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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오너십] 신기술 습득 나선 정의선 부회장, 현대차를 '오픈'하다


입력 2019.09.20 06:00 수정 2019.09.20 06:09        박영국 기자

기아차 사장 시절 '디자인 기아' 이끈 외부인재 영입, 현대차그룹서 재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4차산업혁명, 미래차 기술 전방위 습득

기아차 사장 시절 '디자인 기아' 이끈 외부인재 영입, 현대차그룹서 재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4차산업혁명, 미래차 기술 전방위 습득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5월 13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리막 본사 사옥에서 리막의 마테 리막 CEO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5월 13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리막 본사 사옥에서 리막의 마테 리막 CEO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2006년 7월. 당시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며 자동차 명가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디자인을 총괄하던 피터 슈라이어는 자동차 후발국 한국행을 택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를 한국으로 부른 이는 당시 기아차를 이끌던 30대 중반의 젊은 경영자였다. 지금은 현대자동차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위치에 오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36세였던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당시의 기아차는 한계가 뚜렷한 기업이었다. 같은 현대차그룹 내의 주력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와 사업구조가 동일해 차별화를 만들어내기가 힘들었고, 해외 무대에서는 현대차의 서브 브랜드 정도로 인식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기아차에서 정의선 당시 대표이사가 이끌어낸 아이템은 ‘디자인’이었다. 이 젊은 경영자는 품질·마케팅·기술·가격 등 기존 역량만으로는 선진업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기아차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디자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결정하고 전사적인 디자인경영에 나섰다.

물론, 정의선은 전문적인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지니진 못했다. 대신, 뛰어난 디자이너를 영입해 ‘디자인 경영’의 선봉장으로 내세울 만한 안목과 과단성, 그리고 무엇보다 오픈된 마인드를 가진 경영자였다.

그가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 이후 기아차는 ‘직선의 단순화’와 ‘호랑이 코 패밀리룩’ 디자인을 적용한 신모델들을 출시하기 시작했고, 기아차를 바라보는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로체 이노베이션을 시작으로 포르테, K5, K7 등 패밀리룩을 달고 나온 기아차의 모델들은 모두 히트했다. 특히 포르테와 K5는 각각 준중형차와 중형차 시장에서 ‘형님’ 격인 현대차의 아반떼와 쏘나타의 아성을 위협하며 2009년 8월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 정의선 부회장을 곤란케 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 부회장(가운데 큰 사진)과 그가 기아자동차 사장과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거치며 해외 경쟁사들로부터 영입한 글로벌 전문가들. ⓒ현대자동차그룹(데일리안 재구성)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 부회장(가운데 큰 사진)과 그가 기아자동차 사장과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거치며 해외 경쟁사들로부터 영입한 글로벌 전문가들. ⓒ현대자동차그룹(데일리안 재구성)

진일보된 역량을 습득하기 위해서라면 적진에서 인재를 빼오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정 부회장의 행보는 현대차에 몸담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과 함께 고급화된 브랜드 전략을 배우기 위해 폭스바겐의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의 브랜드 전략을 담당하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를 영입했고, 고성능차 브랜드 ‘N' 출범에 앞서 기술력 강화를 위해 BMW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 출신 알버트 비어만을 초빙했다.

지난해 9월 승진과 함께 그룹 총괄을 맡게 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오픈 경영’은 더욱 진화했다. 그룹 계열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외부 인재 영입을 지속하는 한편, 미래차 기술 확보를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 부임 이후 거의 매달 한 건씩 국내외 신기술 보유업체에 대한 투자 및 협업이 발표되고 있을 정도로 외부 기술 받아들이기에 적극적이다.

정 부회장 취임 직후 이뤄진 스위스 홀로그램 전문 기업 웨이레이(Wayray)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기술을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의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이스라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알레그로.ai, 미국 드론 분야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톱 플라이트 테크놀러지스’등에 잇달아 투자했다.

현대차그룹이 구축했거나 구축 예정인 대한민국, 미국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국 베이징, 독일 베를린 등 5개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이 구축했거나 구축 예정인 대한민국, 미국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국 베이징, 독일 베를린 등 5개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현대자동차그룹

올해 들어서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과 손잡았다. 지난 4월 네이버 CTO 출신 송창현 대표가 네이버 및 카카오 출신 핵심 기술 인력들과 함께 창업한 ‘코드42’에 전략 투자한 것이다.

그밖에 인도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 ‘올라’, 유럽 고성능 전기차 기업 ‘리막’, 이스라엘 차량 탑승객 외상 분석 전문 스타트업 엠디고, 유럽 초고속 충전소 업체 아이오니티 등에도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현대차의 전세계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협업은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 미국, 중국, 독일, 이스라엘 등 세계 5개 지역에 설립된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미래차 기술 확보를 위한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세계 스타트업 생태계가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지역에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크를 갖추고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강력한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한 차원”이라며 “혁신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미래 그룹 성장을 이끌 신규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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