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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低물가에 비둘기 날개 편 한은 금통위원


입력 2019.09.18 15:00 수정 2019.09.18 14:36        부광우 기자

물가 상승률 첫 마이너스…기대 인플레이션 2% 하회 전망

신인석 위원 "소비심리 위축 넘어 금리정책 무력화 가능성"

물가 상승률 첫 마이너스…기대 인플레이션 2% 하회 전망
신인석 위원 "소비심리 위축 넘어 금리정책 무력화 가능성"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8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은행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8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은행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며 이른바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한국 경제의 저(低)물가 현상에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낮은 인플레이션이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영향을 넘어 한은의 금리정책마저 무디게 마들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가계부채 관리에 집중해 온 금통위의 기조도 다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앞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신 위원은 18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올해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 추가 하락은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 추이를 고착 내지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2015년=100 기준)로 전년 동월(104.85) 대비 0.0% 상승률에 그쳤다. 소수점 자릿수를 늘려보면 -0.038%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이자 사상 첫 마이너스 기록이다. 좀 더 시계를 넓혀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를 하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1~8월 소비자물가는 0.5% 상승하는 데 그쳤고,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돼 연간 물가 상승률은 0.7% 내외로 예상된다.

신 위원은 한은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이 지난 달 2.0%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이는 2013년 말(2.9%)에 비해 1%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아울러 신 위원은 현실보다 과장되는 경향이 짙은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의 특성을 감안하면, 실제 경제 주체들의 행동으로 드러나는 기대 인플레이션은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치인 2.0%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목표보다 낮아 0%에 가까운 수준으로 하락하면 경제주체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이런 경제심리 위축 위험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마이너스인 디플레이션 상황을 배경으로 주로 언급되지만, 이론적으로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해도 기대 인플레이션이 목표에서 이탈해 0%에 가깝게 낮아지면 발생하는 위험"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신 위원은 기대 인플레이션의 하락이 염려스러운 또 다른 이유로 통화당국의 금리정책 무력화 위험을 들었다. 그리고 이 같은 리스크가 소비심리 위축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신 위원은 "오늘날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디플레이션의 가장 큰 위험으로 꼽고 있는 것도 디플레이션 자체보다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마이너스로 하락할 경우 금리정책의 무력화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이러면 경제가 일시적인 경기 침체에 빠졌을 때 통화정책으로 경제를 균현상태로 복귀시키기 곤란해지고, 그 만큼 장기 침체의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위원은 가계부채 관리에 중요도를 높게 매겨 온 금통위의 정책을 재점검해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의 방지라는 공통 과제와 도전에 마주하고 있는 만큼, 한은도 이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조언이다.

앞선 지난 7월 한은은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뀐 상태다. 시장에서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각각 한 차례씩 두 번의 추가 인하를 점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은 기준금리는 처음으로 1%까지 떨어지게 된다.

신 위원은 "우리 금통위가 가계부채로 대표되는 금융안정에 부여한 가중치는 여타 국가들과 비교할 때 좀 더 높았다는 것이 개인적인 평가"라며 "금융불안정의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보다 효과적이고 우선적인 정책수단인 금융건전성 정책만으로 불안정성이 위험 수준까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면 금융안정에 대한 상대적 가중치가 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그와 다른 상황이라면 그에 맞는 정책 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하고, 이제 우리 경제는 새로운 상황인식이 필요한 때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며 "일시적 충격으로 괴리가 있어도 결국 물가 상승률은 목표인 2% 부근에서 안정될 것이란 믿음을 경제주체들에게 주는 것은 인플레이션 목표제 아래 통화정책 담당자의 책무"라고 덧붙였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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