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기자의 눈] 히딩크와 다른 김경문, 신이 돼야하는 부담감


입력 2019.08.31 07:00 수정 2019.08.31 00:06        데일리안 스포츠 = 김평호 기자

예비 엔트리 60명 발표로 본격적인 도쿄행 항해 시작

경기력 논란과 무관심 속 성적에 대한 막중한 책임

예비 엔트리 60명 발표로 본격적인 도쿄행 항해 시작
경기력 논란과 무관심 속 성적에 대한 막중한 책임


김경문 대한민국 국가대표 야구팀 신임 감독이 지난 1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열린 국가대표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경문 대한민국 국가대표 야구팀 신임 감독이 지난 1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열린 국가대표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내달 3일 도쿄 올림픽 직행 출전권이 걸려있는 프리미어 12 대회 예비 엔트리 60명을 발표하는 김경문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막중한 사명감을 떠안고 다시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이 역대급 부담감을 이겨내고 위기에 빠진 한국 야구의 구세주로 떠오를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진다.

과거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한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은 이후에도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간간이 언급됐지만 끝내 지휘봉을 잡지 않았다.

사실 히딩크 감독 입장에서는 다시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이유가 1도 없다. 그는 이미 누구도 다시 할 수 없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고, 모든 한국 국민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주면서 계속해서 칭송을 받고 있다.

오히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더라면 그의 명성은 실추될 수 있었고 '한일 월드컵 4강 감독'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퇴색될 수 있었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한 때 부임설이 돌기도 했지만 끝내 히딩크 감독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고, 지금도 그는 한국 국민들의 가슴 속에 좋은 기억으로 간직되고 있다.

반면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김 감독은 지난 2008년 야구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아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 신화를 쓰며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견인했다.

당시 야구대표팀의 올림픽 전승 우승 신화는 2002년 월드컵 4강과 비견될 정도로 크나큰 업적이었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은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가 수직 상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로부터 11년 뒤 김경문 감독은 다시 야구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독이 든 성배’를 마다하지 않은 셈.

야구대표팀의 첫 전임 사령탑인 선동열 전 감독이 지난해 11월 전격 사퇴한 이래 구원투수로 나선 김경문 감독은 다음 달 3일 올림픽 직행 출전권이 걸려있는 프리미어 12 대회 예비 엔트리 60명을 발표하고 도쿄 올림픽을 위한 본격적인 항해에 나선다.

현 전력으로 김경문 감독이 다시 베이징 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다. ⓒ 연합뉴스 현 전력으로 김경문 감독이 다시 베이징 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다. ⓒ 연합뉴스

역대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가장 부담이 가득한 ‘독이 든 성배’가 아닐 수 없다.

일단 현재 프로야구의 상황이 좋지 않다. 경기력 저하와 프로선수들의 팬 서비스 논란 속에 한국 프로야구의 팬심은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프로야구 관중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선수들의 경기력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김경문 감독에게 11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 버금가는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문제는 어려운 상황임을 알면서도 성적을 내야하는 상황이다. 식어버린 팬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한국 야구가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수밖에 없다. 선수들 역시 국제무대서 기량을 증명해 경기력 논란에 스스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한국은 내년에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 야구가 1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부활했기에 한국은 가장 최근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팀이다. 챔피언의 품격에 걸맞는 경기력을 보이고,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있다.

한국 야구의 부활은 11년 전 신화의 주인공인 김경문 감독의 손에 다시 쥐어졌는데 현실은 쉽지 않다.

쓸 만한 재료(선수)와 지원(관심)이 마땅치 않은 상황 속에서 김경문 감독은 신이 돼야하는 역대급 부담감을 짊어지고 가게 생겼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