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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외 가맹점 꽁꽁 숨기는 간편결제 업체


입력 2019.08.28 07:00 수정 2019.08.27 21:59        박유진 기자

해외 결제 가맹점 주소, 구글 지도 검색해봐도 위치 파악 안돼

불완전한 서비스를 무분별하게 광고에 활용하는 행태는 변해야

해외 결제 가맹점 주소, 구글 지도 검색해봐도 위치 파악 안돼
불완전한 서비스를 무분별하게 광고에 활용하는 행태는 변해야


ⓒ데일리안 ⓒ데일리안

얼마 전 대만을 방문한 지인으로부터 다급한 연락 한 통을 받았다. A금융사의 모바일 플랫폼에 안내된 해외 결제 가맹점 주소를 구글 지도에 검색해봐도 그 위치가 파악되지 않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해외에 있는 지인을 대신해 A금융사 고객센터에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원 또한 주소가 검색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다. 다음 날 추가로 돌아온 답변은 "국내와 현지 주소 기재 방식에 차이가 나 소비자가 이를 직접 편집해 검색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영문으로 표기된 주소를 그대로 따라 입력하면 가맹점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니 도시와 구, 도로명, 번지수 순서로 주소를 변형해 검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소 복잡한 방식에 상담원에게 현지 주소 체계로 입력된 가맹점 목록을 제공해달라니 "안내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지인은 이번 여행에서 현지 결제서비스를 체험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른 업체들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네이버페이(라인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PAYCO) 등은 일본 간편 결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 업체를 중심으로 해외 가맹점 현황을 파악한 결과 안내를 제대로 하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소비자에게 가맹점 리스트 목록을 제공하지 않을뿐더러 주소를 문의해도 모두 안내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페이 측은 "현재 일본 후쿠오카 지역에서만 결제가 가능하나 정확한 제휴 매장에 대한 안내가 어려운 점을 양해 부탁한다"며 "매장 결제가 가능한 편의점 등에서 결제가 가능하고, 매장에 부착된 회사 로고 스티커 등을 보고 결제에 나서길 바란다"는 안내를 진행 중이다.

페이코의 경우 국내로 치면 하이마트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양판점과 가맹점을 맺고 있어 주소 제공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나머지 업체는 제휴처가 극히 소수에 그치는 상황에서 관련 안내도 하지 않아 소비자로선 가맹점 찾기에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일본의 경제 보복 여파에 따라 가맹점 위치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건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놨는데 마케팅 측면에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가맹점 위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홍보글만 믿고 환전 없이 여행에 나선 소비자가 있다면 결국 신뢰를 잃는 건 업체들이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이들은 '해외 주요 가맹점에서 별도의 환전 절차 필요 없이 편리하게 페이 혜택을 이용하라'는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최근 금융사를 포함해 간편결제 업체들은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해외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미진한 부분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불완전한 서비스를 무분별하게 광고에 활용하는 행태는 변해야 할 것이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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