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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파생상품서 미소…DLS 쇼크 고객들만 '박탈감'


입력 2019.08.22 06:00 수정 2019.08.21 21:46        부광우 기자

우리·하나銀 파생상품 투자 상반기 1257억 평가 이익

소비자는 4000억 날릴 판…"책임 판매" 구조개선 필요

우리·하나銀 파생상품 투자 상반기 1257억 평가 이익
소비자는 4000억 날릴 판…"책임 판매" 구조개선 필요


우리·하나은행 파생상품 평가 및 거래 손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우리·하나은행 파생상품 평가 및 거래 손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고객들의 돈 수천억원을 날리며 파생결합증권(DLS) 쇼크의 중심이 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자신들의 파생상품 투자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1000억원이 넘는 평가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권유했던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은 고객들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지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들이 상품을 판매할 때 자신의 일처럼 책임 있는 자세를 갖도록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하나은행의 매매목적 파생상품에 대한 평가 및 거래 이익에서 손실을 제외한 순손익은 총 12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343억원)과 비교해 다소(6.4%·86억원) 감소한 금액이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파생상품 손익이 819억원으로 많았다. 다만 1년 전(946억원)보다는 13.4%(127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397억원에서 438억원으로 10.3%(41억원) 늘어난 파생상품 손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파생상품 투자 실적에 눈이 가는 이유는 두 은행의 최근 불거진 DLS 사태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DLS 상품에 투자했던 고객들은 원금의 절반을 날리게 된 처지다. 이와 관련한 소비자 손해만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펀드는 독일과 영국 등의 채권 금리와 연계된 DLS다. 이들 국가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금리가 예상과 달리 급락하자 약정대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독일 10년물 채권금리에 연동한 DLS는 대표적 사례다. 해당 금리가 -0.2% 이상을 유지하면 연 3~5%의 수익을 지급하지만, 이보다 낮아지면 0.1%포인트 초과 하락마다 원금의 20%씩 손실이 발생하는 식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보유한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 잔액은 각각 4012억원과 3876억원 등 총 7888억원으로, 국내 금융권 전체(8224억원)의 95.9%를 차지하고 있다. KB국민은행(262억원)과 미래에셋대우(13억원), NH투자증권(11억원) 등을 압도하는 규모로, 사실상 우리·하나은행이 사건의 핵심인 모양새다.

만약 만기까지 현재의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경우 이들 상품의 총 손실률은 56.2%로, 4558억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해 다음 달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우리은행 독일 국채 금리 연동 상품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관련 상품의 판매 잔액은 1255억원으로 만기까지 예상 손실률은 무려 95.1%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의 자산운용에서 리스크가 큰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 시 위험 분산은 핵심적인 작업"이라며 "개인 자산의 상당 부분을 파생상품에 넣으려는 고객들에게 은행들이 자신들에게 적용하는 것과 같은 이런 전략을 제대로 강조했을지 의문"이라고 평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장 빠르게 판매 수수료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파생상품의 영업적 장점에만 주목하면서 소비자 보호는 상대적으로 등한시 돼 왔다는 지적이다. 만기가 짧은 파생상품들은 잦은 매매로 판매 수수료가 자주 발생하고, 리스크가 커 상대적으로 수수료율도 높다.

아울러 단기성과를 강조하면서 직원들 사이의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는 은행 내부 문화가 부작용을 부채질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적 경쟁을 부추기는 평가 지표를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의 내부 평가 모델 하에서 은행원들은 눈앞의 실적에 급급한 영업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와 상품 관리, 장기 수익률에 대한 평가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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