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태 장기화' 에 쏠리는 눈…시중은행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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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사태 장기화' 에 쏠리는 눈…시중은행 긴장 고조
    '외환 사업 최대' 은행도 고초…불안 장기화에 우려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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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9-19 06:00
    부광우 기자(boo0731@dailian.co.kr)
    '외환 사업 최대' 은행도 고초…불안 장기화에 우려 증폭

    ▲ KEB하나은행 홍콩 지점의 외화 건전성 지표가 1년 새 반 토막 나면서 금융당국의 규제 마지노선 준수를 염려해야 하는 정도까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게티이미지뱅크


    홍콩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국내 시중은행의 현지 외화 위기에 대한 대응력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홍콩 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둘러싼 반(反) 중국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현지 금융 시장의 불안이 커진 역풍으로 풀이된다. 국내 은행들 가운데 최대 외환 사업자인 하나은행마저 고초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홍콩 사태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하나은행 홍콩 지점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84.3%로 전년 동기(157.8%) 대비 73.5%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화 LCR은 은행의 외화 건전성을 평가할 때 쓰는 대표적인 지표다. 기준 시점으로부터 향후 1개월 동안 벌어질 수 있는 외화 순유출 규모와 비교해 현금이나 지급준비금, 고신용채권 등 유동성이 높은 외화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이 수치가 100% 미만이라는 것은 확보하고 있는 고유동성 외화 자산이 최악의 경우 한 달 동안 빠져나갈 수 있는 외화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은행들이 지켜야 할 외화 LCR 비율 하한선을 80%로 정하고 이를 의무화했다. 은행들은 LCR 규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1~2회 위반 시 사유서·달성계획서를 제출하고, 3~4회 위반 때는 규제 비율을 5%포인트씩 높여야 한다. 5회 이상 위반하면 LCR을 맞출 때까지 신규 차입이 정지된다.

    하나은행 홍콩 지점의 외화 대응력 악화는 송환법 반대 시위로 인한 현지의 정치적 불안 확산과 이로 인한 홍콩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홍콩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올해 1분 말까지만 해도 하나은행 현지 지점의 외화 LCR은 122.6%로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그러다 지난 6월 초부터 본격화된 송환법 반대 시위의 시점을 감안하면, 이 지점의 외화 LCR은 홍콩 사태 직후 40%포인트 가까이 추락한 셈이다.

    하나은행의 자산 중 홍콩에 묶여 있는 금액은 4500억원 가량이다. 올해 6월 말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들이 홍콩에 보유한 익스포저는 총 2조589억원인데, 이 중 22.0%인 4520억원이 하나은행의 몫이다. 익스포저는 금융사의 자산에서 특정 기업이나 국가와 연관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주로 신용 사건 발생 시 받기로 약속된 대출이나 투자 금액과 함께 복잡한 파생상품 등 연관된 모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 금액을 가리킨다.

    문제는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가 여전히 계속되며 100일을 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향후 홍콩 금융 시장의 환경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홍콩 지점이 갖는 중요성과 의미를 고려하면 하나은행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홍콩 지점의 송금센터는 한국을 포함한 각 지역에서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보내는 미 달러화의 송금을 집중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는 하나은행 송금 거래의 절반에 가까운 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 지점은 국내 은행의 첫 글로벌 진출 사례라는 상징성도 지니고 있다. 국내 은행의 해외 네트워크 구축은 1967년 옛 외환은행이 동경과 오사카, 홍콩에 지점을 개설하면서 처음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더해 금융권이 하나은행의 해외 지점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하나은행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외환을 취급하는 은행이라는데 있다. 외화 전문 은행이었던 외환은행을 2015년 인수한 이후 하나은행은 우리 금융 시장에서 해외 통화 거래의 중심이자 바로미터 역할을 해 왔다. 지금도 하나은행의 외화 자산은 547억달러로, 우리은행(418억달러)·신한은행(336억달러)·국민은행(269억달러) 등 대형 시중은행들보다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중국의 건국 70주년을 기점으로 홍콩 시위가 분수령을 맞이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이슈가 해소되더라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홍콩에 잠재된 불안이 확인된 만큼, 외부 자금 유출로 인한 현지 금융 시장의 불안은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당행은 지난해 이후 한 번도 외화 LCR이 100%를 하회한 적이 없고, 홍콩지점 외화 LCR도 7월 이후에는 100%를 상회하고 있다"며 "시위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홍콩지점의 차입은 그 이전과 다름 없으며 단기자산관리와 과잉유동성 관리 등을 통한 일상적 관리를 통해 적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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