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에게 듣는다·上] 정진석 "文정권, 생명력 다했다"

실시간 뉴스
    최종편집시간 : 2019년 10월 17일 11:07:01
    [중진에게 듣는다·上] 정진석 "文정권, 생명력 다했다"
    정치 두루 경험한 정진석도 조국 임명은 "충격"
    "'국민과의 전쟁' 선포하는 대통령은 처음 봤다
    정권 생명력 다했다. 정통성 리빌딩 어려울 것"
    기사본문
    등록 : 2019-09-13 03:00
    정도원 기자(united97@dailian.co.kr)
    정치 두루 경험한 정진석도 조국 임명은 "충격"
    "'국민과의 전쟁' 선포하는 대통령은 처음 봤다
    정권 생명력 다했다. 정통성 리빌딩 어려울 것"


    ▲ 4선 중진이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당대표권한대행을 지낸 정진석 의원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생활만 10여 년, 국회에서는 '1노 3김'의 정당을 모두 출입해보고 총리실과 통일부·외교부 출입기자에 워싱턴특파원까지 지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현실정치에 뛰어든 뒤에는 원내대표·당대표권한대행과 청와대 정무수석·국회사무총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정치에 관한 한 모든 분야를 다 경험해봤다"고 자부하는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에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장관 임명강행은 충격이었다. 연휴 직전 만난 정 의원은 "조국을 임명강행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설마했다"라며 "충격"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정 의원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대통령은 봤어도,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대통령은 처음 봤다"며 "야당 중진의 입장에서 끝까지 투쟁하며 싸우겠다.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길이 옳은 길이기에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차례상 민심에 주로 오르내리는 것은 조 장관 딸의 위조 표창장 등 학사비리 의혹이다. 정 의원은 딸 의혹이 국민의 분노를 촉발했다면, '결정타'는 사모펀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의원은 "사모펀드가 핵심이다. 사모펀드 비리가 밝혀진다면 문재인정권은 비극적인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며 "정권퇴진 투쟁으로 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조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수사 라인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배제를 추진하는 등 법무부가 나서서 검찰과 갈등을 빚는 모습도 조소했다. 정 의원은 "윤석열을 향한 좌파들의 태도는 코미디"라며 "신주단지 모시듯 유일한 검찰총장감으로 치켜세우다가 '미친 늑대'라고 비난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라. 위선에 찌든 좌파의 민낯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정 의원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인용해 문재인정권의 정통성이 무너졌다, 생명력이 다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온 가족이 나서서 가족사기단처럼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 영화 '기생충'과 똑 떨어진다"며 "송강호가 딸의 문서위조 솜씨에 감탄하며 '문서위조학과 없냐' 운운하던 장면을 떠올려보면 봉 감독이 노스트라다무스인가 싶다"고 웃었다.

    이어 "정의·공정이 이 정권이 표방한 주제어였는데, 이번에 완전한 위선이었다는 게 들통났다"며 "국민이 국정농단에 실망해 탄생시킨 이 정권이 더 불의하다는 게 판명난 이상, 정권의 생명력은 다했다고 본다. 정권의 정통성을 다시 리빌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민심 흐름 알고 있을텐데, 대통령이 왜 이럴까
    모든 것 장악해도 국민을 장악하는 정권은 없다
    정권은 일엽편주일뿐…국민이 언제든 뒤엎는다"


    ▲ 4선 중진이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당대표권한대행을 지낸 정진석 의원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의원은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은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이명박정부에서 네 번째 정무수석이 됐던 정 의원은 당시 정무기능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 간의 전격 회동으로 여당을 화합시켰고, 헌법기관장·국무위원 후보자와 관련해 민심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았다. 정권재창출의 밑거름을 마련한 정 의원은 정무수석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의원은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내 때도 그랬지만 매주 여론조사를 한다"며 "그게 비용이 상당히 드는데도, 대통령이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수시로 체크하면서 국정에 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심이 어떻게 흐르는지 잘 알고 있을텐데, 대통령이 왜 이러지는 나로서는 참으로 미스테리"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의 관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의 '비밀의 정원'이 있는 것일까, 조국은 대통령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것일까, 대통령이 조국을 버릴 수 없는 우리가 모르는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라고 연신 의문을 던졌다.

