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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유혹' 신용대출보다 싸진 마이너스통장 '민낯'


입력 2019.09.05 06:00 수정 2019.09.04 21:16        부광우 기자

7월 평균 금리 4.16%…일반 신용대출보다 0.22%P 낮아

이자에 이자 붙는 '역복리'…상환 늦어지면 부담 '눈덩이'

7월 평균 금리 4.16%…일반 신용대출보다 0.22%P 낮아
이자에 이자 붙는 '역복리'…상환 늦어지면 부담 '눈덩이'


국내 은행 마이너스통장 및 일반 신용대출 금리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 마이너스통장 및 일반 신용대출 금리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의 마이너스통장 이자율이 일반 신용대출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로 대출금을 조정할 수 있어 자금 운용이 편리한 대신 금리는 신용대출보다 높다는 통념이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자에 이자가 붙는 마이너스통장의 성격을 모른 채 낮은 금리만 보고 빚을 내면 자칫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택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자본 확충 난항으로 대출을 중단한 케이뱅크와 국책은행 등을 제외한 국내 16개 은행들의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대상 신용한도대출 평균 금리는 4.16%로 집계됐다. 신용한도대출은 약정 기간 동안 일정 금액 내에서 수시로 대출과 상환이 가능하도록 한 신용대출의 일종으로, 흔히 마이너스 통장이라 불린다.

이 같은 신용한도대출 이자율은 같은 기간 실행된 가계 신용대출 평균 금리(4.38%)보다 0.22%포인트 낮은 수치다. 마이너스통장은 한도 내에서 수시로 입출금하는 형태로 자금운용이 가능한 만큼, 일반 신용대출보다 이자율이 높을 것이란 일반론과 어긋나는 현실이다.

은행별로 보면 조사 대상들 중 절반이 넘는 9곳의 신용한도대출 이자율이 신용대출을 밑돌았다. 이 중 광주은행의 격차가 1.49%포인트로 가장 컸다. 전북은행과 BNK경남은행도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일반 신용대출을 각각 1.40%포인트, 1.02%포인트씩 하회하며 1% 이상의 차이를 나타냈다. 이밖에 제주은행(0.63%포인트)·DGB대구은행(0.29%포인트)·한국씨티은행(0.22%포인트)·BNK부산은행(0.20%포인트)·KEB하나은행(0.17%포인트)·신한은행(0.05%포인트) 등도 신용한도대출 이자율이 신용대출보다 낮았다.

신용대출의 마이너스통장 이자율 역전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 7월 실행된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4.73%)에 비해 0.35%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마이너스통장 이자율은 4.56%에서 0.40%포인트 내려가며 하락폭이 더 컸다.

앞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경우 두 대출 사이의 이자율 차이는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렸다. 이로써 한은의 기준금리 방향은 20개월 만에 다시 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지난 달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올해 내와 내년 초에 각각 한 차례씩 추가 인하가 전망된다.

문제는 마이너스통장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겉으로 보이는 금리에 비해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이너스통장은 원금을 기준으로 일정한 금리가 적용되는 일반 신용대출과 달리, 대출 기간 동안 이자에 다시 이자를 매기는 이른바 역복리 상품이다. 즉, 상환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실제 이자는 명목상의 금리보다 상당히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마이너스통장에서 연 금리 5%로 2000만원을 썼다고 가정했을 때 첫 달 이자는 8만3333원이다. 그런데 그 다음 달에는 2000만원이 아닌 전달의 이자를 더한 2008만3333원에 대해 금리가 매겨진다. 이에 따른 두 달째 이자는 8만3681원이 된다. 이렇게 3년이 지나면 월 이자는 9만6388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1개월 차 대비 15.7%(1만3055원)나 늘어난 액수다.

아울러 신용에 미치는 악영향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측면도 마이너스통장 시 주의해야 할 단점이다. 마이너스통장은 만들어두기만 하고 사용하지 않아도 한도가 모두 대출로 잡힌다. 이로 인해 고객으로서는 융통한 돈에 비해 신용점수가 더 깎일 수 있다. 이는 향후 주택담보대출 등 꼭 필요한 대출을 받아야 할 때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고 빌려 쓴 금액에 대해서만 이자가 붙는 장점 상 급하게 대출이 필요한 대신 빠르게 돈을 갚을 수 있을 때 유용하다"며 "하지만 역복리 상품의 특성으로 인해 상환이 미뤄지면 이자 부담이 중첩될 수 있고 개인 신용에도 불리한 면이 있는 만큼, 자신의 자금 용도에 따른 대출 상품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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