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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위하지 않는 나라는 없어진다


입력 2019.08.27 09:00 수정 2019.10.15 08:31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조국의 대응, 정말 대단…요즘 말로 ‘멘탈 갑’

이 나라에서 독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의 ‘의문의 1패’

<김우석의 이인삼각> 조국의 대응, 정말 대단…요즘 말로 ‘멘탈 갑’
이 나라에서 독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의 ‘의문의 1패’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영화가 있다. 내용은 잘 모르지만 뇌리에 꽂히는 것은 ‘일면의 진실’이 있는 문구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말한다. “청년을 위하지 않는 나라는 없어진다”. 이건 일면이 아니라 ‘전면적 진실’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없어질 것 같다.

몇 주째 조국 후보자가 온 나라를 뒤흔들어 놨다. 똑똑하고 많이 배운 사람이 비뚤어지면 어떤 사태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준 사건이다. 과거의 행적 뿐 아니다. 전 국민이 알게 된 지금 시점에서 조국의 대응은 정말 대단하다. 요즘 말로 하면, ‘멘탈 갑’이다. 이해는 간다. 이전에는 장관이라는 명예를 향해 뛰었다면, 이제는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한 생존의 발버둥이다. 그런 만큼 마음은 절실하고 행동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른 사람의 지탄은 변수도 되지 않는다.

임명권자도 끄떡없기는 마찬가지다. 조국이 무너지면 정권이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소탐대실이다. 그만큼 조국은 ‘문재인정권의 상징’같은 존재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의 조국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의 맹목적 충성심 때문인지, 아니면 뭔가 약점이 잡혀서인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그러니, 청와대는 막무가내로 여당에 압력을 가한다. 여당은 꼬리에 불이라도 붙은 듯 질주한다. 역대에 없었던 방어논리를 편다. ‘국민청문회’라는 해괴한 말이 나올 정도다. 여권은 친여인사들을 내세운 이념투쟁, 친일프레임, 남남갈등 등 ‘편가르기’로 불리한 상황을 돌파하려 한다. 여론과 민심은 이미 관심이 없다.

현직 경기도 교육감이고 장관과 대학 총장을 역임한 이재정씨가 논문과 에세이를 구별치 못하는 발언을 해 혀를 차게 했다. 공지영 같은 친문작가도 나섰다. “‘문프’(‘문재인 프레지던트’를 줄인 말이란다)가 좋다니 어떤 일이 있어도 돌파해야 한다”고 지지층을 독려했다. 조국이 ‘죽창가’를 부르며 했던 치어리더 역할을 이어받은 것이다. 온갖 물의를 일으켰던 소설가 이외수, 반정부투쟁에 앞장섰던 정의구현사제단 신부 지성용, 시인 안도현 등이 그 대열을 따르고 있다. 정말 희생적인 충성심이다. 맹목적 지지와 함께, 그들 사이에 침묵도 깊어졌다. 친문사단으로 불리는 ‘셀럽’(연예나 스포츠 분야 등에서 인지도가 높은 유명 인사)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벙어리가 된 진중권, 김미화, 김제동, 손석희, 김어준, 주진우 등은 대단한 스타들이다. 이들은 전 정권 때 온갖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어 정적을 공격하고 여론을 격동시켰다. “적폐청산”의 홍위병 역할을 자임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요즘은 조국 못지않은 권력과 호사를 누리고 있다. 이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조국이 무너지면 지금 자신들이 비정상적으로 누리고 있는 혜택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국민들은 이 상황을 그대로 넘어갈 분위기가 아니다. 수많은 의혹에 당혹해 하던 여론에 ‘역린(逆鱗)’이라는 입시문제가 기름을 부은 것이다. 조국의 딸 조 모씨는 대한민국 모든 학생,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학교에 시험도 보지 않고 들어갔다. 외고, 고대, 서울대 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은 아무리 노력해도 들어가기 힘든 학교들이다. “그랜드 슬램”이라 할만하다. 정상적으로 시험을 보고도 모두 합격할 확률은 천문학적인 숫자가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유급을 당하고도, 재수를 준비하며 한 학기 최소학점을 들으면서도 장학금까지 계속 받았다. 이런 경우의 확률은 0에 가까울 것이다. 해당학교 학생들 뿐 아니라, 수험생과 청년들은 절망했고 부모들은 분노했다. 온 국민이 자괴감과 열패감에 휩싸였다.