    정 의원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언론을 '기레기'라고 이야기한 것을 보고 분노했다"며 "진보좌파들은 그들만이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뤄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밝혀내서 시대의 흐름을 바꾼 것은 언론이지 운동권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필요할 때는 언론에 알랑방귀 뀌다가 (필요 없어지면) '기레기'라는 게 진보좌파의 이중성이고 민낯"이라며 "그 사람들의 발상이 참 위험하다. 모든 권력을 장악했더라도 국민을 장악할 수 있는 정권은 없다. 국민은 바다고 정권은 일엽편주(一葉片舟)다. 국민은 정권을 순항시킬 수도 있지만, 언제든 뒤집어 전복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총선은 '70년 공든탑' 무너뜨리느냐 선거
    선거법 고쳐 개헌 몰아가려는 음모 있다고 본다
    헌법에서 자유 삭제하려던 시도, 속내 들킨 것"


    ▲ 4선 중진이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당대표권한대행을 지낸 정진석 의원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제는 조국 장관 임명 정국에서 폭주하는 정권을 향한 분노가 제1야당에 대한 지지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진석 의원이 오래 몸담았던 한국일보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일 정당 지지도를 설문한 뒤 9일자로 보도했다. 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은 20.1%로 지난 6월 6~7일의 25.9%에서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다.

    한국일보는 "자유한국당이 이른바 '조국 블랙홀' 호재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비워야 채울 수 있다. 국민을 설득하려 하지 말고, 감동시켜야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문제는 중도층의 지지다. 중도층은 감동하고 공감해야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감동을 주는 방식은 극단적이어서는 안 된다. 가령 단식투쟁을 한다고 하면 진짜 죽을 각오로 해야지, 쇼로 해서는 안 된다"며 "희생하지 않고, 손해보지 않고 남을 감동시키기는 어렵다. 유권자는 희생과 헌신을 한 정치인에게는 반드시 보상해준다. '마음을 비워야 궁극적으로 채울 수 있다'는 진리는 정치의 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렇듯 제1야당의 저조한 정당 지지율 속에서 내년 4월 총선이 치러지면 어떻게 될까. 자유민주주의를 규정한 현행 헌법을 호헌(護憲)하자는 세력이 개헌저지선조차 확보하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조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본인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자처했다.

    정 의원은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패스트트랙이라는) 무리수를 동원하면서, 비민주적이라는 욕을 먹어가면서 (선거법 개악을) 강행하느냐"며 "선거법을 고쳐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2중대·3중대까지 거둬들여서 개헌으로 몰아가려는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의를 환기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굳건히 유지해온 자유민주주의 헌법체계를 흔들려는 것"이라며 "우리 헌법에서 자유를 삭제하려는 시도를 이미 여러 번 하지 않았느냐. 어떻게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느냐. 속내를 들켰다고 본다"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내년도 총선은 특정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배지'를 달고, 달지 않고의 선거가 아니다"라며 "'70년 공든탑'을 지키느냐, 무너뜨리느냐의 선거"라고 규정했다.

    "건곤일척 회전 앞두고 朴탄핵 논란 '스투피드'
    文대통령·조국 돌아웃는 것 그토록 보고 싶냐
    朴탄핵 논쟁은 전략적 유예하고 옷깃 여미자"


    ▲ 4선 중진이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당대표권한대행을 지낸 정진석 의원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러한 맥락에서 정 의원은 내년 4·15 총선을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대회전으로 정의했다. 엄중한 결과가 빚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도, 정 의원은 중도보수대통합 등 구도만 정리된다면 총선의 결과는 매우 조심스러운 가운데에서도 어느 정도 낙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 의원은 "구도가 제일 중요하다. 선거는 구도다. 구도 다음이 바람과 인물"이라며 "총선·대선·지선을 세 번 내리 지고 사이클이 다시 돌아와서 맞이하는 건곤일척·와신상담의 4·15 대회전인데, 반드시 승리를 쟁취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평평하게 만들어놓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진보 30%·중도 40%·보수 30%로 볼 때, 양극단의 30%는 불변이며 가운데 40% '스윙보터'를 누가 가져가느냐의 싸움이다. 그게 선거의 메커니즘"이라며 "정권 3년차 선거는 심판선거로 가게 돼 있다. 지난 번과 같은 공천 파동 없이 공명정대한 공천을 하고, 헌법수호와 정권교체를 외치면 한국당에 불리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 의원은 이 과정에서 자기반성과 보수혁신을 통한 중도보수의 대통합, 그리고 보수 내부를 분열시킬 수 있는 불필요한 논쟁 요소의 유예와 자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고 당부했다.

