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막가는 도쿄올림픽, 역발상으로 본 ‘욱일기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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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9월 17일 12:40:34
    [기자의 눈] 막가는 도쿄올림픽, 역발상으로 본 ‘욱일기 허용’
    도쿄올림픽 조직위,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 허용 입장 고수
    외교력으로 철회 어려워..올림픽서 ‘욱일기=전범기’ 알릴 묘수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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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9-07 07:00
    김태훈 기자(ktwsc28@dailian.co.kr)
    도쿄올림픽 조직위,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 허용 입장 고수
    외교력으로 철회 어려워..올림픽서 ‘욱일기=전범기’ 알릴 묘수 찾아야


    ▲ 일본의 ‘욱일기 허용’을 기회로 보며 역발상으로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 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비엘룬 공격의 희생자와 독일의 압제에 희생된 폴란드인에게 고개 숙이며 용서를 구한다.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기억할 것이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지난 1일 폴란드 비엘룬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 행사에 참석해 폴란드 국민 앞에서 독일어와 폴란드어로 이렇게 사과했다. 독일이 과거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진심 어린 사죄를 하고 있는 반면, 아베 신조 내각을 비롯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은 사죄는 고사하고 일말의 반성조차 없다.

    정치와 분리되어야 할 스포츠에서도 같은 행보를 그리고 있다. 아베 정권 아래 있는 2020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난 3일 ‘SBS’ 질의에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旭日旗) (경기장)반입 허용’ 입장을 밝혀 한국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독일은 하켄크로이츠 등 나치 상징물을 사용할 경우, 3년 이하 벌금형에 처하지만 일본은 ‘역시’ 다르다. 지난 5월 일본 외무성은 공식 홈페이지에 “욱일기는 전통적인 문화일 뿐 전쟁 범죄 상징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영문 홍보물까지 게재했다.

    더 나아가 2020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도쿄올림픽에서 관중들의 욱일기 사용을 아무 제재 없이 허용하겠다. 욱일기가 일본 국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 정치적 의미가 없다”고 주장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올림픽 정신과 완전히 배치된다.

    욱일기가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올림픽에 허용될 수 없도록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국제적 공조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녹록하지 않다.

    이미 IOC는 "욱일기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벌어졌을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대처하겠다"는 정도의 입장만 밝혔다. 원천적 금지를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일본 관중들이 경기장에서 욱일기를 흔들며 대규모 응원전을 펼칠 가능성은 커진 셈이다.

    일본이 보유한 IOC 스포츠 외교력과 한국의 스포츠 외교력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의 현재 외교력과 IOC 내 현실적인 힘의 논리를 감안했을 때, 욱일기 허용 방침을 철회시키거나 IOC의 단호한 불허 방침으로의 입장 전환은 어려워 보인다. 외교부나 대한체육회도 항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응방안도 없어 보인다.

    ▲ 욱일기가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올림픽에 허용될 수 없도록 IOC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국제적 공조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녹록하지 않다. ⓒ 게티이미지

    인생을 걸고 굵은 땀을 흘리는 선수들을 생각한다면 ‘도쿄올림픽 보이콧’과 같은 극단적인 구호가 나와서는 곤란하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체육회에서도 전혀 검토한 바 없는 사안이다.

    오히려 ‘욱일기 허용’을 기회로 보며 역발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제의 침략을 겪지 않은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들은 욱일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나치 문양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욱일기 문양에 관대하기까지 하다.

    일본이 올림픽 경기장에서 욱일기를 들고 단체 응원을 펼친다면, 일본이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를 공공연히 사용한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며 비판을 가하는데 썩 좋은 근거가 될 수 있다. 욱일기 허용이 아베 내각의 자충수가 될 수 있도록 반전의 한 수를 강구할 시점이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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