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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체제 1년, 조직혁신·미래차 가속도…지배구조 개편 과제 남아


입력 2019.09.13 06:00 수정 2019.09.14 06:50        박영국 기자

'안정 속 긍정적 변화'로 현대차그룹 이끌어

'안정 속 긍정적 변화'로 현대차그룹 이끌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월 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그룹 시무식을 주재하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월 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그룹 시무식을 주재하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 총괄을 맡은 지 오는 14일로 1년이 된다.

그간 재계와 자동차 업계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정 수석부회장 체제의 현대차그룹은 안정을 유지하면서도 조직 구조나 미래성장동력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여전히 정 수석부회장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로 남아있다.

◆젊은 피 세대교체, 순혈주의 타파, 수평적 조직문화

현대차그룹 오너 3세인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뤄진 가장 큰 변화는 ‘조직 혁신’이다.

우선 지난해 12월 그룹의 주축을 담당하던 전문경영인 부회장 5명 중 4명을 교체했다. 연구개발(R&D) 부문 투톱으로 불리던 양웅철·권문식 부회장을 내보내고 김용환·우유철·정진행 부회장을 계열사로 이동시켰다.

그밖에도 고령의 경영진을 50대 중후반 및 60대 초반 사장들로 교체하는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덕분에 61.1세였던 사장 이상 임원 평균연령이 57.9세로 젊어졌다.

과거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보여줬던 ‘순혈주의’도 타파했다. 올해 2월 경쟁사인 포스코 출신 안동일 전 포항제철소장을 현대제철 생산기술 담당 사장으로 영입한 게 대표적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기아차와 현대차 등 계열사를 거치면서 보여줬던 ‘해외 경쟁사 인재 중용’도 그룹 총괄을 맡으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지난 4월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직을 신설하고 닛산 최고성과책임자(CPO) 출신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임명했다.

올해 7월엔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사장을 현대차그룹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삼성전자 출신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을 포함, 현대차그룹 내 외부 출신 사장만 5명에 달한다. 이들 중 외국인만 3명이다.

‘상명하복’으로 대변되던 과거 현대차그룹의 수직적 조직문화도 수평적으로 뜯어 고쳤다. 올 들어 임직원 자율복장제를 시작하고 직급과 호칭도 간소화시켰다. 임원 직급에서 이사대우와 이사, 상무 직급을 상무로 통합한 데 이어 직원 호칭도 기존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5단계에서 매니저와 책임매니저 2단계로 축소했다.

연공이 아닌 업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할 수 있도록 승진연차제도도 폐지했다. 일만 잘한다면 과장으로 승진한 직원이 다음해 바로 차장급 승진 대상자가 되는 것도 가능해졌다.

올해부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정기 공채’에서 ‘상시 공채’로 바꾸기도 했다. 채용 주체도 본사 인사부문에서 각현업부문으로 전환해 직무 중심으로 선발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가운데)이 7월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를 방문한 레우벤 (루비)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왼쪽)에게 넥쏘 절개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가운데)이 7월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를 방문한 레우벤 (루비)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왼쪽)에게 넥쏘 절개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

◆'수소경제' 주도, 미래기술 확보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가속화

미래성장동력 확보도 충실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수소전기자동차 분야에서는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과 보조를 맞춰 민간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 2공장 기공식에서 중장기 수소 및 수소전기차(FCEV)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공개했다. 연 50만대 규모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사와 오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및 설비 확대 등에 총 7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5만10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기로 했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타 완성차, 선박, 철도, 지게차 등 운송분야, 전력 생산 및 저장 등 발전분야에 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하는 신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미래차 기술 확보를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 부임 이후 거의 매달 한 건씩 국내외 신기술 보유업체에 대한 투자 및 협업이 발표되고 있을 정도로 외부 기술 받아들이기에 적극적이다.

정 부회장 취임 직후 이뤄진 스위스 홀로그램 전문 기업 웨이레이(Wayray)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기술을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의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이스라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알레그로.ai, 미국 드론 분야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톱 플라이트 테크놀러지스’등에 잇달아 투자했다.

올해 들어서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과 손잡았다. 지난 4월 네이버 CTO 출신 송창현 대표가 네이버 및 카카오 출신 핵심 기술 인력들과 함께 창업한 ‘코드42’에 전략 투자한 것이다.

그밖에 인도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 ‘올라’, 유럽 고성능 전기차 기업 ‘리막’, 이스라엘 차량 탑승객 외상 분석 전문 스타트업 엠디고, 유럽 초고속 충전소 업체 아이오니티 등에도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의 이같은 조직혁신과 적극적인 미래 투자는 ‘경영안정’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 더 의미가 크다. 중국의 사드보복, 미중 무역분쟁 등 각종 대외 악재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대비 18.6% 증가한 5조7753억원을 기록했다.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반등에 성공한 케이스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트렌드에 맞춰 SUV 및 현지 특화모델을 중심으로 현대·기아차의 라인업을 조정하는 한편, 미국·중국 시장에서의 리스트를 완화하기 위해 인도 등 제3국 신흥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하면서 올해를 ‘V자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정 부회장의 다짐이 순조로운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송창현 코드42 대표가 서울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만나 의견을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송창현 코드42 대표가 서울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만나 의견을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풀어야 할 난제

‘정의선 체제 1년’은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난제도 있다. 바로 지난해 무위로 끝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미흡하고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고,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회사들까지 잇달아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에 반대하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결국 지난해 5월 21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서 시장과의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여러 의견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새로운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을 포기한 것이다.

이미 한 번 실패를 맛본 만큼 정 수석부회장으로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보장하고, 순환출자구조를 개선하면서도 전략 주주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신의 한 수’를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기아차 사장 시절부터 경영 능력을 충분히 검증 받았고, 현대차 부회장,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거치면서도 계속해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면서도 “보다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기 위해서는 지배구조개편이 마무리되고 경영승계가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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