    정 의원은 "(문재인정권 심판 정서)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떳떳하게 우리를 바라봐달라고 할 수 있도록 공천혁명으로 변모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 상태로는 안 된다'는 반성의 차원에서 중도보수대통합, 통합 논의로도 연결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한 문제를 끊임없이 쟁점화하는 것을 향해서는 "반반씩 나뉘어져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로) 논쟁을 벌이면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이 뒤돌아서 웃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이 웃는 것을 그토록 보고 싶으냐. 넌센스"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지금 찬탄·반탄을 논의하자는 것은 당을 쪼개자는 분당(分黨) 논의다. 선거를 6~7개월 앞두고 그런 스투피드(stupid·멍청)한 논의가 어디 있느냐. 찬반·반탄 논쟁을 하고 싶더라도 조금 참고 전략적으로 유예해야 한다"며 "건곤일척의 4·15 총선을 위해 우리 스스로 옷깃을 여미는 자세로 현실을 바라보자"고 촉구했다.

    정진석, 보수통합·우파정권창출 향해 걸어온 길
    "父子가 10선 국록 먹었는데 사명감이 없겠느냐"
    와신상담 4·15 총선 앞두고 무거운 짐을 '자처'


    ▲ 4선 중진이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당대표권한대행을 지낸 정진석 의원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6월, 정 의원의 아버지 남당(南堂) 정석모 전 자민련 부총재의 10주기 추도식이 헌정기념관에서 엄수됐다. 정 전 부총재의 지역구이자 지금은 정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부여·공주·청양에서 많은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추도식장을 찾았다. 정 전 부총재를 오래 모신 운전기사와 지역구 사무국장까지 참석해 고인의 추도 열기를 더했다.

    정 전 부총재가 6선, 정 의원이 4선으로 부자가 10선 고지에 올랐다. 아버지가 내무부 치안국장 등을 하면서 국가에 기여한 공로와 아들의 언론인 경력 등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70년 공든탑'에 이들 부자가 기여한 바도 작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정 의원도 보수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해 남은 정치생명을 불사르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정 의원은 청와대 정무수석을 하던 2010년 8월 21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의 청와대 오찬회동을 전격 성사시켰다. 한나라당 분당(分黨)설까지 나오던 위기는 이를 계기로 사그러들었고, 보수통합을 발판으로 하는 정권재창출의 기반이 마련됐다.

    이에 앞선 2007년 12월, 정 의원은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가 이회창 후보 지지를 기반으로 충청권 보수신당의 창당을 추진하자, 국중당을 탈당하고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10년 좌파정권을 종식하고 우파정권을 창출해야 하는데, 당선가능성이 없던 이회창을 지역정당 하나 만들어보겠다고 지지한다는 게 명분이 없더라"고 회상했다.

    정 의원은 "부자가 10선의 국록(國祿)을 먹었는데, 어떻게 공적 사명감이 없을 수 있겠느냐"며 "아버지나 아들이나 10선까지 정치생명을 이어오게 된 것은 그래도 사(私)보다는 공(公)을 따지고, 한눈을 팔지 않고 깨끗하게 자기관리를 하고,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평가받고 선택받아왔다는 이야기를 늘 한다"고 자부했다.

    아울러 "그런 측면에서 긍지와 자부심도 느끼지만 (대한민국과 국민, 헌법에 대한) 대단한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나도 이제 정치 후반전으로 진입한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명예롭게, 나이스하게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 항상 그런 관점에서 정치행로를 이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데일리안 = 정도원 기자]
    ⓒ (주)데일리안 - 무단전재, 변형, 무단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