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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불붙은 ‘애국금융’···성과 재연은 글쎄


입력 2019.08.30 06:00 수정 2019.08.30 08:17        백서원 기자

대통령도 가입한 ‘필승코리아 펀드’…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 투자

NH농협 ‘애국마케팅’ 열기 주도…업계 “수익률보다 마케팅 초점” 우려

대통령도 가입한 ‘필승코리아 펀드’…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 투자
NH농협 ‘애국마케팅’ 열기 주도…업계 “수익률보다 마케팅 초점”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울시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NH-Amundi 필승코리아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NH농협금융그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울시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NH-Amundi 필승코리아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NH농협금융그룹

금융권에서 5년 만에 ‘애국’ 바람이 불고 있다. 2014년 시중은행들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상품들을 출시한 뒤 흥행에 성공시켰다. 이후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들어 애국마케팅에 다시 불이 붙은 모습이다.

특히 NH농협금융은 계열사들과 합심해 금융투자업계 첫 ‘애국 펀드’를 출시·지원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애국 프레임이 씌워진 상품과 수익성은 별개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NH-아문디자산운용이 최근 출시한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가입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직접 은행 창구를 찾아 생애 첫 펀드에 개인 자금 5000만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는 지난 14일 출시된 국내 주식형펀드로, 국내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으로 부각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솔브레인, 후성, 동진세미켐, 원익 IPS 등 60여개 기업이 여기에 포함된다.

운용 보수의 50%는 기초과학 분야 장학금 등 공익 기금으로 적립해 이른바 ‘애국 펀드’, ‘극일 펀드’로 불리고 있다. 지난 1일 선임된 배영훈 NH아문디자산운용 신임 대표가 취임 이후 출시한 첫 상품이기도 하다. 배 대표는 2017년부터 올해 초까지 NH아문디 마케팅부문장을 역임했다.

눈에 띄는 점은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서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을 천명한 시점에서 ‘100% 민족자본’을 강조하는 농협금융과 계열사 신임 대표가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적기에 내놨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해 출시했다는 농협 측의 말도 맞겠지만, 정부와 농협이 그린 밑그림에 충실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권은 광복 70주년이었던 2014년에 기념 특판 상품을 내놓으며 열띤 애국 마케팅을 벌였다. 당시 농협은행이 출시한 ‘광복70년815예·적금’은 한 달 만에 판매액 3조원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렸다. 고객이 예금을 가입할 때마다 농협에서 700원씩의 기금을 출연해 국가보훈처의 광복70주년 기념사업을 후원하는 상품이었다.

이후 은행권 특판 상품과 애국 마케팅은 비교적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광복 70주년이란 큰 상징성을 가진 시기가 지나갔고 저금리 장기화 속에 마케팅 흐름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한일 경제갈등까지 불거지면서 다시 금융권도 애국마케팅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올해도 그 중심에 선 것은 NH농협금융이다.

다만 5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필승코리아 펀드’는 대통령의 가입으로 큰 홍보 효과를 누린 만큼 수익 부담이 막대해졌다.

역대 대통령들이 가입했던 펀드를 살펴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외환 위기시절 ‘경제살리기 주식 1호 펀드’에 가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7월 부동산 자금 쏠림이 커지자 ‘코스닥 투자펀드’에 8000만원을 투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12월 금융 위기가 불거졌을 때 적립식 인덱스펀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자신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청년희망펀드 1호’에 가입했다.

당시 경제 정책에 부합하는 펀드에 가입해 정책을 돋보이게 하려는 성격이 짙었다. 이 중 ‘필승코리아 펀드’는 정치·외교 변화가 펀드의 수익률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게 기존과는 다른 점이다. 여기에 투자기업인 솔브레인, 동진쎄미켐, 후성 등은 이미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주가가 급등해 펀드 운용전략을 짜기도 까다로운 실정이다.

업계에선 해당 상품이 수익률보다는 애국마케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측면에서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12일 상품 출시 간담회 당시, NH아문디 측은 펀드 운용과 수익률 제고 방안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배 대표는 “애국심에만 호소해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일찍부터 ‘100% 토종 은행’을 강조하고 외국 자본의 잠식을 견제하겠다고 말하는 등 애국 마케팅을 활용해서 타 금융지주들을 공격,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며 “거물급 인사들이 가입한 만큼 운용에 상당한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이지만 시국에 기댄 마케팅 전략이란 말을 듣지 않으려면 수익률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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