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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DLS 손실 보전' 여론몰이⋯모럴헤저드 경계해야


입력 2019.08.23 07:00 수정 2019.08.23 07:09        최이레 기자

복잡한 상품 구조에 불완전 판매 가능성↑⋯추후 집단 소송 움직임도 예고

다만, 일부 투자자 책임 전가 '눈살'⋯수익은 내 탓, 손실은 남 탓 근절돼야

복잡한 상품 구조에 불완전 판매 가능성↑⋯추후 집단 소송 움직임도 예고
다만, 일부 투자자 책임 전가 '눈살'⋯수익은 내 탓, 손실은 남 탓 근절돼야



고액자산가 A씨는 지난해 거래 은행을 들렸다가 직원으로부터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일전에도 몇 번 재미를 봤던 파생결합펀드(DLF) 투자상품이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상품과 관련해 복잡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기대 수익률이 5% 구조에 큰 고민없이 투자를 결정했다.

주식보다 안전하면서 만기 때 높은 수익률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자해 한동안 쏠쏠한 재미를 본 A씨는 투자 규모를 늘려가다가 올해 출시된 금리 연계형 상품에 손댔다 원금을 모두 잃을 처지에 놓였다.

기초자산으로 활용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원금손실 구간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원금 회수가 안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판매 은행도 찾아가 보고 감독 기관에도 문의했지만 확인 중이라는 답변만 받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최근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로부터 촉발된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한 파장이 사회 전반에 걸쳐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와 더불어 기초자산으로 활용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획기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이상 다음 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상품 만기에 투자 원금 대부분이 손실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해당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 분재조정위원회의 배상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집단 소송에 나설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책임 떠넘기기식 움직임은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구석이 있다.

크진 않지만 소소하게 목돈을 굴려보고자 했던 투자자들의 절망스러운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런 저런 파고에 주식시장이 크게 휘청이면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찰나에 연 수익 5%를 제공하는 상품은 투자자들 입장에서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았을 것이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투자자들 중에 고령이 많았던 점과 상품 구조가 복잡하다는 측면에서 불완전 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이를 판매한 은행 직원들조차도 해당 상품이 어떤 방식으로 설계됐는지 100%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판매했을 경우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의혹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도 설명은 들었지만 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만, 이런 불완전 판매의 경우가 아니라면 이번 사태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손실 보전 주장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다름없다는 판단이다. 문제가 된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 중에는 본인의 결정에 의해 투자한 투자자들이 훨씬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 전까지 DLS 상품에 투자해 4~5% 이르는 수익을 챙겼을 때는 이를 본인 판단에 의한 이익으로 여겼지만 이제와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런 결정에 대한 책임을 다른 주체에게 떠넘겨 배상받고자 하는 심리는 미성숙해 보이기만 한다.

해당 상품에 투자하기 전 관련 상품 설명서를 확인했다면 투자 결정에 대해 한 번 더 숙고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문제된 상품의 경우 원금 완전 손실이 가능한 원금비보장형 초고위험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DLS를 발행한 증권사나 이 증권을 편입해 펀드로 출시한 자산운용사, 이를 판매한 은행, 관리 감독에 소홀한 금융 당국 모두 파탄상품으로 전락한 DLS·DLF 파동이 재발하지 않도록 깡통 상품을 시장에서 근절해야 한다.

하지만 보다 성숙한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시급히 근절돼야 할 것은 책임 소재 여부를 가리려는 여론에 편승해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타 주체에 돌려 이를 보상 받으려는 심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이레 기자 (Ir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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