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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폰번 따는 남자' 오세훈, 광진乙 향한 '러브콜'


입력 2019.08.30 03:00 수정 2019.08.30 05:57        정도원 기자

광진서 36회째 가두 당원모집, 현장을 가다

무더위에도 파라솔…신호 바뀔때마다 '쩌렁'

광진서 36회째 가두 당원모집, 현장을 가다
무더위에도 파라솔…신호 바뀔때마다 '쩌렁'


오세훈 자유한국당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28일 오후 건대입구역 사거리에서 36회째 가두 당원모집에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세훈 자유한국당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28일 오후 건대입구역 사거리에서 36회째 가두 당원모집에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사거리. 고가 위로는 4~5분마다 지하철이 오가고, 고가 밑으로는 사거리의 신호가 바뀔 때마다 보행자들이 수십 명씩 움직였다. 대학 앞인 탓인지 유동인구 중에는 청년층의 비중이 상당했다. 데일리안 취재진은 28일 인터뷰를 마친 오세훈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가두 당원모집을 하고 있는 이 곳을 찾았다.

신호가 켜고 꺼질 때마다 사거리 한켠에선 어김없이 "안녕하세요, 오세훈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라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빨간 파라솔 앞엔 '자유한국당 서울 광진을 당원협의회 36회 당원모집'이라는 실외배너가 놓였다. '36회'만 흰 종이에 쓰여 따로 테이프로 덧붙여져 있어, 그간의 '분투'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오세훈 위원장을 필두로 '당원모집''함께 해주세요'라고 쓰인 어깨띠를 앞뒤로 맨 전은혜 광진구의회 부의장과 문경숙 광진구의원이 나섰다. 오 위원장은 관내 단 두 명 뿐인 기초의원을 "일당백"이라고 치켜세웠다. 김상배 당협사무국장과 관계자들은 '조국 사태' 관련 손피켓도 준비했다.

'조국이 법무장관 되면 범죄자들이 반성할까요''법무부=Ministry of Justice(정의), 조국이 정의롭습니까'라는 손피켓을 본 시민 김모 씨가 다가오더니, 오 위원장을 향해 "저거(조국) 못하게 하세요. 인간○레기지 저게 사람이야"라며 "(법무장관) 못하게 하세요"라고 열을 올렸다.

김 사무국장은 "확실히 '조국 사태'가 민심에 영향이 있다"며 "얼마 전에는 대학생이 먼저 와서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한참을 성토를 하더라"고 전했다.

오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인사를 시작하자, 오가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번 "어머, 오세훈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어린 자매 둘이 나란히 타고 가는 유모차 사이에 웅크리고 앉아 함께 사진을 찍는 오 위원장을 바라보며 지나가던 '학생 커플'이 "오세훈이야?"라고 묻기도 했다. '따릉이'를 타고가다 멀리서 오 위원장의 사진을 찍고 제 갈 길을 가는 청년도 보였다.

'조국 피켓'에 시민 "법무장관 못하게 하라"
대학생 먼저 찾아와서 조국 한참 성토하기도


오세훈 자유한국당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28일 오후 건대입구역 사거리에서 진행한 36회째 가두 당원모집 도중 한 시민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세훈 자유한국당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28일 오후 건대입구역 사거리에서 진행한 36회째 가두 당원모집 도중 한 시민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36회'에 달하는 가두 당원모집을 하면서 쌓인 오 위원장의 눈치도 보통이 아니었다. 거리를 둔 채 힐끔힐끔 바라보는 시민을 보자마자 오 위원장이 먼저 성큼 다가가 "안녕하세요"라며 악수를 청했다. 시민은 비로소 반색하며 "어이구, 반갑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오 위원장이 "어디 다녀오세요. 이 동네 사세요? 당원가입 해주시면 좋지만, 안되면 전화번호라도 주고 가세요"라고 권하자, 시민은 파라솔로 가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겼다. 전화번호를 남긴 시민은 다시 오 위원장에게로 돌아와 손가락으로 '하트' 표시를 만들며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당협 관계자는 "다른데서 얻은 연락처와 본인이 스스로 남긴 연락처의 가치는 비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금슬이 좋으신가보네. 이렇게 손을 꼭 잡고 다니시네"라는 오 위원장의 말에 파안대소하는 부부도 있었다. 페도라를 쓴 채 부채를 챙겨들고 나선 남편과 아내는 오 위원장의 인도에 따라 입당원서를 작성한 뒤, 파라솔을 나서며 다시 팔짱을 끼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시민 신모 씨가 "광진구에서만 30년을 살았다"고 하자, 오 위원장은 반색하며 "아이구, 그럼 전화번호 좀 꼭 주고 가세요"라고 말했다. "요즘 먹고살기 힘들어 전화받을 시간도 없다"고 하자 "전화는 안하고 문자만 '가끔' 드릴께요"라고 설득했다. 신 씨는 파라솔로 가더니 "정말 전화는 안하는 거지?"라고 거듭 확인하며 전화번호를 남겼다.

