 저항력을 약화시켜 장기집권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뜻인가.

촛불군중 믿고 오기 부리나

그런 게 아니라면 조 장관을 내치지 못할 권력내부의 역학관계나 혹은 이해관계가 따로 있는 건가? 조 장관을 포기하고, 그를 검찰에 넘겨버릴 경우 열려버릴 수도 있는 판도라의 상자 같은 게 혹시라도 있을까? 지금은 검찰의 공세에 조 장관이 밀리는 모양새이지만 시간을 끌면 결국 법무부가 검찰을 제어하고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에 추동되고 있지는 않은가. 촛불로 정권을 만들어낸 군중들의 힘을 믿어서 부리는 용기이자 오기는 아닌가.

하긴 적극적인 정권 옹위세력이 있다는 것은 이번 사태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이 조국 장관 교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자 수많은 유령서명자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떼로 덤비면 못할 일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의 소행일 것이다. 이들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도 예사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과시한다. 이런 식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민심을 조작하는 일에 발군의 실력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정권의 주요 기반이라면 집권세력이 스스로 인식을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어쩌면 생각의 틀을 공유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소통광장’을 개설하고 여기서 ‘국민청원’을 받고 있는 발상도 그리 순수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여론을 움직이면 군중을 만들 수 있고, 군중을 자극하면 권력을 쥘 수 있다는 사고의 일단이 아닐까?

생각, 계산은 자유이지만 착각의 후유증은 심각하다고 역사는 가르쳐 왔다.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집단주의의 요구에 의한 사고의 획일화 경향이 대세를 좌지우지하는 것 같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71년간을 자유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자유인들로 살아왔다. 물론 권위주의가 끼어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종적 승리는 자유국민의 차지였다. 스스로 권력자연 하는 사람들 모두 이걸 잊지 마시라.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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