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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프리패스한 조국, 초유의 '황제 간담회' 열었다


입력 2019.09.03 02:00 수정 2019.09.03 04:54        이슬기 기자

마치 준비한 듯 '청문회 무산 공식화→간담회' 이어져

형식만 '무제한'…실제론 조국만 마음껏 해명

마치 준비한 듯 '청문회 무산 공식화→간담회' 이어져
형식만 '무제한'…실제론 조국만 마음껏 해명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첫 휴식시간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첫 휴식시간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엄호 속에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조 후보자 본인은 지금껏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마음껏' 해명에 나섰지만, 간담회가 열린 경위나 진행 방식을 둘러싼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與 "사전 협의 없었다"는데…일사분란하게 움직인 민주당과 조국

조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이견으로 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되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간담회를 요청했다. 청문회법에 따르면 이날까지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전 "후보자 가족 증인을 모두 양보하겠다. 오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해 법대로 청문회를 진행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한국당이 청문회를 진행할 의사가 없다'며 기자 간담회를 강행했다. 국회에서 청문회 대신 '국민 청문회' 성격의 기자 간담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과 조 후보자 측은 이날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 대해 '사전에 협의된 바가 전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청문회를 회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기 위한 설명이다.

그러나 '청문회 무산 공식화'에서 기자 간담회까지 물 흐르듯 흘러간 이날 일정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조 후보자 측과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한 것이란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기자-조국 간 일회성 질의 응답, 해명 자리만 깔아줘

결과를 두고 보더라도 간담회는 의혹을 해소하기엔 무리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질문자인 국회의원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청문회와 달리 간담회에서 의혹의 당사자인 조 후보자가 답변 방식과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질문이 제한된 기자의 질문은 일회성으로 이어진 반면 조 후보자의 답변은 발언 방식이나 시간에 아무런 제약 없이 진행됐다. 또 조 후보자가 질문의 논점에서 이탈해 하고 싶은 말만 하더라도 중간에 이를 제재할 방법도 없었다.

기자들의 경우 각종 자료 수집과 사전 조사를 통해 의혹 규명을 청문위원들과 달리 조 후보자가 "모른다"거나 "아니다"고 답할 경우 추가적으로 질문할 수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

실제로 조 후보자는 '반대 여론이 높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나 '과거 본인이 했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돌직구 지적에도 "책임감을 느낀다"거나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식으로 쉽게 빠져나갔다.

이날 사회를 맡은 홍익표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기자의 질문 도중 "질문을 짧게 해달라"거나 "한 가지만 하라"는 식으로 개입한 반면, 조 후보자의 답변 도중엔 단 한 차례도 끼어들지 않았다. 조 후보자의 답변 이후 그의 답변 취지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 후보자 측은 의혹 해소를 위해 '무제한 간담회'를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조 후보자만 무제한으로 해명하는 자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국민 청문회 형식의 기자 간담회는 끝났지만, 이것이 청문회를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 반발하며 강력한 대여 투쟁을 예고했고, 정의당 역시 간담회가 청문회를 대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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