더 심각한 것은 ‘개인적 일탈’만의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세대갈등의 한 단면이다. 소위 86세대는 위·아래세대의 공적이다. 인구도 제일 많고 모든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윗세대가 피땀 흘려 쌓아 놓은 풍요를 독점했다. 이 풍요를 다음세대도 누리도록 배려하는 노력도 없었다. 말은 항상 그럴듯한데, 결과는 위아래 세대가 나눠야 할 가치를 빼앗고 독점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 중에서도 권력 핵심은 이 부를 자신의 자녀에게만 물려주려 혼신의 힘을 다 쏟는다. 가진 권력을 서로 ‘품앗이’ 하면서 말이다. 그것이 바로 이번 조국 사태다.

이상하지만, 문득 떠오르는 첫 피해자는 조국의 딸 조 모씨다. 그는 자신의 선택과 관계없이, 부모가 디자인한 삶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가 외국에 나가고 싶어 나간 것이 아니다. 그가 국내에 들어올 때도 외고를 들어갈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냥 시험을 치지 않고 영어로만 들어갈 수 있는 특목고였기에 부모는 그를 그곳으로 보냈을 것이다. 문과인 외고를 나와 공대와 의대를 간다는 것은 아이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한참 공부를 해야 할 고등학교 2·3학년 때, 12개 스펙을 쌓기 위해 국내외 기관과 단체에 겹치기 출연했다. 어린 학생이 의도하고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이후도 그의 인생에 그의 재능과 관심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부모가 만들어 준 희귀한 기회를 헉헉거리며 쫒아갔다. 낙제를 하고 유급을 당하면서도 ‘착하게도’ 감당해 냈다. 약간의 재미라면 그런 ‘기행’을 인터넷에 올려 돈을 받고 자랑을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온 국민의 공적이 됐다. 부모는 자신들의 허영을 채우기 위해 자식을 몰아 붙였고, 급기야 한국에서 살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젊은 조 모씨는 ‘철부지 부모’의 잘못을 감당한다 치자. 더 황당한 것은 이 나라에서 독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의 ‘의문의 1패’다. 아니 참패다. 많은 학생은 중학교 때부터 입시학원을 뺑뺑이 돌고 밤잠설치며 공부해도 뜻을 이루지 못한다. 어렵게 특목고에 가도, 성공가능성이 크지 않은 일을 반복하며 견뎌낸다. 천신만고 끝에 스카이 대학을 가도 첩첩산중이다. 서울대 대학원과 의사자격증이 주어지는 의전원은 노스텔지아다. 최고 학업능력을 가진 학생들도 그렇다. 오죽하면 취업난에 허덕이던 대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가두로 나오겠는가?

‘상대적 박탈감’은 눈감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팍팍한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학에 들어가도 생존을 위해 아르바이트하느라 학업에 전념하지 못한다. 학점이 좋아도 취업하기 힘들다. 그나마 요즘 직장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해외취업을 하려해도 만만치 않다. 부유층이야 기회를 찾을 수 있겠지만, 가난한 사람은 꿈일 뿐이다. 상대적으로 가깝고 쉬운 일본 취업은 한일전쟁으로 멀어져만 간다. 미래의 희망은 없는데, 빚만 쌓인다. 젊은이들은 개인 빚은 물론이고 엄청난 국가채무를 감당해야 한다. 올해 예산이 5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경기침체로 세금이 말라버렸으니, 국가는 채권을 발행할 수 밖에 없다. 개인 빚은 그래도 자신이 쓰는 것이니 그렇다 치지만, 나라 빚은 엉뚱한 사람들이 펑펑 써버리고 미래세대가 떠안아야 한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이니 하소연도 못한다.

‘시저 테일 서전트(Scissor tail sergeant)’라는 물고기가 있다. 이 종의 약한 성체는 먹이가 없으면 자기자식들을 먹어치운다. 그 결과는 자기 유전자의 상실이다. 결국 자기 종을 말살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대한민국은 지금 씨를 말리는 세대전쟁중이다. 소수는 살아남겠지만, 결국 다른 나라 유전자에 정복 당해 멸절될 것이다. 나라의 패망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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