"시민과 대화하러 나온 것"이라는 오 위원장은 호통도 들었다.

친구와 함께 어디론가 향하던 한 시민은 오 위원장이 인사를 건네자 "잘해야지. 누구 탓할 게 아니라, 저기가 개판치면 여기라도 잘해야지"라며 "지금 같아서는 둘 다 거지 같아서 화딱지가 나"라고 몰아붙였다. 이 시민은 입당원서는 물론이고 전화번호조차 주지 않고 갔지만, 그래도 오 위원장과 길거리에서 소통하니 후련해진 듯 표정은 밝았다.

가끔 있는 열성 지지자들은 오 위원장으로 하여금 힘든 가두 당원모집을 웃으며 계속할 수 있게 하는 활력소인 듯 했다.

오 위원장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대뜸 "절대적으로 지지합니다. 국회의원 되세요"라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클래식500에서 운동하고 나오는 길인데,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전부 오 시장 지지하라고 이야기해놨으니 걱정 말라"는 남성도 있었다.

58년생 여성 한모 씨는 일행 네 명이 롯데백화점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오 위원장의 인사를 받자 나머지 세 명을 기다리게 하면서까지 입당원서를 작성하더니 "파이팅하세요"라고 외쳤다. 친구 곁으로 돌아간 한 씨가 타박을 들었는지 "나라가 이 꼴인데 이럴 때 아니면 국민이 언제 나서느냐"는 큰소리가 들려왔다.

각양각색 시민들 향해 "전번 주고 가셔요"
호통도 듣는 와중에도 책임당원 6배 '껑충'


오세훈 자유한국당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28일 오후 건대입구역 사거리에서 진행한 36회째 가두 당원모집 도중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세훈 자유한국당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28일 오후 건대입구역 사거리에서 진행한 36회째 가두 당원모집 도중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가두 당원모집만 36회째다보니 유동인구가 많은 건대입구라지만 이미 오 위원장과 접촉한 지역주민들도 많아보였다.

한 시민은 오 위원장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는 인사에 가만히 선글라스를 벗어보였다. 그러자 오 위원장은 깜짝 놀라며 "아이고, 오랜만입니다"라고 했다. 전은혜 부의장이 "안녕하세요. 오 시장과 인사 좀 나누시고 가세요"라고 하자, 또다른 시민은 "아이, 벌써 몇 번 했어"라며 웃었다.

가두 당원모집이라는 게 쉽지 않은 것만은 분명했다. 오 위원장과 한참 대화를 나누며 웃다가도 "전화번호 하나만 주시고 가세요" 하면 때마침 바뀐 신호등을 가리키며 "열심히 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횡단보도로 발걸음을 옮기는 시민이 있었다.

환하게 웃음을 머금고 파라솔로 들어왔다가도 입당원서를 보고 "주민번호? 에그, 이건 안 쓸래"라고 손을 내젓는 여성도 있었다.

이름·전화번호까지는 얻더라도 입당원서까지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도 36회에 걸친 가두 당원모집의 결과, 오 위원장 부임 당시 450명이었던 책임당원은 지금 3000명 선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문경숙 구의원은 "20년 동안 다섯 번 내리 추미애 대표가 해서 지역이 황폐해졌다"며 "주민들도 지역의 변화를 원하고 계셨는데 다행히 때맞춰 좋은 분이 오셨다"고 말했다.

문 구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당협위원장으로)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이 지역 주민들은 시장이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이야기가 나오고 지역을 변화시켜달라며 응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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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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