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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정신대' 출신 日 할머니 "가해 역사 마주해야"


입력 2019.09.15 14:00 수정 2019.09.15 14:00        스팟뉴스팀

도쿄신문 인터뷰…"조선인 징용공, 일상적으로 구타당해"

"위안부 관련 일왕 사죄 요구 발언, 이상하지 않아"

도쿄신문 인터뷰…"조선인 징용공, 일상적으로 구타당해"
"위안부 관련 일왕 사죄 요구 발언, 이상하지 않아"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전쟁 말기에 '여자정신대'의 일원으로 군수공장에서 일했던 90대 일본인 할머니가 일본 내 혐한(嫌韓) 세력을 향해 "가해 역사를 마주하라"고 일갈했다.

올해 91세로 이바라키현 미토시에 거주하는 다카나베 아이(91) 할머니는 한국은 필요 없다고 하는 주간지나 TV 보도 등 일본 사회에 최근 만연하는 혐한 분위기에서 태평양전쟁 말기 때로 되돌아간 듯 한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다카나베 할머니에게는 태평양전쟁 말기에 육군 무기제조 공장에 동원돼 조선인 징용공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니가타(新潟)의 고등여학교를 졸업한 1944년 봄.

당시 17세이던 다카나베 할머니는 전시의 부족한 노동력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일제가 창설한 '여자정신대'에 입대해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에 있는 사가미 육군조병창에 배치됐다.

그해 겨울 전차 등을 만드는 그곳에는 수십 명의 조선인이 징용공으로 들어왔다.

다카나베 할머니는 이날 자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당시 목격했던 일을 담담히 털어놨다.

"(조선인들은) 별도 건물에서 일했는데, 감독자인 군인으로부터 야단맞고 일상적으로 구타당했어요. 말을 나눌 기회가 없었지만, 한밤중까지 묵묵히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카나베 할머니는 다른 일본인 남성 직공들도 조선인 징용공들을 "조선놈(조센야로)"이라고 부르는 등 멸시와 조롱이 일상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사가미 조병창에서는 징용공이 즐겨 부르던 '아리랑'이 유행했었다고 다카나베 할머니는 회고했다. 애절한 가락에 자신도 마음이 끌려 조선어로 된 가사를 읊조리곤 했다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놓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2월 일왕 사죄론을 거론한 것에 대해선 수긍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당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이 "무례한 발언"이라고 주장하는 등 일본 정부 내에서 반발이 일었지만, 식민지 재배를 받은 입장에서 보면 문 의장 발언이 비정상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다카나베 할머니는 "우리나 조선인은 당시 모두 황민화 교육을 받았고, 덴노(일왕) 이름으로 징용된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지금 정권은 '징용공'도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고 바꾸어 부르는 등 과거의 가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평양전쟁 개전 때 만세를 외치며 반겼다는 다카나베 할머니는 일제의 아시아 침략을 '대동아공영권' 만들기라고 믿었던 이른바 '군국(軍國)소녀'였다.

그랬던 다카나베 할머니가 새로운 군국주의를 추구하며 역사수정주의를 좇는 아베 신조 총리의 현 일본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금과옥조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가해의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해 이웃 나라와 대화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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