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지연인출 시간 늘려라" 당국 주문에 은행권 눈치


입력 2019.08.30 06:00 수정 2019.08.29 21:58        박유진 기자

지연인출제도 개편안 놓고 금융권 이견

인출지연 30분→1시간 실효성 거둘까

지연인출제도 개편안 놓고 금융권 이견
인출지연 30분→1시간 실효성 거둘까


지연인출제도로 금융거래가 불가능하다는 ATM 안내문ⓒ데일리안 지연인출제도로 금융거래가 불가능하다는 ATM 안내문ⓒ데일리안

100만원 이상 이체 계좌에 대한 자동화기기(ATM) 출금을 1시간 정지시키는 방안을 놓고 감독당국과 은행권의 입장 차이가 첨예하다.

감독당국은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 차원에서 관련 제도를 강화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은행권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개편안 시행에 어려움이 뒤따르는 실정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지연인출제도'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지연인출제도는 1회 100만원 이상이 이체된 계좌에 대해 ATM 기기서 30분간 돈을 찾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전자통신금융사기에 연루될 경우를 고려해 100만원 이체 시 30분간 돈을 찾지 못하게 하고, 그 기간 소비자가 경찰 등에 신고할 수 있는 '골든타임' 확보 차원에서 지난 2012년 국내에 첫 도입됐다.

이 제도에 대해 금감원은 올해 초부터 인출 정지 시간을 1시간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를 위해 지연 인출 시간대별로 보이스피싱 피해자 수를 대조해 분석한 상태로 그 효과가 높지 않지만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범 금융권 예방 활동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보이스피싱 피해가 급증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역대 최고치인 44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2.7% 늘어난 금액이다.

금감원은 일부 금융사를 중심으로 제도 강화 방안을 논의했는데, 반대 의견이 나와 의견 조율을 시도할 예정이다. 실제 은행권에서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당하는 소비자가 극히 적은 상황에서 제도 강화 시 대고객 불편만 초래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사기 피해액은 늘어나고 있지만 일 평균 피해자는 134명에 불과하는 등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크다'는 주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범죄 예방에 일정 부분 효과가 있겠지만, 이 제도로 불편함을 겪었다는 민원이 많은 상태라 고객 불편이 더 걱정"이라며 "단순히 시간만 늘리는 것에 대해선 그 효과도 크진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을 거치면 지연인출과 관계없이 돈을 찾을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제도의 경우 2015년 이후 4년 만에 시행되는 개편안으로 과거에도 은행권의 반발은 거셌다. 당시 금감원은 300만원 입금 시 10분 지연인출되는 제도를 현행 100만원, 30분으로 강화했지만 은행권의 반대가 있어 우리은행만 시범 도입했다. 이후 HN농협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순차적으로 제도를 도입해 전 금융권에 정착됐다.

금감원은 전 은행권 제도 운영이 불가피할 경우 일부 은행만이라도 도입할 것을 주문할 예정인데, 은행권의 반대와 달리 전문가들은 제도 확대에 찬성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의 경우 일반적으로 계좌에서 돈을 보내면 국내처럼 바로 이체가 되지 않고 유럽의 경우 1~2일이 걸리는 등 거래 방식이 복잡해 범죄 형태는 다르지만, 한국처럼 보이스피싱 범죄가 활발하지 않은 추세"라며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경우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급히 돈을 송금해놓고 뒤늦게 사기라는 것을 인지하는 사례가 많아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수사과 관계자 또한 "사실 지연인출제도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중국의 범죄 조직이라 피해자가 30분 동안 신고를 할 수 없도록 장시간 통화를 시도한다"며 "실제 조사 결과 정부기관과 금융사를 사칭할 경우 오래 통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질감이 없는 편인데, 1시간을 넘어가면 누구도 이상기류를 느끼는 시간대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좌 지급정지 신청만 하더라도 50대는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조작해 112에 신고하고, 금융사에 연락해 신속히 신청할 수 있지만, 고령자들은 아직도 은행에 직접 방문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 이들이 많다"며 "신고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범죄 예방에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박유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