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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믹스 갈등…"이대론 탁상행정" vs. "가야할 길"


입력 2019.08.28 06:00 수정 2019.08.27 22:04        이정윤 기자

일반‧임대아파트 간 차별…끊이지 않는 문제

방향은 맞지만…“건물만 섞는다고 소셜믹스 아냐”

일반‧임대아파트 간 차별…끊이지 않는 문제
방향은 맞지만…“건물만 섞는다고 소셜믹스 아냐”


일반아파트와 임대아파트가 한 단지 내에 조성된 ‘소셜믹스’ 아파트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한 임대아파트 건설현장. ⓒ연합뉴스 일반아파트와 임대아파트가 한 단지 내에 조성된 ‘소셜믹스’ 아파트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한 임대아파트 건설현장. ⓒ연합뉴스

일반아파트와 임대아파트가 한 단지 내에 조성된 ‘소셜믹스’ 아파트가 계층간 화합을 이끈다는 당초 목적과는 다르게 수년 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태로 운영 되고 있다.

다양한 계층이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해야 하는 건 맞지만 제도 운영의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탁상행정으로 명맥만 유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건물만 한 곳에 섞어 놓는다고 해 소셜믹스가 실현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소셜믹스 아파트 문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닌 누구나 다 아는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1일 입주를 앞두고 있는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에서도 역시 문제가 불거졌다.

디에이치아너힐즈는 현대건설의 고급주택 브랜드 ‘디에이치’를 단 첫 입주 아파트다.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이 아파트는 재개발 사업 임대주택 의무 비율에 따라 85가구가 행복주택으로 조성됐다.

이 가구의 전용 49㎡ 임대료는 보증금 1억3000만원에 월 48만9000원이다. 강남이다 보니 행복주택이라고 해도 임대료가 타 지역에 비해 높다. 하지만 건물 외관이 단지 내 일반 아파트와 다르게 지어지며 갈등이 생겼다.

해당 행복주택 당첨자들은 계약을 앞두고 ‘임대료가 엄청 저렴한 것도 아닌데 외관부터 아파트 단지 내 상가나 관리사무소인 줄 알았다’, ‘이곳에서 살면서 아이가 차별받을까 걱정이다’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디에이치아너힐즈의 행복주택은 7층짜리로 최고 33층인 단지 내 일반아파트와 층수부터가 확연히 구분된다.

이런 상황이 가능한 이유는 임대주택 의무 비율이나 입주자 모집 대상, 임대료 등에 관한 기준만 있을 뿐 외관이나 단지 내 분리 등에 대한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양천구 목동에서는 초등학교 배정을 두고 소송까지 문제가 번졌다. ‘목동파크자이’ 아파트 학부모들은 단지에서 은정초등학교까지의 통학로가 높은 전자파 등의 문제로 통학구역 변경을 위해 교육청을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후 다시 항소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소송의 근본적인 문제는 인근에 위치한 임대아파트인 ‘양천아파트’와 학군을 분리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소셜믹스는 추구해야할 방향은 맞지만 인위적으로 건물만 섞어놓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전략과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중산층도 지속적인 거주가 쉽지 않은 고급주거지에 굳이 임대주택을 배정해야하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소셜믹스 제도 자체만 두고 보면 좋은 의도이고 사회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는 맞다”며 “다만 계속해서 이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소셜믹스를 어떠한 방식으로 실행해 나갈 것인지 그 방식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주택은 소득 4분위 이하의 저소득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데 중산층도 살기 쉽지 않은 고급 주거지에 굳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임대주택을 넣는 대신 이익 분을 현금 등으로 걷어 재분배 하는 방법이 오히려 적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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