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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역시 형님’…어려운 시기 힘 합친 현대차 노사


입력 2019.09.04 07:00 수정 2019.09.03 21:35        김희정 기자

일본 수출규제…‘지금은 안에서 뭉칠 때’라고 판단한 듯

8년 만에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아‧르노삼성‧한국GM 본받아야

일본 수출규제…‘지금은 안에서 뭉칠 때’라고 판단한 듯
8년 만에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아‧르노삼성‧한국GM 본받아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 2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를 집계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 2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를 집계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때가 때인 만큼 결정적 순간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역시 ‘큰 형님’다웠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강성노동조합이자 국내 완성차 업계 노조의 형님이라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8년 만에 무분규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완전히 타결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파업권을 확보했음에도 파업을 실행하지 않고 사측과 대승적 합의를 이뤘다.

매년 임단협 시즌이 되면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당연한 일’로 치부됐다. 지난 8년 간 내내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 과정에서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치렀다. 이쯤 되면 파업 없이 단번에 임단협을 마무리 한 것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현대차 노조는 지금은 내부에서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외 판매실적이 떨어지는 것,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한국 자동차 산업의 침체는 비단 어제오늘일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국가적 재난이 추가됐다. 노조는 외부의 적과 싸우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여겼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4만원에 성과급 150% 조건을 내건 사측의 1차 제시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대신 통상임금 미지급 소급분을 받아내는 데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1차 제시안이 최종 합의안까지 유지되는 것은 어쨌든 유례없는 일이다.

현대차 노조의 임단협 타결이 나머지 완성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형제라 할 수 있는 기아자동차 노조의 경우 현대차가 먼저 합의한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며 임단협을 마무리 짓는 관행이 있을 정도다. 쌍용자동차‧르노삼성자동차‧한국GM도 대부분 현대차의 임단협 결과를 기준으로 둔다.

임단협을 타결한 쌍용차를 제외하고 기아차와 르노삼성, 한국GM의 올해 임단협은 타결까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아차 노조는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추석 이후 출범할 차기 집행부로 이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교섭 두 달이 지난 한국GM 노조는 지지부진한 과정에서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르노삼성은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도 못한 상태서, 구조조정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각각의 노조에게도 입장이 있고 매해 임단협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업계는 대내외로 암울하다. 그동안 ‘귀족노조’, ‘떼쓰는 강성노조’라는 오명을 입으면서도 파업을 강행하며 임단협을 극한까지 끌고 갔던 현대차 노조가 왜 쉽게 물러났는지, 아우들은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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